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조 대한노인회 서울 용산구지회장 “노인 훈·포장 보다 경로당에 좋은 일 한 청년에 상 줘야”
김성조 대한노인회 서울 용산구지회장 “노인 훈·포장 보다 경로당에 좋은 일 한 청년에 상 줘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06.18 14:09
  • 호수 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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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대국 이룬 노인에 국가가 마땅히 예우해야… 지자체에도 당당히    

지회장 수당, 지회 운영비로 돌려… 사비 들여 경로당 회장 병문안도

[백세시대=오현주기자] ‘선거공약이 없는 지회장’, ‘수당을 받지 않는 지회장’, ‘지자체에 당당한 지회장’. 김성조(72)서울 용산구지회장에 어울리는 수식어이다. 김 지회장은 2018년 3월, 무투표로 지회장에 선출돼 현재에 이르렀다. 

김 지회장은 “노인회가 무엇 하는 곳인지 모른 채 지회장 자리를 권유 받고 단독 추대된 연유로 선거공약이 따로 없었다”면서도 “노인회에 들어와 보니 개선할 점들이 눈에 띄었고 그것들을 바로 잡느라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4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에 위치한 용산구지회에서 김 지회장을 만나 남다른 지회 운영과 지나온 삶을 들었다.

-지회가 서울연합회와 한 건물에 있다.

“이곳의 땅은 당시 경제기획원, 건물은 용산구청 소유이다. 서울연합회가 두 차례 리모델링을 해 깨끗한 편이다.” 

-코로나 백신 접종은 잘 되고 있는지.

“저는 6월 1일 1차 백신을 맞았고 경로당 회원 40%가 2차 접종을 마쳤다. 오늘부터 백신 접종을 한 회원은 14일이 경과한 후 경로당에 나올 수 있다. 물론 식사는 아직은 못한다.”

김 지회장은 정부 시책 발표 전 경로당 회원들로 하여금 백신 주사를 하루라도 빨리 맞게끔 설득하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김 지회장은 “구청에서 뭐라 해도 백신 접종을 마친 회원에 한해선 경로당을 개방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경로당에서 급식은 아주 중요하다.

“맞는 말이다. 제 경우도 그렇지만 70 넘은 아내에게 밥 차려달라고 하기는 미안한 일이다. 그렇다고 며느리에게 달랄 수도 없고…. 노인들이 끼니를 챙기지 못하는 건 힘이 들어서다. 경로당에 나와 동료들과 따듯한 밥 한 끼 먹고 오후에 인근서 개업한 식당, 가게 등에서 가져오는 떡, 요구르트 나눠 먹으며 즐겁게 얘기 나누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우리가 88개 경로당, 회원 5000여명을 두었다. 사립(아파트 경로당)은 시설이 좋지만 구립은 열악한 곳도 있다. 대부분의 경로당이 집보다 가전제품도 잘 갖춰있고 냉난방도 잘 돼 만족스러워 한다. 어디가 고장 나면 구청에서 바로 고쳐주니까 불편함도 못 느낀다.”

-경로당 분위기는 어떤가.

“제가 선거 직후에 전 경로당을 돌았다. 지회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나마 경로당에 나와 식사라도 하는 회원은 나은 편이다.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은 빈 박스, 폐지 주우러 다니느라 경로당에 나올 시간이 없다. 그리고 자기 집이 있는 노인은 경로당에 나와서도 대접을 받지만 세 들어 사는 노인은 경로당에서도 왕따를 당하는 것 같더라. 정부가 세밀하게 살펴 복지정책을 펴야 한다.”

-취임 이후 경로당 수가 얼마나 늘었나.

“여기가 30억대 아파트가 있는 용산구 아닌가. 제가 온 후로 경로당 4개가 늘었다. 경로당 확충이 힘든 건 첫째, 땅값이 너무 비싸 경로당 부지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경로당이 혐오시설이 아닌데도 그런 인식들을 갖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구청에서 노인회 지원을 잘 해주는지.

