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책박물관 ‘교과서, 우리들의 이야기’ 전… 구한말부터 현재까지 교과서의 변천 한눈에
송파책박물관 ‘교과서, 우리들의 이야기’ 전… 구한말부터 현재까지 교과서의 변천 한눈에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4.23 14:54
  • 호수 7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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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5년 ‘교육입국조서’ 발표 후 시작된 근대 교육과 교과서 역사 조명 

최초 국민학교 국어교과서 ‘바둑이와 철수’, 무시험 추첨기 등 눈길

[백세시대=배성호기자] “교육은 실로 국가를 보존하는 근본이다. (중략) 이제 짐은 정부에 명하여 학교를 널리 세우고 인재를 양성하여 그대들 신민의 학식으로써 국가 중흥의 대공을 세우게 하려 한다.”

지난 4월 16일 서울 송파구 송파책박물관. 전시장의 한 벽면에는 타자기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고종이 1895년 발표한 ‘교육입국조서’가 한 글자씩 새겨졌다. 이후 최초의 근대 국정 교과서인 ‘국민소학독본’이 발행되고 원산학사, 배재학당(현 배재중‧고) 등이 잇달아 문을 열면서 근대 교육의 시작을 알렸다.

교과서의 변천사를 통해 급변하는 역사 속에서도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변화해온 근대교육 130여년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전시가 송파책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8월 31일까지 진행되는 ‘교과서, 우리들의 이야기’ 전에서는 조선말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재까지의 교과서와 사진, 영상 등 자료 150여 점을 통해 한국교육의 발자취를 되짚어본다.

1부 ‘근대 교육, 싹트다’에서는 초기 근대학교 모습과 함께 1899년 발행된 소학교 역사 교과서인 ‘동국역사’와 1897년 번역된 서양사 교과서인 ‘태서신사’ 등을 만날 수 있다. 이중 ‘동국역사’는 한문체로 간행된 중등용교과서 ‘동국역대사략(東國歷代史略)을 소학교용으로 쉽게 국한문혼용체로 서술한 것으로 단군부터 고려 말까지 민족의 국난 극복 과정과 의지가 자세히 기술돼 있다. 

이어지는 2부 ‘민족 교육의 수난’에서는 일제강점기 발행된 교과서를 통해 주권을 빼앗긴 나라의 학생들이 어떤 교육을 받는지를 살펴본다. 1925년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도덕 교과서로 ‘초등 수신 권2’는 일제 치하 국민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나라를 위해 어떻게 헌신할 것인지를 다루고 있고, 1940년 발간한 ‘나라를 위한 노래’는 일본 제국주의를 찬양하는 노래를 수록하고 있다.

최초 우리말 교재 청취할 수 있어

일제는 또 서당을 폐쇄하거나 서당에서도 조선총독부에서 편찬한 국정 교과서만을 사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여기에 맞서 목숨을 걸고 한글을 연구한 조선어학회는 1933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발표했고 현재까지 한글 표기의 기준이 되고 있다. 전시에서는 우리나라 최초 우리말 교재 녹음자료인 ‘조선어독본, 1935’를 직접 들어볼 수 있도록 했다.

3부 ‘폐허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은 광복 이후 우리말과 정신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던 교육열정을 교과서와 인터뷰 영상을 통해 소개한다. 당시 교과서의 중요한 과제는 식민지 교육의 잔재를 없애고 우리말과 우리 정신을 되찾는 것이었다. 1946년 고려문화사는 중학교 입시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한글 맞춤법 교본’을 발간한다. 입시에서 출제되는 한글 맞춤법, 개념 설명 등 수험 준비를 위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이 책은 도입부에 ‘첫째 가는 하나의 글이자 온 겨레에게 쓰이는 큰 글’이란 ‘한글’의 의미를 소개해 우리말의 소중함을 전달한다. 이외에도 정부 수립 후 최초 국민학교 국어 교과서인 ‘바둑이와 철수(국어 1-1)’와 1946년 간행된 ‘국사교본’ 등을 만날 수 있다. 

4부 ‘개천에서 용 난다’에서는 전쟁 직후 어려운 환경에서도 명문중고교 입학을 위한 치열한 입시경쟁, 교과서 가격 폭등, 아이들 성장을 방해했던 무거운 책가방 등 당시 사회적 문제가 됐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중 1970년대에 들어서 정부가 지나치게 무거운 책가방이 아이들의 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가벼운 책가방을 만들라는 지침을 내린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이와 함께 일명 ‘뺑뺑이’라 불리는 중학교 무시험 추첨기와 당시 발매된 공책 등 문구류 등도 만날 수 있다.

국민교육헌장 교육 자료도 소개

5부 ‘국가의 발전은 교육으로부터’에서는 1970~1980년대 국민교육헌장과 반공·도덕 교육 강화, 과외 과열화 현상 등 당시 시대상을 소개한다. 당시 국민교육헌장 전문을 교과서와 공책에 인쇄했고 수업 시간에도 관련 교육이 진행됐다. 또한 이 시기 교과서는 이전 세대와 달리 색깔을 많이 넣어 가독성을 높였다. 

전시의 마지막인 ‘21세기를 그리다’에서는 ‘1교과 다(多) 교과서 체제’가 도입된 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국어의 경우 ‘말하기·듣기’ ‘읽기’ ‘쓰기’ 등으로 세분화돼 있어 어르신 세대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다.

또 이번 전시는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 전시 해설을 무료로 공개하고 전시 해설에는 한국사 스타강사 최태성이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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