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다시 읽기 11] 온갖 변화 속에서도 일정한 마음
[채근담 다시 읽기 11] 온갖 변화 속에서도 일정한 마음
  • 백세시대
  • 승인 2021.06.04 13:29
  • 호수 7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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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변화 속에서도 일정한 마음

학자가 동정(動靜: 움직임과 멈춤)에 따라 지조를 달리하고, 훤적(喧寂: 시끄럽고 조용함)에 따라 취향을 달리하면, 이것은 단련이 덜 되고 마음이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반드시 지조를 보존하고 함양하여 흘러가지 않는 구름과 잔잔한 물 가운데서도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는 기상을 갖추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곳에서도 물결이 잠잠해지는 풍광을 갖추면 비로소 만 가지 변화에도 한결같은 오묘함을  볼 수 있으리라.

學者動靜殊操 喧寂異趣 還是煅煉未熟 心神混淆故耳

학자동정수조 훤적이취 환시단련미숙 심신혼효고이

須是操存涵養 定雲止水中 有鳶飛魚躍的景象

수시조존함양 정운지수중 유연비어약적경상

風狂雨驟處 有波恬浪靜的風光 纔見處一化齊之妙

풍광우취처 유파염낭정적풍광 재견처일화제지묘


◆만해 강의

도를 배우는 사람이 움직이고 멈춤에 따라 몸가짐이 변하고, 시끄럽고 조용한 상황에 따라 취향을 바꾸어 시끄러울 때에는 바쁘고, 조용할 때에는 가라앉아 암울해지는 등 외부 환경에 따라 변하는 것은 망령된 생각과 객쩍은 혈기를 다스리지 못하고 심신이 혼란하기 때문이다. 

반드시 심신을 함양하여 머물러 있는 구름, 흐르지 않는 물의 고요 속에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는 기상을 갖추고, 비바람 몰아쳐 요란한 곳에서도 물결 고요하여 맑고 깨끗한 풍광을 가져야 한다. 이는 고요한 가운데서 시끄러움의 이치를 보고, 시끄러운 가운데 정적의 이치를 보는 것이다. 또한 움직임‧멈춤에 몸가짐을 달리하고, 시끄러움‧조용함에 마음의 자세를 달리하는 집착을 제거하는 것이다. 모든 곳이 다 같고 모든 변화가 균등한 오묘한 이치가 여기에 있다.

◆한줄 생각

‘분위기 메이커’란 말이 있다. 모임이나 행사에서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으면 밝은 에너지로 활기를 불어넣는 사람을 가리킨다. 본문은 여기에 ‘시끄러운 곳에서도 차분함을 유지하는’ 자세를 함께 강조한다. 결국 상황에 끌려가고 분위기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평정심을 바탕으로 상황을 지배하는 힘을 기를 것을 권고한다. 이런 정신력은 오랜 연단과 경륜이 없다면 이를 수 없는 경지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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