[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여성가족부 보다는 아동노인부가 필요한 시대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여성가족부 보다는 아동노인부가 필요한 시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4.16 14:05
  • 호수 7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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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은 왜 잠재적 가해자 취급하느냐고 기분 나빠하기 보단 자신은 가해자들과는 다른 부류임을 정성스레 증명해 보는 건 어떨까.” 

최근 온라인에서 논란이 된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성인지 강의’ 내용의 일부다. 이는 진흥원이 지난해 2월 공식 유튜브 계정 ‘젠더온’에 올린 것이다. 1년여가 지난 현재 일부 학교에서 교육 자료로 쓰이고 있다는 말이 퍼지며 공분을 사고 있다. 이는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한 고모 씨 사건을 들먹이며 “당신도 나를 언제든 죽일 수 있는 잠재적 가해자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에 상당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여가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가부는 김대중 정부 말인 2001년에 탄생했다. 당시 여성부로 시작해 2005년 현재와 같은 이름으로 개편했다. 여가부가 탄생했을 때만 해도 여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으로 인해 사회 곳곳에서 차별이 많았다. 실제로 필자가 대학에 입학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여자가 술을 따라줘야 맛있다”, “여자는 치마를 입고 다녀야 한다”고 떠드는 사람이 많았다. 문제는 이러한 말을 내뱉는 사람 중에 교수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20년간 여가부는 여성 권익 신장과 차별 철폐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벌였고 그 결과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데도 성공했다. 이러한 공로는 전적으로 인정한다. 문제는 최근 몇 년 간의 행보다. 가족 내 호칭에도 차별이 존재한다며 명칭 변경을 시도해 비웃음을 샀다(시아주버니․도련님 등 호칭 없애고 ‘~씨’로 통일하자고 제안).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에도 여가부의 존폐 여부는 큰 화제였다. 역할을 다했으니 이제 다른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한 부처를 신설하라는 요구가 많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존치를 결정했고 이는 4‧7 재보선 선거 대참패의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이다. 2030세대 남성들의 불만에 불을 지른 것이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2030세대 남성들은 어르신 세대와 달리 남자로서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여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자란데다, 군대까지 의무적으로 다녀왔지만 가산점은 사라져 역차별을 당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헌데 정부는 ‘여성’을 강조한 부처를 존치하며 여성 중심의 정책을 펼치는 듯 행동했고 결국 이들 세대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또 여가부가 탄생했던 시기와 달리 현재 우리 사회는 SNS 등을 통한 여론 조성 문화가 자리잡으며 스스로 문제를 자정하는 능력을 갖췄다. 만약 모 기업 회장이 “여자는 남자보다 열등해서 임원을 할 수 없다”는 망언을 했다고 하자. 아마 해당 기업은 문을 닫을 지도 모른다.

여가부 출범 시기와 달리 지금은 저출산 고령화 시대다. 남녀평등 보다는 아동과 노인 복지 신장이 절실하다. 여성가족부 보다는 아동노인부가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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