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김오수와 조남관
[백세시대 / 세상읽기] 김오수와 조남관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05.07 14:30
  • 호수 76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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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이 누가 되든 착하게 사는 서민들에겐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은 검찰에 불려갈 일이 평생에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자란 직업은 선하게 살더라도 세상사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기자가 세상의 이면을 무시한 채 순하게만 살면 나라가 망하기 때문이다. 

검찰총장 후보자로 내정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은 ‘검찰총장 자질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는 인물이다.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에서 후보자들-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검찰총장 직무대행), 구본선 광주고검장,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중에서 가장 낮은 표를 얻었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이는 물론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였다. 

재밌는 점은 추천위에서 김 전 차관과 관련한 논의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현직검사가 아니고 기수가 높다는 점 정도가 단점으로 거론됐고 장점 등에 대해선 별다른 말이 없었다는 얘기다. 오히려 추천위 관계자 사이에서 “김 전 차관이 왜 가장 유력후보로 거론되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실제 추천위에선 조남관 차장검사가 검찰 조직을 가장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있었다고 한다. 특히 최종 후보 4인방 중에서 가장 후배들의 신망이 두텁고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차장검사는 문재인 정부와도 인연이 깊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특별감찰반장을 맡았고 문 정부 출범 이후에는 국정원 감찰실장으로 파견돼 국정원 개혁을 이끌었다. 하지만 지난해 윤석열 전 총장 징계 사태 때 법무부에 징계 청구와 직무집행정지 처분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문 정부의 눈 밖에 났다. 그리고 검찰 중간간부급 인사를 앞두고 “핀셋 인사를 반대한다”고 해 다시 한 번 현 정권에 미운털이 박혔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조 차장검사가 이 정부로부터 완전히 남남이 된 계기가 바로 충북 진천 법무부연수원에서 신임부장검사들을 상대로 한 리더십 교육이었다. 조 차장검사는 이날 교육에서 "정의는 권력자가 아닌 국민을 향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장에 있어 장수의 의리는 충성에 있고, 그 충성은 임금이 아닌 백성을 향해 있어야 한다’는 영화 '명량'의 이순신 장군 대사를 인용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수사에서 검찰의 의리는 정의에 있고, 그 정의는 권력자가 아닌 국민을 향해 있어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 눈에 비친 검찰의 자화상은 '힘이 세고 무섭다. 강자에 약하다. 오만하고 폐쇄적이다'는 것"이라며, "항상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도록 솔선수범해 후배들을 따뜻하게 지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니 국민의 행복과 안위와는 거리가 먼, 내로남불과 오만, 불공정과 무능으로 상징되는 이 정부의 눈에 조 차장검사의 행동이 곱게 비칠 리가 없다. 

그에 대비되는 김오수 전 차관은 그럼 어떤 인물인가. 그는 박상기·조국·추미애 등 3명의 법무장관 밑에서 차관을 잇따라 지냈다. 정권이 불법을 덮으려는 고비마다 그가 등장했다. 조국 사태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하는 수사팀 구성을 검찰에 요구했다. 법으로 보장된 총장의 수사 지휘권을 아무 근거 없이 박탈해 정권 불법에 대한 수사를 뭉개려고 한 것이다.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을 감시하자 김 전 차관을 감사위원으로 보내려 했지만 최재형 감사원장이 감사원의 정치적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기도 했다. 더구나 김 전 차관은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금지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조사도 받고 있다.  

김오수 전 차관은 청문회를 무사통과할 것이다. 과연 청와대가 김 전 차관을 후보자로 내정한 것은 잘한 일일까. 국민 대다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 나라의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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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2021-05-08 03:17:17
강원도 인제군 어론리 이장입니다. 작년 우리마을 게이트볼장 개장관련 기사가 실려 알게되었는데 오랫만에 방문하였는데 오현주기자님의 들을 읽고 감동하였습니다. 요즘 사회정의가 일찌감치 실종되고 '내로남불'이 판치는 시대에 기자의 정론직필(正論直筆)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기사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