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다시 읽기 13] 육체의 허망함과 본질적인 나에 대한 자각
[채근담 다시 읽기 13] 육체의 허망함과 본질적인 나에 대한 자각
  • 백세시대
  • 승인 2021.07.02 14:06
  • 호수 7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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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의 허망함과 본질적인 나에 대한 자각

육체적인 나를 깊이 살펴보면 곧 만물이 다 공허함을 깨닫고 마음이 항상 비어 있게 된다. 마음이 비면 곧 의리가 들어와서 자리 잡는다. 성명적인(본질적인) 나를 진실로 자각하면, 곧 모든 이치가 다 갖추어져 그 마음이 항상 가득 차게 된다. 가득 차면 곧 물욕이 들어오지 못한다.

軀殼的我 看得破 則萬有皆空 而其心常虛 虛則義理來居

구각적아 간득파 즉만유개공 이기심상허 허즉의리래거

性命的我 認得眞 則萬理皆備 而其心常實 實則物慾不入

성명적아 인득진 즉만리개비 이기심상실 실즉물욕불입


◆만해 강의

사람이 태어나기 전을 생각해도 자기의 형제가 없고, 죽은 뒤를 생각해도 자기의 형체가 없다. 

또한 살아 있는 현재를 생각해봐도 홍안이 백발로 변하고, 쇠약하고 병들어 건강을 유지하지 못하므로 자기의 형체가 일정치 못하다. 

이렇듯 자기의 형체가 허무하여 진실하지 못함을 알게 되면, 만물의 모양과 성질이 또한 자기의 형체와 같이 공허하여 얽매이는 일이 없음을 알 것이다. 

사람은 자기의 육체를 위하기 때문에 갖가지 물욕이 생겨나 본심을 가린다. 만일 형체적인 자기를 간파하여 만물이 모두 공허하다는 것을 알면, 일체의 물욕이 없어져서 그 마음이 항상 비어 있고 밝아질 것이다. 또 형체적인 나는 아무리 변하여도 본성의 진리는 천지보다 앞서서 그 시작도 없고, 천지보다 뒤져서 그 끝도 없다. 그리하여 모든 이치를 갖추고 만사에 대응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본질적인 자기를 진실하게 파악하면, 모든 이치가 흡족히 갖춰져서 그 마음이 항상 진실하고, 마음이 진실하면 물욕이 뚫고 들어오지 못한다. 세상 사람이 본질적인 자기를 알지 못하고 육체적인 자기를 사랑하면 갖가지 물욕에 얽매여서 본성을 어지럽히니 정말 슬픈 일이다.

◆한줄 생각

묵상이나 마음수련에서 ‘마음 비우기’는 중요한 단계다. 허나 그걸로 끝이 아니다. 얼룩지고 더러운 욕망을 비워낸 뒤에는 무언가로 채워야 한다. 본질적이고 진실한 것으로 채우지 않으면, 빈자리에 더 끔찍하고 더러운 욕망들이 들어와 똬리를 틀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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