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착한 관종’의 씁쓸한 종말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착한 관종’의 씁쓸한 종말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6.18 14:15
  • 호수 7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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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으로 유명한 100만 유튜버 유모 씨가 최근 100억원대에 이르는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2015년경부터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사기꾼들과 돈을 갚지 않는 악성 채무자 등을 응징하는 영상으로 주목을 받은 유 씨는 생활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고 다친 길고양이를 자비로 치료해주는 등 선행으로 유명세를 탔다. 

채널이 커질수록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늘었지만 마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왔다. 혼자 힘으로만 해결할 수 없을 때는 자신의 유명세를 활용, 직접 모금 활동을 벌이며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물론 항상 지지를 받은 건 아니다. 일부 영상이 주작 논란에 휩싸였고,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고 폭로했다가 해당 선생님의 고소로 재판을 받고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그를 ‘관종’이라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선행들로 인해 ‘착한 관종’이라 부르며 그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채널이 커질수록 제품 광고를 통한 부가 수익을 얻는 유튜버가 대부분인데 그는 이러한 광고도 거의 하지 않았다. 유일한 광고가 자신이 제작해 판매하는 화장품이었다. 그는 화장품 홍보를 하는 것조차 미안해했고 구독자들은 되레 광고를 더 많이 하라며 그를 적극 지지했다. 

그렇게 구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할 줄만 알았던 그의 채널에 이상기류가 흐른 건 올해 초부터다. 앞서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고백하며 유튜브 활동 중단과 반복을 재개하던 그는 지난 2월 자살을 암시하는 영상을 올렸다. 이어 3월에는 그가 개발한 화장품이 다른 회사 제품을 그대로 베껴 만들었다는 의혹도 재기됐다. 그리고 최근 유 씨의 채널을 B모 업체가 인수하면서 그간 알려지지 않은 그의 실체가 드러났다. B업체 전 대표에게 50억원을 빌린 것을 비롯 올 상반기에 지인들에게 수십억원을 빌려 도박으로 탕진했다는 것이다.

원래부터 사기의 의도를 가지고 채널을 운영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만 놓고보면 그는 파렴치한이 되고 말았다. 그의 몰락은 주식 투자로 수백억원을 벌었다 주장하며 그 돈으로 아낌없이 기부를 하며 ‘청년 워렌 버핏’이라 불렸지만 실제로는 사기꾼이었던 박모 씨와 불우이웃돕기 성금 수백억원을 흥청망청 사용한 기부단체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이 두 사건은 ‘착한 척 하는 사람=사기꾼’이란 이미지를 대중에게 강렬히 심어줬다. 유 씨의 사건은 이러한 확증편향을 더 강하게 만들 것으로 보여 더욱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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