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꼴찌’를 ‘우등생’으로
[백세시대 / 세상읽기] ‘꼴찌’를 ‘우등생’으로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05.28 14:11
  • 호수 7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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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만에 2억원을 벌었다”. 이런 ‘꿀단지’가 어디 있을까. 암호화폐 얘기가 아니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일 년도 안 된 사이에 수억원대의 돈을 챙겼다는 말이다. 김 후보자는 법무부 차관 퇴임 이후 지난해 9월부터 지난 4월까지 변호사로 활동하며 모두 22건을 수임해 2억원의 자문료를 받았다.

그 중 국민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한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사기사건 4건이 포함돼 있다. 라임 펀드 사기는 투자자 4000여명에게 1조60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옵티머스 펀드 사기사건은 1100여명의 투자자에게 4000억원대의 피해를 줬다. 

김 후보자는 옵티머스 펀드 사기사건과 관련해 배임 혐의를 받는 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과 투자증권 관련 팀장 A씨의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에서 ‘법무부 차관으로서 보고 받는 자리에 있다가 퇴임하자 바로 이 사건의 변호를 맡는 건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펀드 운용자 변호엔 관여하지 않았고 변호사로서 합법적인 절차를 걸쳐 업무를 수행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짧은 변호사 기간에 대해서 “국민의 애환을 가까이서 경험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는 말도 했다. 

직접적인 이해 충돌은 아니더라도 고위 공직자 출신이 국민적 공분을 사는 사건을 수임한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더구나 펀드를 설계하고 운용한 피의자를 변호하지 않았으니 문제없다는 식의 답변은 인간적으로 무책임하고 비양심적이라는 소리를 들어 마땅하다. 

‘국민의 애환을 경험하는 소중한 시간…’ 운운하는 말에선 심한 모멸감까지 느껴진다. 이런 법의식과 인격의 소유자가 대한민국 법 집행의 수장 자리에 앉는다면 과연 이 나라의 법질서가 제대로 잡힐지 의문이다. 

김오수 후보자는 애당초 검찰총장으로서 미흡한 인물이다.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4월 29일 최종후보 4명을 압축해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할 때부터 김 후보자는 4명 중 꼴찌일 정도로 법조계에선 신망이 두텁지 않았다. 그런데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김 후보자를 1순위로 제청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그를 차기 총장 후보자로 지명한 것이다. 

김오수 후보자는 문재인 정권에서 박상기·조국·추미애 등 법무장관 3명이 바뀌는 동안 차관으로 22개월 장수했다. 그동안 정권 불법과 그 은폐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그는 법무부와 검찰 재직 시 정치적으로 편향을 보였다는 지적을 받는다. 차관 시절 조국 전 정관 수사에 대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배제한 특별 수사팀을 제안해 검사들의 반발을 샀다. 

그는 김학의 불법 출금을 승인한 혐의로 이미 수사를 받는 몸이다. 당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본부장의 보고를 받고 출국 금지를 불법으로 승인했다는 것이다.

조국 사태 당시 문 대통령은 김 후보자를 청와대로 불러 이른바 검찰개혁을 주문했다. 이후 김 후보자는 정권 불법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청와대가 하지 말라면 안 하겠다는 식의 검찰 개혁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대통령은 김 후보자를 ‘우리 차관’이라고 불렀다. 

정권의 주요 불법 중 하나인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을 감사원이 감사하자 문 정권은 그를 감사위원으로 보내 감사를 뭉개려 했지만 최재형 감사원장이 감사원의 정치적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해 불발되기도 했다. 

지금 문 정권은 검찰총장이나 법무장관 허가 없이는 일선 지검, 지청이 정권 불법을 수사할 수 없도록 만들려 한다. 국민은 원전 조기 폐쇄, 청와대 울산시장 부정선거 개입, 조국 가족의 일탈 행위, 실패한 부동산 정책 등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정신·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이 정권은 김오수 후보자가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합심해 정권을 비호하는 방패막이 역할을 착실히 수행해줄 것을 기대하며 ‘꼴찌’를 ‘우등생’으로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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