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국지, 코믹한 일본판 삼국지냐 스케일 큰 중국판이냐
영화 삼국지, 코믹한 일본판 삼국지냐 스케일 큰 중국판이냐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6.25 14:31
  • 호수 7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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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널리 사랑받는 삼국지를 각각 다른 관점에서 다룬 영화 두 편이 같은날 나란히 개봉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진은 ‘신해석 삼국지’.
우리나라에서 널리 사랑받는 삼국지를 각각 다른 관점에서 다룬 영화 두 편이 같은날 나란히 개봉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진은 ‘신해석 삼국지’.

‘신해석 삼국지’, 유비‧조조 등 주요 인물 성격 180도 비틀며 신선한 재미 선사 

‘진삼국무쌍’, 동명의 게임이 원작… 500억 투입해 2년간 제작한 전투신 압권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중국 진(晉)나라의 역사가 진수(233~297)가 중국 삼국시대 위‧촉‧오나라의 치열한 패권 다툼을 기록한 ‘삼국지’. 이후 명나라의 나관중(1330?~1400?)이 지은 장편소설 ‘삼국지연의’를 통해 널리 알려진다. 현재 전 세계에 번역출간되는 것은 물론 각종 영화‧드라마‧게임으로 제작되며 가장 사랑받는 역사문화콘텐츠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6월 24일 이를 바탕으로 한 영화 두 편이 나란히 개봉한다. 특히 두 작품의 제작 국가가 다르고 한편은 ‘패러디’의 시각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오마주’(존경)의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관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먼저 일본에서 제작한 ‘신해석 삼국지’의 경우 ‘새롭게 해석했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어디로 튈지 종잡을 수 없는 전개를 통한 색다른 재미를 예고한다. 

도원결의부터 적벽대전에 이르는 삼국시대 전반부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주요 이야기 뼈대는 그대로 유지한 채 유비, 조조, 손권, 제갈공명 등 주요 인물의 성격을 완전히 비틀어 웃음을 선사한다.

작품은 어느 학자가 등장해 자신이 오랜 연구 끝에 새롭게 해석한 삼국지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의 해석은 도원결의부터 남다르다. 훗날 촉나라를 세우는 유비가 관우, 장비와 함께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비장한 마음으로 의형제를 맺는 이 유명한 장면은 배경부터 일본의 국화(國花)격인 벚꽃나무로 바뀐다. 또 결의에 진중함 또한 코믹함으로 바뀐다. 겁 많은 캐릭터로 묘사된 유비가 “어떻게 한날한시에 같이 죽냐”면서 맹세를 계속 거부하다가 억지로 하는 모양새로 그린 것이다.

유비 외에도 비상한 머리를 가진 최고의 전략가 제갈량 역시 원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는 깃털처럼 가벼운 입으로 주요 사건마다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장담하지만, 사실은 아무 묘책도 가져오지 못한다. 더군다나 부인인 황월영에게 휘둘리는 팔불출의 모습도 보여준다. 조조 역시 음주가무를 즐기며 오두방정을 떠는 호색한으로, 오나라를 건국한 황제 손권은 얇은 귀와 백치미를 뽐내는 캐릭터로 탈바꿈시킨다.

이중 압권은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 불리며 중국의 4대 미인으로 꼽히는 초선이 등장하는 장면이다. 빼어난 아름다움을 가진 여자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매우 뚱뚱한 초선이 등장해 우스꽝스러운 춤을 선보이며 사람들을 매혹시킨다. 원작에서처럼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여포와 동탁이 경쟁하는 모습은 큰 웃음으로 다가온다. 

이처럼 원전의 인물들을 좋아하는 사람이 보면 다소 황당무계할 정도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적벽대전’ 전투에서 정점을 찍는다. 각종 말도 안 되는 상황과 유치한 유머가 반복적으로 쏟아져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삼국지를 새로운 각도에서 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진삼국무쌍’의 극중 한 장면.
‘진삼국무쌍’의 극중 한 장면.

‘신해석 삼국지’가 웃음에 초점을 맞췄다면 동명의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진삼국무쌍’은 전투 위주의 화려한 액션으로 승부한다. 삼국지를 소재로 한 다른 게임들이 머리로 전략을 짜 삼국을 제패하는데 중점을 맞춘 것과 달리 원작게임인 ‘진삼국무쌍’은 칼과 창 등 각종 무기를 들고 보이는 적을 소탕하는 액션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진삼국무쌍’은 원전의 내용을 고스란히 따르면서 호쾌한 전투 위주로 전개되고 스케일도 크다. 제작비 510억원을 투입해 2년간의 제작 기간을 거쳐 완성도를 높였다. 

작품은 한나라 말기, 황건적의 난부터 동탁 토벌까지의 시간대를 다룬다. 주된 줄거리는 조조, 유비, 관우, 장비, 원소 등 삼국지 속 영웅들이 황건적의 난을 틈타 황궁을 장악해 폭정을 일삼는 대역적 동탁을 처단하기 위해 최강의 동맹군을 결성해 맞서는 내용을 다룬다.

작품은 초반부터 수천 명의 군사가 칼에 베이고 찔리고, 말을 타고 드넓은 초원을 질주하는 장면들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한나라의 완전한 몰락과 함께 본격적인 군웅할거 시대의 돌입을 알린 전투로 삼국지의 주인공들이 총출동하면서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인물들의 영웅적인 면모를 빛내기 위한 컴퓨터 그래픽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덕분에 인물의 특징이 잘 살아나는 측면도 있다. 원작 게임의 상징이기도 한 인물 한 명이 여러 명을 상대하는 액션도 눈길을 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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