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살고 싶다면 경쟁력을 갖추길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살고 싶다면 경쟁력을 갖추길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5.14 13:42
  • 호수 7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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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도 손님이 바글바글하더라.”

지난 어버이날 부모님댁에 방문했을 때 어머니는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가는 손칼국수집 소식을 필자에게 전했다. 해당 칼국수집은 경기 구리시 인근에 사는 사람들에게 이름을 대면 알 정도로 유명한 맛집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입기 시작한 지난해 3월 이후에도 매일 문전성시를 이뤘다. 테이블이 10개 정도밖에 되지 않아 1시간씩 기다리는 건 기본이었다.

그러다 해당 식당은 같은 해 8월경 인근에 독립건물을 지어 확장 이전했다. 이사하기 직전 가게에 방문했을 때 사장님은 “새 가게는 현재보다 3배 정도 커지니 기다릴 일이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꾸준히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어머니를 비롯한 단골손님 상당수는 맛이 변할까 걱정했다. 가게가 커진 만큼 준비하는 양이 많아질 테니 당연히 맛도 떨어질 것이란 우려였다. 이러한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이전하고 얼마 뒤 필자는 해당 식당을 방문했는데 칼국수에서 이전에는 느껴본 적 없는 밀가루 맛이 났다. 단골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새어 나왔고 결국 아무 때나 가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한산해지기도 했다. 사장님은 애써 “코로나19로 인해 타격을 받은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위기는 거기까지였다.

손님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인 칼국수집은 이전한 지 두어 달이 지난 시점부터 옛 맛을 되찾기 시작했다. 금세 소문이 났고 다시 줄 서서 먹는 맛집으로 되돌아갔다. 경쟁력만 갖추면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반면 영화관은 경쟁력을 잃고 점차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5월 12일 멀티플렉스 3사를 비롯한 영화관업계 관계자들은 긴급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와 관련해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영화관의 도태는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가 등장할 때부터 이미 예견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은 하지 않았다. 수입이 줄 때마다 가격 인상으로만 대응했고, 보다 많은 관객을 유도하기 위한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더군다나 국내 1위 멀티플렉스인 CGV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1000원씩 두 차례나 요금을 인상하기도 했다. 이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건… 블랙코미디 같기도 하다.

대중이 원하는 요소를 갖춰 경쟁력을 갖춘다면 코로나 시대에도 문전성시를 이루는 칼국수집처럼 되레 잘나갈 수 있다. 현재 영화관이 스스로 극복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위기를 직면했다는 것은 인정한다. 다만 벌써부터 정부에 손을 뻗는다면 OTT의 급성장으로 인해 닥쳐올 더 큰 파고는 어찌 넘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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