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리아의 브랜드는 ‘고스톱’인가
[기고] 코리아의 브랜드는 ‘고스톱’인가
  • 천기석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 승인 2021.06.11 13:50
  • 호수 7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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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기석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천기석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오래 전의 얘기다. 교육부는 시생을 이탈리아 국립 나폴리대학교에 한국학 강의교수로 파견하였다.

나는 로마에 숙소가 있어서 강의하러 월요일 새벽에 나폴리로 떠나야 했다. 나폴리대에서 수요일에 강의를 마치면 로마로 귀가를 서두른다. 나폴리는 3대 미항이나 마피아와 까모라(범죄조직의 하나)가 있어서 무서운 곳이기도 하다. 거기에는 내가 머무는 호텔이 하나 정해져 있고 그 호텔에는 각국의 숙박객에 알리는 안내문이 하나 있었다.

“미국사람은 밤 10시까지 돌아오라. 영국사람은 밤늦게 햄릿을 읽지 말라. 이탈리아인은 밤늦게 노래를 부르지 말라. 그리고 한국인에게는 밤늦게 고스톱을 하지 말라”는 주문이 있다. 시간이 흘러서 안내문은 보이지 않고 그런 말들만 전해지고 있다. 나폴리대 동료 교수들은 나를 보고 ‘Professore  Go-Stop’(고스톱 교수)이란 농담을 걸어오기도 하였다. 나는 그때마다 프랑스 교수에게는 ‘Professore Frog’(개구리 교수), 영국 교수에게는 ‘Professore Beef steak’(비프스테이크 교수)라고 맞대응을 했다. 

필자 보고 ‘고스톱 교수’라 농담

그로부터 몇 해 뒤 한국과 이탈리아 대학과의 학술 교류협의로 현지에 출장을 다녀오게 되었다. 그렇지만 내 마음은 늘 찜찜하였다. 코리아는 고스톱의 나라인가? 이런 마음을 지울 수가 없어서다. 그 마음이 조국애란 말인가? 오늘의 우리나라 현실은 어떠한가? 여전히 바뀐 것이 따로 없는 것 같다. 

내가 사는 대구인구는 250만, 시니어 인구는 40만에 이른다는 보도다. 대구에는 경로당이 1500개나 있다고 들었다. 경로당 한 곳의 인원을 30명으로 계산하면 45만명에 이른다. 전국 경로당은 6만7000개에 이른다. 2025년에는 우리나라 시니어 인구가 1000만명이 될 것이란 보고가 있다. 아직도 경로당에는 화투를 치는 인구가 적지 않다고 한다. 우리 지역의 모습만은 아닐 것이다. 화투가 치매에 도움을 준다고 과대포장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치매예방에는 다른 비방이 더 많이 있을 것이다.

이제는 시니어문화의 프레임을 바꾸어야 한다. 

지구촌 시대 시니어문화의 멋진 흐름을 좀 따르도록 하면 어떨까? 우리사회에 좀 플러스가 되는 시니어가 되어보면 어떨까 싶다. 우리 시니어는 일제강점, 한국전쟁, 보릿고개를 넘어 산업화를 이루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럼에도 우리 시니어들이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꼰대로 자리매김 되는 것은 가슴이 아프다.  

시니어 문화의 프레임 바꿔야

시니어 사관학교를 하나 신설하자.

이것은 나의 제안이다. 우리나라에 평생교육원(노인대학)이 많다. ‘평생교육원은 있으나 평생교육은 없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제는 교과프로그램을 바꿔야겠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래하고 춤추고 시니어들의 입맛에 이끌리는 교육이 아니라 시니어문화를 국제화의 수준으로 바꾸어보면 가치 있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시니어문화를 바꿀 시니어 사관학교를 하나 세우자는 것이 나의 소망이다. 여기에서 시니어 사회를 이끌 일꾼들을 양성하면 좋을 것이다. 정년 후 평생교육원에서 강연하면서 오랜 시간 느낀 결과이다.

시니어 사관학교 세워 리더 양성을

우리사회는 고급공무원으로 정년을 마친 석학들이 늘비하다. 그들에게 이 사회를 이끌 기회를 기대하면 어떨까? 이제는 세대교체가 절실하다. 새로운 시니어문화 프레임의 수립이 아쉽다. 시니어문화의 세계화를 이뤄야겠다. 그리하여 후손에게 값진 사회를 마련하여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시니어사회를 이끌 이야기꾼을 양성하는 장치가 주어지면 좋겠다는 심경이다. 시니어사관학교를 만들어서 시니어 리더를 양성하여 전국 경로당에 강연하도록 해보자. 재미나는 역사와 문화를 강의하면 어떨까 간언하고 싶다. 

책을 읽는 사회를 만들자. 

시니어들이 그 일에 앞장서도록 하자. 유럽의 독일이나 가까이 일본을 가봐도 모두 전철에서도 책을 읽는다. 우리 시니어들도 그렇게 하여 오늘보다 다른 내일을 열어보자. 지하철에서 책을 펴자. 그리고 신문을 읽자. 고스톱 문화에만 머물러 있지 말자. 젊은이들에게 좋은 모델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오늘 하루살이가 비탈지더라도 우리의 황혼을 보다 가치 있고 아름답게 물들여서 후손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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