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한국은 과연 선진국인가”
[백세시대 / 세상읽기] “한국은 과연 선진국인가”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07.09 13:46
  • 호수 7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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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과연 선진국인가. 국민 개개인은 ‘나는 선진국 국민’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을까.

유엔에서 한국을 선진국으로 인증했다는 내용의 라디오 방송을 듣는 순간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됐다는 말을 듣고는 반가움보다는 의아심이 먼저 들었던 것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7월 2일,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이는 UNCTAD가 1964년 설립 이래 첫 사례라고 한다. 이 기구는 개도국의 산업화와 무역을 지원하는 곳으로 우리에겐 교과서에서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유엔 기구 중 하나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우리나라를 선진경제국으로 인정했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

실제로 밖에서는 한국을 선진국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짙은 것 같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 언론인이 최근 국내신문에 이런 글을 기고했다. 

“US뉴스의 연례조사에서 한국의 문화영향력은 작년 20위에서 올해 7위로 껑충 올랐고 코로나 성적을 반영해 미래지향적 나라 1위에 선정됐다. 나이차가 꽤 나는 아이 둘을 키우는 친구는 첫째와 지금 둘째를 키울 때의 분위기가 다르다고 말한다. 첫째 때는 학교에서 ‘중국인이니, 일본인이니?’ 물었다면 이제는 ‘한국인이니?’라고 묻는다는 것이다. 한국인인 걸 알면 친해지고 싶어 하고 자기 아이도 모르는 K팝 가수와 그들이 먹는 음식, 하는 행동 등을 다 궁금해 한다. 예전에 뜻도 모르는 팝송 가사를 한글로 적으며 외웠던 것처럼 뜻 모르는 한국어 가사를 알파벳으로 적고 외우며 자꾸 물어본단다. 그 친구는 자기 아이들도 코리안 임을 자랑스러워하며 한국과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는 말도 했다.”

미국의 한국인 2세들이 과거에는 한국인임을 감추고 미국 주류사회에 동화되기 위해 영어 환경에만 집착했으나 이제는 한국인임을 드러내고 의식적으로 외면했던 한국과 한국어를 배우는데 열심이라고 한다.

한 언론매체의 뉴욕특파원은 “미국에서 대중문화, 예술, 스포츠, 과학기술과 학술 등의 분야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미국 각 분야에선 같은 수준의 인재라면 한국의 카운터 파트와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컬럼비아대 의대의 한국계 의사는 ‘한국 병원 관계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서툴게나마 한국어로 발표했더니 동료들이 날 보는 눈이 달라지더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정작 한국에선 어떠한가.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중 상위권이다. 노인 대다수가 경제적 이유로 여전히 일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청년들은 더 살기가 힘들다. 집값 폭등으로 집 살 엄두조차 못 낸다. 결혼도 미루고 출산은 언감생심이다. 

한국이 남녀평등이나 어린이 삶의 질에서 하위권이라는 국제 통계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2018~2020년 국가행복지수에서 조사 대상 149개 국 가운데 62위였다. OECD 37개 국 중 35위에 그쳤다.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는 사회자본이 약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사회자본은 신뢰·연결망·규범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의지할 수 있는 친구나 친척이 적고 기부나 자선 같은 관대함이 부족하며 부정부패가 적지 않다고 보는 게 우리의 행복지수를 크게 낮춘다. 

선진국은 상대적인 단어이다. 선진국 기준은 1인당 소득수준, 산업구조, 교육문화수준, 기대수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돈만 많다고 되는 건 아니다. 오일 머니를 자랑하는 중동 국가는 물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도 선진국이라고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섰다고, 화장실이 깨끗해졌다고, 인터넷과 대중교통 편이 발달했다고 해서 선진국이고 선진국 국민이라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선진국은 경제가 발전해 사회 각 분야가 국민 삶의 질을 높일 때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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