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성서원 회장 “덕담은 약이 되지만 악담은 독이 돼 돌아온다”
김영진 성서원 회장 “덕담은 약이 되지만 악담은 독이 돼 돌아온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07.09 13:38
  • 호수 7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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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세에 삶의 긍정·지혜 주제로 펴낸 책 두 권… 독서계에 화제 

30년 만에 성경을 시·노래로 재해석한 ‘성경의 노래’ 5권 완성

[백세시대=오현주기자] 희수(喜壽)에 펴낸 책이 서점가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시인이자 수필가인 김영진(77) 성서원 회장이 최근 펴낸 ‘1일1페이지 긍정의 말’과 ‘1일1페이지 지혜의 말’(웅진씽크빅) 등 두 권의 책에 대한 독자의 반응이 뜨겁다. 

김 회장은 “지난 5월 15일, 초판 1쇄 발행한 지혜의 말은 한 달 조금 넘은 6월 25일 벌써 3쇄를 찍었다”며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데 도움이 되는 말 등 자기계발의 내용이 기업가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어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이잡지 ‘새벗’ 발행인으로 한국잡지협회장을 지내기도 한 김영진 회장은 우리나라 최대의 기독교서적 전문출판사(성서원)를 5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 김 회장은 또 30여년 각고의 세월 끝에 성경 전체 1189장을 시와 노래로 재해석한 ‘성경의 노래’ 5권을 펴내기도 했다. 

요즘 그는 사재를 털어 6000여평의 녹지에 김영진시비조각공원을 내년 완공을 목표로 조성 중이다. 

지난 7월 초 고양시 덕양구 덕은로에 위치한 김영진문학관에서 김 회장을 만나 평생 식을 줄 모르는 창작 열정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었다.

-김영진문학관은 어떤 곳인가.

“자작시 200편을 액자와 병풍, 족자에 담아 전시하고 있는 공간이다. 시집, 에세이, 자기계발서, 신문연재칼럼, 성서원서 발간한 기독교서적, 인연을 맺은 유명작가들의 친필 사인이 든 저서, 정부 훈·포장을 비롯 각종 문학상 수상 자료 등을 전시해놓았다. 구하기 힘든 옛 찬송가책은 돈의 가치로 따질 수 없는 귀중한 역사적 자료이기도 하다. 삶의 뜻 깊은 순간들이 한곳에 진열된 셈이다. 심지어 아들·딸의 결혼식 축하객 이름도 기록해놓았다.”

-최근 자기계발서가 많이 팔린다고.

“신뢰 받는 대형출판사에서 나오기도 했고, 책의 주제, 내용과 형식이 시대정신과 대중의 요구에 부합해서라고 본다.”

-어떤 내용들인가.

“‘1일1페이지 긍정의 말’은 단 한 번의 인생을 매일매일 행복하게 살기 위해 밝은 에너지가 되어주는 말 365개를 모았다. ‘1일1페이지 지혜의 말’은 삶과 직장이 충만해지고 성공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는 인생 수업의 문장 365개를 담았다. 특히 ‘지혜의 말’은 지혜(월), 경영(화), 역사(수), 정서(목), 명작(금), 여행(토), 종교(일) 등 요일 별로 주제를 구분해 놓았다.”

김 회장은 “예컨대 월요일 ‘덕담하기’편은 ‘상대가 없는 데서 주고받은 말은 그 사람에게 되돌아가는 법’이라고 주의를 주고 있다”며 “덕담을 하면 약이 되지만, 헐뜯고 깎아내리는 악담은 독이 되어 내게로 돌아온다. 사람의 짧은 세 치 혀는 비수가 되고 독화살이 되기도 하지만 잘 쓰면 세상을 이롭게 한다. 남에게 덕담하는 것이 곧 나에게 덕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책에서 말하는 ‘긍정의 말’이란.

“이 책의 213쪽, ‘마지못해 살고 있다면’이란 제목의 글을 보자. 주위를 둘러보면 마지못해 산다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힘겨워도 마지못해 살아서는 안 된다. 이 세상에 태어난 아름답고 소중한 의미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60조개의 세포가 마지못해 태어나 마지못해 숨을 쉬겠는가. 당신을 위해 숨 쉬는 세포들을 생각해보라. 당신은 그 세포들의 주인이다. 가장 먼저 그들에게 사랑의 신호를 보내라. 그러면 반드시 화답할 것이다.”

