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기고] ‘백세시대’ 신문이 찾아준 60년 전우
[백세시대 / 기고] ‘백세시대’ 신문이 찾아준 60년 전우
  • 김명남 대한노인회 전남 여수시지회장
  • 승인 2021.06.25 13:40
  • 호수 7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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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남 대한노인회 전남 여수시지회장
김명남 대한노인회 전남 여수시지회장

한 통의 전화가 감격이다 못해 충격이었다. 날아가는 화살보다 빠르다는 세월의 매정함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내가 군번을 받은 날이 1958년 8월 26일, 그리고 반납하던 날이 1961년 6월 7일이니 꼭 60년이 지나 제대회갑을 맞던 날에 그 옛날 동고동락했던 안인순 병장의 목소리가 나의 귀를 헤집는다.  군대 이야기는 예나 지금이나 어디를 가나 밑도 끝도 없고 무용담인지 허풍인지 자기도취에 매몰되어 믿거나 말거나 입에 거품을 물게 된다.

상병과 신병으로 화천서 첫 만남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명월리 인근에 주둔했던 나의 근무부대에서 전라남도 보성군 우산리 출신 안인순이라는 갓 훈련소에서 배출된 햇병아리를 만났을 때, 나는 이미 1년여를 복무한 상병시절이었다.

당시는 문맹자가 심심찮게 있었고 한글해독이 어려운 군인이 제법 있던 시절이다. 사단보충대에서 전남대 농대 출신이라는 대어를 낚아 행정병으로 직책을 맡겼는데, 그 당사자가 60년이 지난 엊그제 소름끼치는 전화를 해온 것이다. 반갑다기보다 궁금증이 엄습했다.  ‘오! 안인순이 무사했구나.’

당시 그의 인간성이나 생활신조로 보아 무난히 주변생활에 잘 동화되어 누구나 챙겨주는 인정 많은 노년이 되었으리라고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 현실에서 마주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금 우리는 안부를 묻기보다 승리감이랄까 정복감이랄까, 60년의 세파와 싸워온 전쟁터의 개선장군 같은 안인순의 얼굴에 내 얼굴까지 얹어 60년의 환희를 맛보고 있는 것이다.

“김병장! 나 안인순이여, 내 알겠소?”

나의 대답은 생략하고 상상에 맡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강성주는 지금 어디 있소? 이 잡던 성주말이오.” 성주는 이가 너무 많아 일일이 잡지 못하고 홀랑 벗고 내의를 뒤집어 나무줄기에 두드리며 이를 털었던 나와 동기였던 전남 광양이 고향인 행정병말이다. 당시 군생활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비참한 환경이었다.

구제약이 없던 시절 내의에 워낙 이가 많아 별칭 ‘전라도 3총사’이던 나와 안인순 그리고 강성주는 막사 뒤 산속에서 그렇게 하루하루 정을 쌓아갔다.

당시 전우들 이름, 줄줄이 흘러나와

인자하고 온후한 중대장 김종우 대위, 인사계 손 상사와 행정반 요원들, 매일같이 기합 주던 수송부 변 하사, 행정장교 윤달용 중위, 교육계 임정섭‧최방욱‧표석금‧정영길, 항상 사병에게도 존대어를 쓰던 육사 갓 나온 정 소위, 수송관 조 소위 등 60년 전의 강원도 풍경이 새삼 아른거리면서 우리 둘은 당시의 전우들 이름을 스무고개처럼 줄줄이 이어갔다.

논산이 고향인 권오현 병장의 고향편지를  읽어주며 형수 바람났다고 거짓말하여 밤잠을 못 자게 놀려주던 일, 중대장 관사에 땔감 해주고 실컷 밥먹던 일…….

뻥튀기 허풍은 브레이크가 없다. 이제 우리는 곧 만나게 된다. 그런데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다.

‘백세시대’ 기사 보고 근황 알게 돼

우리의 만남은 우리 경로당에서 늘 기다리며 노인들의 여생에 길잡이가 되고 있는 이현숙 대표님이 이끄는 ‘백세시대’신문 덕분이다. 친구 안인순은 군인으론 후배이나 나와 동년배다. 공직에서 정년을 마치고 보성읍내에서 한가로이 지내며 대한노인회 보성군지회에도 자주 나가고 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덕분에 경로당의 필독서인 백세시대를 접하고 나의 조그만 사연을 읽은 것이 계기가 된 것이다. 백세시대가 견우직녀의 다리를 놓은 것이다. 전우 찾기, 동창 찾기, 그 옛날 추억어린 인연들 찾기, 이름 모를 지인들 사연나누기 등에 백세시대가 지면을 할애하면 참 좋을 것 같다.       

이제 우리는 옛날로 돌아간다. 그리고 천지가 개벽했을 명월리도 찾을 것이다. 죄다 털어놓고 술 한 잔에 과거를 음미하며 여생을 즐기리라. 9사단 운전교육대 다 모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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