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기고] 어버이날, 부모의 은혜를 기억하자
[백세시대 / 기고] 어버이날, 부모의 은혜를 기억하자
  • 최승민 대한노인회 춘천시지회장
  • 승인 2021.04.30 14:18
  • 호수 7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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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민 대한노인회 춘천시지회장
최승민 대한노인회 춘천시지회장

매년 가정의 달과 어버이날을 맞아 지자체에서는 은혜에 보답하고자 훌륭하고 장한 어버이를 뽑아 상을 주고 각종 기획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반쪽행사로 전락해 아쉬움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넓다’는 ‘어버이은혜’의 노래 가사처럼 부모님이 주신 사랑은 세상 어느 것과도 비유할 수 없다. 어버이의 한없는 사랑은 숫자로 계산할 수도, 정답을 찾을 수도 없이 끝이 없다. 기간을 정하지 않고 돌아가실 때까지 일평생 공경을 다 해야 하는 것이 자녀들의 도리며 이를 실천하는 것이 은혜를 갚는 길이라고 하겠다.

3대가 한 울타리 안에서 살아갈 때만 해도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대들보로, 부모는 기둥으로 여겼다. 조부모와 부모의 한마디 한마디는 곧 법이며 가정 윤리의 정도(定道)로 따랐다. 가족 내 어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자녀들이 본받아야 할 표상이었고 가정의 불화나 자녀들의 탈선은 감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자손들은 ‘혼정신성(昏定晨省)’ 즉, 저녁에는 부모의 잠자리 이불을 펴고 아침에는 안부와 함께 이불을 개는 것을 효의 기본으로 여겼다. 또 ‘출필고반필면(出必告反必面)’이라 하여 집을 나설 때는 반드시 아뢰고 돌아와서는 반드시 얼굴을 보여드려 걱정하지 않도록 해 어버이의 마음을 항상 편안하게 해드렸다.

그러나 지금은 부모와 자녀들이 거의 떨어져 살고 있고 일주일에 한 번, 아니 한 달에 한 번조차 가족이 함께 모이는 것이 어렵다. 부모들은 자녀와 손자녀들의 얼굴을 잊을 정도다. 관계의 틈새가 벌어져 조손 사이가 낯설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안부를 전하는 ‘작은 효’ 실천을

올해 어버이날을 계기로 자녀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은 ‘작은 효’의 실천이다. 어버이들이 자녀들에게 효를 강요하는 것은 부질없는 생각이며 시대 상황을 모르는 꼰대의 전형이라고 여길지 모른다. 허나 효는 천년불변의 가치며 지켜야 할 덕목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부모에게 많은 용돈을 드리고 비싼 옷과 구두를 사드리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물질적인 ‘큰 효’보다는 자녀들의 정과 사랑을 실은 안부 전화를 하루 또는 사흘에 한 번이라도 드리는 작은 효의 실천이 중요하다. 이러한 작은 효가 부모님들을 더욱 기쁘고 편안하게 해드린다는 것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특히 올해 어버이날을 맞아 장한 어버이로 선정돼 5월 7일 강원도지사의 표창장을 받을 주인공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젊은이들에게 본보기가 될 것 같아 소개하고자 한다. 주인공은 춘천시 신북읍에 사는 올해 72살 이종섭 어르신이다.

33년간 아내 병수발 한 장한 어버이

이 어르신은 1972년 동갑내기 한순희 씨와 결혼해 과수원을 주업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의 역할을 충실히 해 3남매를 건강하고 바르게 키웠다. 그러다 1988년 1월 아내가 농약 중독으로 인한 신경마비증세를 일으켜 거동이 불편하게 되는 불행이 닥친다. 2016년에는 6번의 큰 수술을 받았으나 차도가 없고 병세가 악화되면서 몸져눕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무려 33년 동안 긴 세월을 아내 곁을 지키면서 대소변을 받아내는 등 극진한 병간호를 지속하고 있다. 

이 어르신은 또 어려운 가정환경에도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계절이 바뀔 때마다 경로잔치를 베풀어 자녀들에게 수범을 보였다. 2017년 12월부터는 마을 경로당 회장직을 맡아 어르신들을 보살피고 있고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방역역군으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이 어르신의 33년이란 긴 세월을 말로 표현하기 쉬울지는 모르겠으나 1만2000여일간 아내를 위해 젊음을 바친 희생정신은 사회로부터 칭송을 받기 충분하다. 젊은이들에게는 부부간의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준다. 혀끝으로 마구 내뱉는 말뿐인 사랑에 경종을 울리고 부부는 일심동체임을 확인시켜준 로맨스의 한 역사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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