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TV광고 모델이 된 ‘가상 인간’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TV광고 모델이 된 ‘가상 인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7.09 13:42
  • 호수 77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로 데뷔한 아이돌 가수인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통합돼 탄생한 S사는 7월 초 새 브랜드 광고를 야심차게 선보였다. 머리를 땋은 젊은 여성 모델이 타이트한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경쾌한 춤을 추는 것이 광고의 주내용이다. S사를 만나면 당신의 삶에 놀라움을 더할 수 있다는 일종의 이미지 광고다. 필자 역시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모델의 춤사위를 흥미롭게 시청했다. 하지만 진짜 놀랄 건 따로 있었다. 이 모델이 실제 사람이 아닌 컴퓨터그래픽으로 창조한 ‘가상 인간’이었던 것이다. 

해당 모델의 이름은 ‘로지’로 지난해 8월 싸이더스 스튜디오엑스가 만든 가상 인간이다. 세계여행과 요가, 달리기, 패션, 에코라이프(친환경을 추구하는 삶)에 관심이 있는 22살 여성이다. 또 자유분방하고 사교적이라는 구체적인 성격까지 부여했다. 그녀는 SNS를 개설해 평범한 사람처럼 활동하다 지난해 12월 가상 인간이라고 고백했다.

로지의 얼굴은 MZ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가 선호하는 얼굴형으로 만들어졌다. MZ세대가 선호할 만한 여러 연예인 등의 얼굴을 놓고 논의를 하다 현재의 얼굴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MZ세대인 필자가 혹한 것을 보면 그 의도는 정확히 성공한 듯하다.

외모뿐만 아니다. 모델로서 가치를 얻기 위해선 MZ세대가 선망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를 위해 로지의 SNS에는 해외여행 사진이나 쇼핑 사진 등 일상 사진을 주로 올린다. 또 환경에 관심이 많은 2030세대의 특징을 반영, 제로웨이스트(전 제품 재사용) 챌린지 등에도 참여하는 등 사회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차근차근 인지도를 높이던 그녀는 새 출발하는 S사의 의도와 부합하면서 모델로 발탁됐고 결국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가상 인간은 나이를 먹지 않아 활동기간이 긴데다, 사생활 이슈 등에서 안전한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시공간의 제약도 받지 않는다. 전 세계를 실시간으로 돌아다니며 촬영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매력으로 인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스타트업 ‘브러드’가 2016년 만든 가상 인간 ‘릴 미켈라’의 경우 한 해 수익만 1170만 달러(133억원)에 달한다.

머지않은 시점에는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모습의 가상 모델이 등장할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어쩌면 가까운 시기에 유명 감독들이 가상 인간들과 영화를 만들지도 모른다. 문화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흥미롭지만 인간으로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