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늬 카디건 등 ‘할매 감성’에 푹 빠진 젊은이들
꽃무늬 카디건 등 ‘할매 감성’에 푹 빠진 젊은이들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1.05.28 14:55
  • 호수 7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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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 저격한 ‘할매니얼’ 열풍
흑임자, 인절미 등으로 만든 간식과 다양한 색이 들어간 원피스 등 옛것을 새롭게 재해석해 즐기는 ‘할매니얼’이 젊은세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흑임자, 인절미 등으로 만든 간식과 다양한 색이 들어간 원피스 등 옛것을 새롭게 재해석해 즐기는 ‘할매니얼’이 젊은세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인절미 맛 아이스크림, 쌉싸름한 ‘쑥라떼’ 등 옛맛 나는 먹거리 인기

여러 색상이 조합된 ‘니트 카디건’… 발목까지 내려오는 ‘주름 치마’도

[백세시대=배지영기자] 최근 젊은 세대에서 ‘할매 감성’이 인기다. 심지어 ‘할매니얼’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이다. ‘할매니얼’은 할매(할머니의 사투리)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의 합성어로, 젊은 세대에 스며든 옛날 감성이나 상품 및 트렌드를 의미한다.

특히 먹거리에서 ‘할매 취향’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주로 중장년층 입맛에 맞는 것으로 알려진 녹차·흑임자·인절미 등의 식품이 젊은 세대에게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패션도 예외가 아니다. 할머니들이 입을 법한 빈티지 느낌의 긴 치마나 카디건을 입은 사진들이 SNS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젊은 세대를 사로잡는 할매니얼이 우리 일상 속에서 어떻게 자리잡고 있는지 살펴본다.

◇고소하고 건강한 맛에 빠진 젊은 세대

요즘 SNS(소셜네트워크)에는 ‘할머니 입맛’의 대표주자였던 녹차, 흑임자, 인절미, 쑥으로 만든 간식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단맛, 달고 짠맛, 맵고 짠맛 등 자극적인 맛이 유행했는데 이젠 옛것을 새롭게 재해석해 즐기고 소비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고소하고 건강한 맛의 제품이 시선을 끌고 있는 것이다.

삼육두유는 편의점과의 협업으로 밀레니얼 세대에게 어필했다. CU 편의점과 함께 삼육두유 호빵, 쫀득롤케익 삼육두유, 삼육두유 마카롱을 출시해 기존의 한물간 이미지를 할매 맛 열풍에 절묘하게 녹여 냈기 때문이다. 

특히 두유 본연의 맛을 강조한 ‘삼육두유 콘’은 토핑 하나 없는 순수한 두유 맛으로 지난해 출시되자마자 콘 아이스크림 분야에서 단숨에 매출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부모님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으로 알려진 빙그레의 ‘비비빅’은 인절미 맛, 흑임자 맛, 단호박 맛을 차례로 출시했다. 특히 인절미 맛의 ‘비비빅 더 프라임 인절미’는 특별한 마케팅 활동 없이도 출시 1년간 250만 개 이상 팔리며 할매 맛 열풍을 보여줬다.

최근 카페에서는 쑥을 넣은 음료들이 눈에 띈다. 쑥 특유의 쌉싸름한 맛과 향을 개성적으로 살리면서 진한 초록색도 강조한 것이다. 쑥라테는 쌉싸름한 맛이 주이지만 우유의 고소함, 시럽의 달콤함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부드럽게 느껴진다.

할매 감성은 스낵류에도 깃든다. 이가 깨질 것처럼 딱딱한 옥수수 알갱이 과자가 다시 등장했고, 인절미 맛 과자에 크림을 발라 만든 쿠키 샌드도 출시됐다. 작은 제과점에서 직접 만드는 마카롱이나 다쿠아즈(겉이 바삭하고 속이 부드러우면서 폭신한 과자)에도 팥, 쑥, 흑임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깨, 콩, 팥, 쑥 등을 생크림, 버터, 크림치즈 등과 섞어 과자나 빵에 맛을 더하기도 한다. 동서양이 조화를 이루는 이 ‘할매식 크림’은 찹쌀떡에 앙금 대신 들어가기도 한다.

대표적인 식품으로는 오리온의 ‘초코파이’가 있다. 새로 출시된 ‘찰 초코파이’는 기존 초코파이에 한국 전통 디저트인 떡을 접목한 제품으로, 기존 마시멜로 대신 인절미, 흑임자 초콜릿과 스프레드가 들어가 있어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최근엔 팥앙금과 생크림을 조합한 ‘앙크림’이 들어간 ‘찰 초코파이 앙크림’을 출시하기도 했다.

롯데제과의 ‘뻥쿠아즈’는 프랑스 정통 디저트인 다쿠아즈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제품이다. 쌀로 만든 뻥튀기를 활용한 것이 특징이며, 버터크림 대신 인절미 크림을 넣어 특유의 고소함을 강조했다.

◇꽃무늬 카디건에 주름치마 ‘그래니룩’

패션업계에서도 ‘할매니얼’ 열풍이 불고 있다. 기성세대들에겐 추억과 향수를 안겨 주고, 젊은층에게는 B급 감성의 스타일로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일명 ‘할미룩’ 또는 ‘그래니룩’이라고 불린다. 

화려한 꽃무늬가 자수된 블라우스나 카디건, 펑퍼짐하고 강렬한 색깔의 원피스나 긴 주름치마 등 얼핏 촌스러울 수도 있는 패턴과 스타일이 특징이다.

그래니룩의 대표 상품은 니트 카디건이다. 특히 여러 가지 색상이 패치워크(색깔, 무늬, 크기, 모양이 각기 다른 천을 이어 붙이는 방식) 식으로 조합되거나 강렬한 원색, 다채로운 패턴이나 자수 등이 들어간 제품들이 인기이다. 

발목 위까지 내려오는 긴 스커트도 복고 열풍의 주역으로 꼽힌다. 긴 기장의 주름 스커트는 체형을 커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활동성이 뛰어나며, 더불어 형형색색의 꽃무늬 패턴까지 있다면 그래니룩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촌스럽지 않으려면 적절한 믹스 앤 매치로 스타일링하는 것이 관건이다. 펑퍼짐한 재킷과 꽃무늬 치마가 더해지면 사랑스러운 느낌과 동시에 도시적인 느낌을 표출할 수 있다. 화사한 프린팅이 부담스럽다면 신발이나 액세서리로 포인트 스타일링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더불어 다양한 컬러의 비즈 장식 귀걸이, 또는 옷차림과 동일한 컬러의 스타킹 등 할머니의 손길이 닿은 듯 정성을 들인 스타일링 또한 많이 활용된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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