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신탁 ‘주차장 없는 쇼핑몰’ 제주 사기분양 논란…거짓광고에 다 속았다
한국자산신탁 ‘주차장 없는 쇼핑몰’ 제주 사기분양 논란…거짓광고에 다 속았다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1.05.0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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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사방 막힌 실내박스 상가를 ‘스트리트 상가’로 속여…다른 도면으로 광고” 주장
전체 110개 상가 중 7~8개만 운용…창고 임대 문의만 들어와

한국자산신탁 “2019년 신탁 종료…절차상 있던 잘못까지 시행사에 귀속”

[백세경제=최주연 기자] 제주 신공항 발표 후 장밋빛 투자처로 조명받았던 복합쇼핑몰 제주성산 리치유 클레시아(클레시아)가 거짓 광고 혐의로 한국자산신탁(한자신)을 비롯해 위탁사, 시공사, 분양대행사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실제와 전혀 다른 분양 광고로 계약자들에게 적게는 3억, 많게는 14억의 재산상 손해를 끼쳤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한자신이 이 사업의 기획부터 분양, 광고까지 모두 관여했고 그로 인해 수분양자는 물론 위탁사조차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자신은 위탁받은 업무를 수행한 것뿐이고, 2019년 신탁 종료됐기 때문에 이 일과 더 이상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본지]는 실제 피해자와 접촉해 클레시아 거짓 광고 내용과 피해 규모를 들여다봤다.


 

복합쇼핑몰 제주성산 리치유 클레시아가 거짓광고 혐의로 한국자산신탁을 비롯해 시행사, 분양대행사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사진은 분양광고 상의 완공된 건물 조감도.(사진=제보자)
복합쇼핑몰 제주성산 리치유 클레시아가 거짓광고 혐의로 한국자산신탁을 비롯해 시행사, 분양대행사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사진은 분양광고 상의 완공된 건물 조감도.(사진=제보자)

“전부 다 거짓이었어요. 고객을 위한 넉넉한 주차장도 없고 스트리트상가도 아니었어요. 주소 빼고 다 속였다는 말입니다”

A씨는 클레시아 110개 상가 중 한 개 상가를 분양받은 피해자였다. A씨에 따르면 상가 분양을 받은 피해자는 퇴직 직전의 40대 중반, 퇴직을 하고 노후를 준비하는 50대 후반, 60대까지도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서울에 거주했고 한국자산신탁이라는 국내 부동산 신탁 전문 회사가 당시 사업 전반을 맡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믿고 투자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국자산신탁 지분은 부동산 개발회사 엠디엠이 28.39%, 엠디엠플러스 10%, 문주현 엠디엠 회장이 15.11% 등이 최대주주로 특수관계인까지 총 53.62%를 점유하고 있다. 한국자산신탁은 사실상 문주현 회장의 회사지만 과거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자회사로 있던 전력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준정부기관처럼 종종 비춰지고 있다. 실제로 피해자들은 이러한 한자신을 믿고 투자를 결정했다.

클레시아는 한자신이 ‘개발형 토지신탁’을 통해 기획부터 청약공고, 광고까지 시행업무를 모두 맡아 진행했다. 시공사인 ‘일호종합건설’을 비롯해 위탁사 ‘일호주택’은 분양피해자들 사이에서도 ‘새내기 건설사’로 통한다.

“이 문제에서 한자신이 절대 빠져 나가면 안돼요. 분양공고나 광고도 한자신의 승인을 받아 진행됐거든요. 그런데 일호주택과 한자신이 계약할 때 애초에 민원이나 소송이 있을 경우 위탁사가 포괄 승계하기로 특약을 붙였더군요. 그러니까 한자신이 어떤 사기를 치더라도 일호주택이 책임을 지게 만든 겁니다. 공사비 650억도 한자신으로부터 못 받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주차장 없는 복합쇼핑몰, 스트리트 상가 아닌 ‘쪼개기 분양’

분양피해자들에 따르면 완공된 클레시아는 청약 당시 홍보 광고와 완전히 달랐다고 한다. 제주지역 특성상 차 없이는 이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주차장은 필수적인 편의시설이다. 계약자들을 모집하던 홍보 당시에는 지하2층 규모의 주차장 설계도를 보여줬지만 실제로는 지하 1층 규모 설계도로 변경했고 고객 전용 주차공간은 아예 만들어 놓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하2층 규모의 주차장 설계도를 보여줬지만 실제로는 지하 1층 규모 설계도로 변경했고 고객 전용 주차공간은 아예 만들어 놓지 않았다. 사진은 분양광고 사진.(사진=제보자)
지하2층 규모의 주차장 설계도를 보여줬지만 실제로는 지하 1층 규모 설계도로 변경했고 고객 전용 주차공간은 아예 만들어 놓지 않았다. 사진은 분양광고 사진.(사진=제보자)

“사기분양으로 피 빨아 먹는 회사예요. 다른 도시형 생활주택 도면으로 광고를 했어요. 주차장도 없는 이런 곳에 어느 누가 장사하겠다고 점포를 내고, 사람이 쇼핑을 하겠습니까.”

