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베스트셀러, 아무나 하나”
[백세시대 / 세상읽기] “베스트셀러, 아무나 하나”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06.04 13:52
  • 호수 7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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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은 여전히 실세인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이 나오자마자 10만부가 팔려나가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한다. 추측으로는 30만부까지도 바라본다. 서초동 집회에 참가한 이들이 그 정도 숫자였으니 책 한 권 정도는 사줄 것으로 예상해서다.

‘조국 사태’에 관련된 한 법률가는 “조국은 여전히 막강한 권력자다. 정권과 집권당 정치인, 친정권 언론, 어용단체, 어용지식인들의 옹호가 그대로고, 공소장 공개 금지, 포토라인 금지 같은 이전에 없던 제도로 특별히 보호 받았다. 반면에 그를 수사한 검찰총장과 검사들은 전부 모욕당하며 쫓겨나고 좌천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서 조국을 수사한 통영지청 강백신 부장검사는 지난해 8월 통영지청으로 좌천됐다.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간 뒤엔 공소 유지를 위해 버스로 왕복 9시간 거리인 서울중앙지법을 지금도 매주 오가고 있다. 

조 전 장관은 회고록에 “더 늦기 전에 최소한의 해명을 하고 죽을 힘 다해 한 걸음이라도 내디딜 것”이라고 썼다. 517쪽의 방대한 반론과 주장은 그의 권리이다. 그러나 조 전 장관 부인은 1심에서 14개 혐의 중 10개가 인정돼 법정 구속됐다. 지녀 입시비리는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도 회고록 출간 직후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송 대표는 “국민과 청년들의 상처 받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면서 공정과 정의를 누구보다 크게 외치고 남을 단죄했던 우리가 과연 자기 문제와 자녀들의 문제에 그런 원칙을 지켜왔는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고개를 숙였던 것이다.

조 전 장관의 책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비난하는 대목이 많았다. 한동훈 검사장은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반박했다. 그는 “누구라도 나서서 할 말을 하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서 인터뷰를 했고 그러지 않으면 힘을 가진 쪽이 왜곡한 이런 거짓 기록이 나중에 진실 행세를 할 것”이라고 나서게 된 이유를 밝혔다.

한동훈 검사장은 조 전 장관 관련 사건을 수사했다가 좌천만 세 번 당했다. 현 정권 출범 후 3년여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적폐 수사를 할 땐 여권이 든든한 버팀목을 자처했다. 수사대상이 ‘살아 있는 권력’으로 바뀌자 상황이 돌변해 자신이 숙청 대상이 됐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의 혐의는 권력비리가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 검사장은 이에 대해 “조국 사건은 권력이 총동원돼 권력자 조국에 대한 수사를 막고 검찰에 보복하는 순간 공정과 상식을 파괴하는 최악의 권력비리가 된 것이다. 그를 옹호해놓고 국민에게 룰을 지키라고 할 수 있겠나. 조국 사태는 룰과 상식을 파괴해서 이 나라를 굉장히 후지게 만들었다”고 반박했다.

조 전 장관은 책에다 ‘사소한 도덕적 잘못’이라는 취지의 글도 남겼다. 한 검사장은 “이 나라 국민 중 어느 누가 입시서류를 매번 위조하나? 교사 채용하고 뒷돈 받나? 미공개정보로 차명주식을 사나? 자기편이라고 감찰을 무마하나? 한밤중에 증거를 빼돌리나? 우리나라가 이런 범죄들을 평범하고 일상적인 걸로 여기는 나라였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 상식 있는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수사가 가혹했고 사냥 같았다’라고도 했다. 한 검사장은 이 부분과 관련해서도 “수사팀은 권력을 동원한 여론전, 수사방해, 각종 음모론 유포에 맞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검찰의 임무다. 조국 측은 정경심 판결문에 나오듯 ‘진실을 말하는 사람에게 고통을’ 가하면서 집요하게 수사를 방해했고, ‘증거인멸을 증거보전’이라고 혹세무민했다. 이들의 휴대폰도 압수하지 않았고 입시 당사자인 조민을 기소하지도 않았는데 과도한 수사라는 건 틀린 말”이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회고록을 “가족의 피를 펜으로 찍어서 쓴다”고 했다. 그가 즐겨 쓰는 ‘육참골단’(肉斬骨斷: 자신의 살(肉)을 베어 주고(斬), 상대방의 뼈(骨)를 자른다(斷)는 뜻. 작은 손실을 보는 대신에 큰 승리를 거둔다는 전략)이라는 표현처럼 강하기만 할 뿐 전혀 ‘울림’이 없다. 그가 하는 말과 글은 모두 그와 같다. 그래서인가. 이 정권의 ‘내로남불’을 대표하는 인물로 종종 그가 소환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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