-두 권의 책을 합하면 총 730쪽이다. 어떻게 그 많은 분량의 책을 쓸 수 있었나.

“제가 중·고등학교 시절 1000권의 책을 읽었다. 요즘도 하루에 4시간 이상을 책을 보고 나머지 시간엔 글을 쓰고 사색한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조간·경제신문을 보고 8시 출근해 종교신문과 잡지를 읽으며, 직원들과 예배를 본 뒤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IMF 이후에는 회사 경영에선 손을 떼고 독서와 창작에 몰두했다. 이번 신간은 세계명작과 신문·잡지 등을 보며 느낀 나름의 생각들을 틈틈이 기록한 것과 국내외를 다니며 보고 들은 것을 한데 모은 것이다.”  

김영진 회장은 경북 예천 출신으로 미션스쿨 경안고를 나와 건국대 국문과에 입학했다. 감리교신학대학원 신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28세 때에 ‘성서원’을 설립해 ‘성서대백과사전’(12권), ‘칼빈성경주석’(40권) 등 전집류를 발간해 출판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편집직원만 60명, 전국 80개 지사에 직원 500명을 두었다. 한 때 교인들이 들고 다니는 성경책 10권 중 6권이 성서원 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월간 ‘새벗’이 폐간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1952년 창간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어린이잡지의 명맥을 이어야겠다는 사명감에 200호에 인수, 550호까지 발간했다. 이 같이 잡지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적을 인정받아 은관문화훈장(1997년)을 받기도 했다. 

김 회장은 문학 소년의 꿈을 1965년 첫 시집 ‘초원의 꿈을 그대들에게’를 내며 실현했다. 지금까지 시·산문 등 50여권의 저서를 펴냈다. ‘책한테 길을 물어’(1985·현대문학)는 새마을연수원 독서 교재로 선택돼 수만 부가 팔려나갔고 ‘책 읽는 사람이 세계를 이끈다’(1995·웅진지식하우스)는 중학교 부교재로 쓰여 무려 30쇄를 찍었다. 시 ‘행복의 파랑새’는 천재교육 ‘도덕’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다. 한국수필문학상, 한국문학예술대상, 노산문학상, 대한민국기독예술대상, 대통령 표창, 은관문화훈장 등을 수상했다.

-성경을 시와 노래로 펴내기도 했다.

“성경은 구약전서 39권, 신약전서 27권 합해서 66권이다. 성경전서는 66권, 1189장, 3만1154절이다. 이것을 수십 번씩 읽고 각장의 내용을 시와 산문(메시지, 시작노트), 노래로 재해석한 것이다.”

-노래로 만들었다는 의미는.

“기존의 찬송가에 제가 지은 시를 입혔다. 가령 ‘내 주는 강한 성이요’이란 찬송가에 제가 쓴 ‘다윗의 회개’, 즉 ‘나단이 다윗에게 이렇게 말하네/한 마을의 부자가 손님을 위해/가난한 자의 어린 양을 뺏어/제 것처럼 잡았다고 합니다’란 내용의 시를 가사로 넣는 식이다.”

-성경은 읽기가 쉽지 않다. 왜 그런가.

“당연하다. 우리나라와 역사, 풍습이 이질적인 유대, 팔레스타인 같은 나라에서 수천 년 전에 있었던 일들이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 나라, 그 시대의 역사도 좀 들여다보고 교회에 나가 성경모임에도 참여하면 도움이 될 거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미국의 ‘존더반’이란 출판사가 성경을 읽다 생기는 7000여개의 물음에 대한 답을 모은 ‘퀘스트 성경’을 펴냈다. 이 책을 성서원이 가져다 3년여 힘든 편집 과정을 거쳐 ‘QA 성경’으로 내놓았다.”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한다.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꽃과 나무가 수명이 있듯이 자연의 이치를 피할 수 없다. 믿음의 중심에 있다면 그리 두려워할 일이 아닌데도…. 생전에 하고 싶은 것들을 다 이루고 정리도 다 해놓았다면 오늘 죽더라도 크게 후회할 일이 없을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송강 정철이 낚시하며 풍월을 읊던 벽제 공릉천 일대에 김영진시비조각공원을 조성 중이다. 누구나 찾아와 소나무와 꽃이 있는 산길을 산책하며 세계명작 60편을 읽고 내 나름으로 쓴 시를 새긴 시비를 감상하는 힐링의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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