분양광고 상 클레시아는 탁 트인 스트리트 상가였다고 한다. 건축허가를 받기 전부터 ‘성산올레시아 아비뉴페스타’라는 등록되지 않은 건축명으로 홍보책자와 전단지, 광고영상을 만들어 배포했다. ‘아비뉴페스타’라는 상호는 스트리트 상가를 의미한다.

하지만 실제 완공된 건물은 스트리트 상가가 아닌 사방이 막힌 실내박스 상가였다. 총 2,720평의 상가에 가벽을 치고 유리문만 달아 분양하는 이른바 ‘쪼개기 분양’이었다. 이는 기획부동산의 분양사기 수법과 유사하다. 차량 진‧출입기를 설치한 소방도로에는 보행자 전용 길에 상가를 꾸민 것 같은 이미지로 홍보했다.

그밖에도 이 상가에는 애초에 다양한 점포가 들어올 수 없었다. 홍보된 도면에는 전문식당가라고 표기까지 해놨지만 화구를 쓰는 업종은 제한됐고 네이버 라인프렌드 스토어와 카카오프렌즈 샵 등 입점확정이라고 홍보했지만 그것도 거짓이었다.

“광고에는 스트리트 상가처럼 보이게 하려고 출입문을 모두 삭제해서 홍보했어요. 가장 비싼 상가는 실내에 기둥이 네 개씩이나 있는데, 설계도면에는 기둥을 숨겼고요. 기둥인지도 모르게 돼있어서 창문인가 싶었습니다.”

실제 완공된 건물은 스트리트 상가가 아닌 사방이 막힌 실내박스 상가였다.(사진=제보자)
실제 완공된 건물은 스트리트 상가가 아닌 사방이 막힌 실내박스 상가였다.(사진=제보자)

또 테마 상가라고 광고했던 클레시아 인근에는 쓰레기 분리장과 LPG가스충전소, 공조시설 등 과 개 수십 마리를 키우는 민가가 자리하고 있다.

한자신 상대로 9건의 소송 진행 중

이와 관련해 분양피해자들은 2019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신고했지만 해당 조사는 한자신 신탁 종료 이후부터 시작됐다.

“공정위에 신고 넣어도 조사를 하지 않는 거예요. 한자신만 끼면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오죽하면 문주현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 경희대 동창이라 힘이 있다는 말까지 돌겠습니까.”

피해분양자의 지속적인 이의제기로 지난해 7월 공정위는 한국자산신탁과 일호종합건설, 일호주택의 거짓‧과장 광고행위를 인정했다.

40여명의 분양피해자들은 한자신, 일호종합건설, 일호주택, 분양대행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형사 소송 3개와 민사 소송 6개다. 이와 별개로 한자신 김규철 대표에 대한 형사소송 건도 있다.

“제주지방법원에서 총 두 팀이 거짓광고로 소송을 했습니다. 한 팀은 승소를 했고, 한 팀은 패소했습니다. 같은 증거로 다른 판결이 나온 것도, 증거가 넘치는데 어떻게 원고가 패소할 수 있는지도 의아합니다.”

건축허가 나기 전 계약자 모집…계약금은 ‘한자신’ 계좌로

한편, 해당 건물은 토지에 대한 건축허가가 나기 전에 계약자가 모집됐고 계약금을 모았다. 일호주택은 2016년 7월 14일 건축허가를 신청했고 2016년 8월 24일에 건축 허가 받는다. 그리고 6일 뒤인 8월 30일 한자신과 신탁계약을 체결한다. 그러나 이 건물에 대한 사전청약모집은 2016년 6월부터 시작됐다. 건축허가도 받지 않은 땅에 계약금까지 받았다. 

“PF대출 많이 받으려고 사전 청약했던 거죠. 계약금 55억을 모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계약금은 분양대금 지정계좌가 아닌 한자신의 국민은행 계좌로 들어갔다. 이는 한자신과 일호가 신탁계약 전의 일이기 때문에 피해분양자들은 애초에 이 사업이 한자신의 기획이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한자신의 국민은행 계좌를 압수수색했으며, 신탁계약을 하기 전인 분양승인 이전에 받은 계약금을 관리해왔다는 점마저 의혹을 제기하고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한자신이 부지 개발 시점부터 일호를 찾아갔다고 하더라고요. 애초에 이 건물은 상가 분양 계약금과 위약금을 갈취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입니다”

현재 클레시아 상가 110호 중 100호가 넘는 상가가 2년 넘게 공실로 비어있는 상태다. 분양승인을 받기도 전에 완판마감을 했던 이 건물은 총 600여억원의 손해만 남긴 채 수십명의 피해분양자들이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자신 “2019년 신탁 종료, 신탁사와 관련 없는 일”

한자신은 이번 일들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2019년 신탁이 종료됐고 모든 업무가 시행사에 귀속됐다는 것이다.

한자신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백세시대]와의 전화 통화에서 분양 승인 전 계약자 모집 의혹과 관련해 “수탁 이후 분양 개시했다”면서 한자신과 관련 없음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호와는 2019년 신탁 종료됐다”면서 “1심에서 시행사가 승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 계약금이 한자신 계좌로 입금된 데 대해서는 “자금관리 대리사무”라면서 그밖에 거짓광고 의혹에 대한 물음에 “이렇든 저렇든 신탁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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