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복통과 설사 증상 잦으면 ‘크론병’일 가능성
평소 복통과 설사 증상 잦으면 ‘크론병’일 가능성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1.06.11 15:21
  • 호수 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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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론병의 증상과 치료
복통, 설사, 체중감소 등이 수 주 이상 지속되면 크론병을 의심하고 관련 검사를 받아야 한다
복통, 설사, 체중감소 등이 수 주 이상 지속되면 크론병을 의심하고 관련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입부터 항문까지 만성적인 염증…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증상 비슷 

체중 감소, 항문 질환 동반 많아… 제때 치료 못하면 다양한 합병증

[백세시대=배지영기자] 조인호(58) 씨는 최근 원인 모를 설사, 복통 증상과 함께 두세 달간 갑자기 체중이 10kg 넘게 빠지면서 몸에 이상을 느꼈다. 조씨는 병원에 방문해 내시경 검사를 받았고 의사로부터 대장·소장, 항문에 염증이 발생하는 ‘크론병’이라는 진단을 받게 됐다.

유난히 배앓이가 잦은 사람들이 있다. 수시로 찾아오는 복통에다 심할 땐 하루에도 몇 번씩 설사를 하는 통에 배변 때마다 심한 고통을 호소하곤 한다. 이때 대개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떠올리지만, 최근 들어 염증성 장질환 중 하나인 크론병 진단을 받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염증성 장질환이란 소화기관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 있는데, 둘 다 만성적인 염증이 있지만 크론병은 입부터 항문까지 모든 소화기관에,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만 국한돼 증상이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그동안 크론병은 국내에선 희귀질환으로 분류될 만큼 발병률이 높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엔 환자가 부쩍 늘어 연간 2만 명을 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크론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만6728명(2014년)에서 2만2408명(2018년)으로 4년새 34%나 급증했다. 

◇크론병의 원인

크론병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적 소인, 생활환경, 비정상적인 면역계 반응, 장내 세균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구화된 식습관도 발병에 기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크론병이 일부 유전적인 소인을 갖는 환자에서 좀 더 많이 발생하고 있고, 가족력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단정적으로 유전적 이상으로 질병이 생긴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유전적인 소인은 있지만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유전 질환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가족 내에 발병률이 다소 증가하는 가족성 질환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즉, 본인이 크론병 환자라도 자녀에게 크론병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크론병의 증상

크론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복통, 설사, 체중감소 등이다. 이 증상이 수 주 이상 지속되면 크론병을 의심할 수 있다. 이 증상과 함께 혈변, 발열, 피로, 항문 주위 통증이나 진물, 잘 낫지 않는 치열, 구토, 구역, 구강 내 통증, 성장 지체, 빈혈 등도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소화관 염증으로 인해 전신에 영향을 미쳐 기운이 없어지고 피로하며 식욕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초기 증상이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유사하다보니 잘못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과민성 대장증후군 역시 만성 복통이 나타날 수 있지만, 크론병과는 다르게 자는 동안엔 복통이나 설사가 드물고, 체중감소도 잘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 크론병은 항문 주위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백인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흔한 증상으로 치핵, 치루, 치열, 항문 주위 고름집인 농양이 크론병에 흔히 동반된다. 그러다보니 항문 증상이 먼저 발생한 후, 나중에 크론병이 진단되는 예도 있다. 

만약에 혈변을 보거나 항문 출혈 또는 항문 통증이 있으면 치질일 수도 있지만, 크론병과 같은 염증성 장질환 때문이거나, 치질과 크론병이 동반된 것일 수도 있다.

이밖에도 증상이 유사한 질환으로는 급성 장염, 음식 알레르기, 궤양성 대장염, 장 결핵, 베체트 장염 등이 있어 감별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크론병이 의심될 때에는 꼭 전문의의 진찰을 받고 필요한 경우 상세한 검사들을 받아야 한다.

크론병은 혈액검사, 대변검사, 내시경검사, 조직검사, 영상검사 등을 종합해 진단한다. 소장 침범이 의심된다면 캡슐내시경 검사 또는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와 같은 영상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지정선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크론병 환자의 10%는 진단될 때, 30% 정도는 진단 1년 이내에 구강, 피부, 관절, 간, 눈 등에 장외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크론병의 치료

크론병은 증상이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하는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완치됐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보통 관해기와 활동기가 번갈아 나타난다. 관해기란, 증상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는 기간을 말한다. 이에 관해기를 얼마나 길게 유지하는 지가 치료의 관건이 된다.

아쉽게도 크론병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는 아직 없다. 크론병의 치료 목표는 장 염증을 가라앉히고 설사나 복통, 혈변 등의 증상을 없애서 질환의 진행을 늦추고 정상 생활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약물치료로 관해기를 길게 유도하고 증상이 호전되면 약의 종류와 용량을 조절해 관해기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약물치료는 병변의 심한 정도, 범위, 합병증 유무 등에 따라 5-아미노살리실산, 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항생제, 생물학적제제 등을 적절하게 조합해 사용한다. 특히 최근에 개발된 생물학적제제는 염증을 감소시키고 점막을 치유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지 교수는 “크론병은 완치보다는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만성적 재발성 질환”이라며 “증상이 호전됐다고 치료를 중단하면 대부분의 경우 재발하고 합병증의 위험이 증가하므로 잦은 복통이나 설사 등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늦지 않게 병원을 찾아 올바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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