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국민 취미 ‘낚시’와 ‘등산’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국민 취미 ‘낚시’와 ‘등산’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5.07 14:22
  • 호수 7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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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연가인데다가 음주가무를 즐기고 매주 낚시를 떠나는 친구가 있다. 결혼 후 두 아이의 아빠가 됐을 때만해도 주말이면 담배를 입에 물고 소주 두어 병을 챙겨 냇가와 바다로 낚시를 떠났다. 그러다 셋째 아들을 낳고 나서 상황이 달라진다. 가족을 위해 대형 밴을 구입한 데다가 늘어난 양육비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생긴 것. 이때 친구의 선택은 놀라웠다. 단박에 술과 담배를 끊었다. 헌데 낚시는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친구의 밴에는 늘 낚시 장비가 있고 틈이 생길 때마다 근처 물가로 가서 낚싯대를 던진다고 한다. 낚시의 매력을 묻자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요약하자면 ‘재미있다’는 것이다. 미끼를 바꾸거나 낚싯줄, 낚싯대를 변경하며 고기와 ‘밀당’을 즐기는 게 늘 설렌다고도 했다. 고기가 물기 전까지 길고 긴 시간을 기다리며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는 건 덤이란다.

국내에서 낚시를 즐기는 인구는 10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한다. 이는 등산 인구와 비슷하다. 코로나 이전 유럽 등 해외여행을 갔을 때 동양인이 등산복을 입고 있으면 무조건 한국인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한국을 다녀 간 외국인들도 한국을 등산의 나라로 인식할 정도다.  

그만큼 등산과 낚시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취미 활동이다. 오죽하면 동호인들을 위한 전문 케이블 방송채널(FTV, 마운틴TV)이 있을 정도니. 미식축구와 사회인 야구를 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들을 위한 케이블 방송이 없는 것과 비교하면 그 위상은 더욱 높다.

하지만 지상파와 종편 등 인기 채널로 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등산의 경우 예능에서 가끔씩 출연자들을 골탕먹이는 요소로 사용할 뿐이다. 낚시 역시 마찬가지. 이유는 간단하다. 등산과 낚시는 같은 장면의 무한 반복이다. 즉, 매주 같은 걸 반복하면 재미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이런 태생적 악조건을 딛고 성공한 것이 채널A의 ‘도시어부’다. 2017년 시작한 ‘도시어부’는 5월 7일부터 세 번째 시즌이 방영된다. 한 시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명MC 이덕화와 이경규는 ‘낚시방송은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고 수많은 신입 강태공들을 양성하기도 했다.

TV는 아니지만 유튜브 채널에서 등산 콘텐츠를 활용해 큰 재미를 선사하는 이들도 있다.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피식대학’ 채널이 그 주인공이다. 지상파 3사 출신 개그맨들이 주측이 돼 만든 ‘피식대학’은 ‘한사랑산악회’라는 꽁트를 제작해 산악동호회를 패러디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등산과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방송의 다양성을 위해 이를 활용한 콘텐츠가 보다 활발히 제작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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