“구청장을 비롯 일선 공무원들이 자기 부모보다 더 효성 깊게 어르신들을 모신다. 제가 타고난 성격 탓인지 먼저 무얼 해 달라고 손을 벌리지 못한다. 그보다도 이 나라를 경제 대국의 반열에 오르게 한 노인들이 마땅히 대접을 받아야 한다. 노인이 구걸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는가. 또 지자체로부터 노인일자리 사업을 위탁 받아 노인회가 해주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다행히 구청에서 알아서 먼저 해줘 고마움도 느낀다.”

-선거공약은 잘 실현되고 있는지.

“노인회가 어떤 단체인지 모르는 상태로 들어와 선거공약도 없다. 와서 보니 직원들 급여 수준이 열악하고 운영 면에서 개선할 부분이 눈에 띄더라. 남은 임기 동안 그런 일들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김성조 서울 용산구지회장(사진 중앙)이 직원들과 단체기념 촬영했다. 김 지회장 왼편이 김봉식 사무국장.
김성조 서울 용산구지회장(사진 중앙)이 직원들과 단체기념 촬영했다. 김 지회장 왼편이 김봉식 사무국장.

김 지회장은 구청장과 전임 지회장, 지회 임직원 등의 권유에 의해 노인회와 인연을 맺었다. 인터뷰 자리에 배석했던 김봉식 사무국장은 “지회장님이 업무파악 후에 본인의 수당과 식대를 모두 내놓아 지회 살림에 큰 도움이 된다”며 “그뿐만이 아니라 경로당 회장, 총무님이 입원하면 자비를 들여 직원들에게 병문안을 다녀오게 한다”고 말했다.

-어떤 부분을 개선했는지.

“올해부터 이사들의 회비를 받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일 년에 한 번만 하던 감사를 분기별로 총 4번 하기로 했다. 국가 예산을 받아쓰는 차원이지만 어딘가에서 잘못 집행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노인일자리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안다.

“초등학교와 관련된 일자리들로 아이들 급식과 저학년 교실 청소를 돕고 통학 길 교통안전 지도 등이다. 어르신 52명이 공동작업장에서 봉투붙이기 작업으로 용돈벌이도 한다. 실버누리협동조합(대표 김상호)에서 일감을 가져오고 가져간다. 매달 10명 정도 민간기업 취업 알선도 해드린다.”

-타 지회와의 자매결연도 활성화됐다. 

“제주 서귀포시지회, 강원 속초시지회, 전남 여수시지회 등과 자매결연을 맺고 상호방문 등 소통하고 있다. 지회 운영에 관해 정보도 교환하고 명절 때 특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등 좋은 점이 많다.”

김성조 지회장은 여수 출신으로 서울 등지에서 건설업에 오래 종사했다. 임대업과 실내인테리어를 하는 태광상사 대표이자 한남2구역재개발 조합장이다. 한국동아리농구연맹 수석부총재 겸 사무총장을 지냈다. 

-살아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김대중 정부 때 아마추어농구단체인 한국동아리농구연맹을 창단해 5년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일이다. 초·중·고, 대학의 선수들이 회원들인데다 교육부·문체부 장관 표창도 수여해 농구인구 저변 확대와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지회장은 장관 표창과 관련해 참신한 제안을 내놓았다. 김 지회장은 “노인회에서 대통령·장관 표창을 명예롭게 여겨 매년 정부에 상신하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70~80대 노인이 표창장을 목에 걸고 다닐 일은 없지 않은가”라며 “차라리 경로당을 위해 좋은 일을 한 청년들을 훈·포장에 상신해 그들이 창업할 때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성조 용산구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앞으로 노인회 전 직원의 복지증진-사무국 직원의 호봉제 확립, 경로당 순회관리자의 업무량 분담 등-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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