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실내악단 송예경 어르신
시니어 실내악단 송예경 어르신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02.19 08:52
  • 호수 1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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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년 만에 다시 잡은 바이올린

▲ 50여년만에 바이올린을 다시 잡은 시니어실내악단 송예경 어르신. ⓒ이미정 기자
‘이화여대 음대 작곡가 졸업. 대학시절 오케스트라 활동.’ 1월 29일 서울 서초구의 한 복지관이 마련한 ‘시니어 실내악단 오디션’ 바이올린 부문에 참가자 송예경(70·사진)의 이력이다.

이날 오디션은 서초구 거주 55세 이상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음악을 통해 건전한 여가문화 형성은 물론 봉사활동을 추진하고자 마련됐다.

종목은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 피아노, 플루트 5부문. 참가자 가운데 최고령인 송 어르신은 대학에서 악기를 전공한 어르신을 비롯해 전직 음악교사, 성가대 연주자, 지역 오케스트라 단원, 취미로 악기를 배운 어르신 등 만만치 않은 상대들과 경합 끝에 당당히 합격했다.

앞으로 정기적인 연습을 통해 실력을 쌓은 뒤 올해 하반기부터 서초지역 어린이집을 비롯해 요양원, 경로당 등을 방문, 연주봉사활동을 펼치게 될 송예경 어르신을 만났다. 

송예경 어르신은 “젊은 시절 배웠던 악기연주의 즐거움을 다시 느끼고 싶어 50여년 만에 바이올린을 꺼내들었다”며 “오디션 당시 긴장한 탓에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기대하지 않았는데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뻤다”고 말했다.

송예경 어르신이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무렵. 선생님의 권유로 방송국 어린이 합창단원으로 활동을 하면서다. 방과 후 2~3번씩 방송국을 오가며 합창단 활동을 시작하면서 음악이 주는 행복을 알게 됐다.

송 어르신은 “다양한 목소리가 한데 모여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낸다는 것에 전율을 느꼈다”며 “그때부터 음악을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은 중고등학교로 이어졌다. 음악교육 명문으로 꼽히던 이화여중고에 입학, 고등학교 때 합창단으로 활동한 것. 당시 이화여중고는 서울예고와 자매학교처럼 교류가 활발했던 터라 음악에 대한 교육열은 어느 학교보다 높았다. 이후 대학은 자연스럽게 음대 작곡과에 진학했다. 송 어르신에게 작곡은 창작을 통해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윤활유였다. 

많은 사람들은 그 시절 음대에 진학했을 정도면 돈 많은 집 자제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송 어르신 그 당시 친구들 집에는 하나씩 있는 라디오가 없을 정도로 가정형편이 넉넉지 못했다. 음악 공부도 쉽지만은 않았다.

송 어르신은 “지금은 언제 어디서든 마음만 먹으면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그 당시엔 부잣집에서만 들을 수 있었다”며 “클래식 공부를 위해 서울 시내 유명음악 다방인 ‘돌체’나 ‘르네상스’ 같이 유명 음악다방에 신청곡을 넣어 그곳에서 공부를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바이올린은 대학 갓 입학했을 때 배우기 시작했다. 작곡은 이론 중심의 학문이었지만 악기를 다루지 못하고서는 좋은 곡을 만들 수 없다는 생각에 골라든 악기였다. 

고교 은사의 소개를 통해 KBS 교향악단 단원으로 활동하던 첫 은사를 만나 1년을 배웠다. 바이올린 연주에 즐거움을 알아갈 무렵, 은사가 갑작스런 유학길에 오른 것. 바이올린을 그만둬야 할 상황에 닥쳤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 없다는 생각에 무작정 대학에서 은사를 가르쳤다는 노(老) 교수를 찾아가 부탁해 1년을 배울 수 있었다.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한 것은 대학 4학년 때다. 바이올린 합주가 하고 싶어 고민 끝에 대학 오케스트라단에 지원, 합격했다. 악기 전공학생이 아닌 사람을 단원으로 뽑은 일은 이례적이었다. 악기 전공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적지 않다. 오케스트라 연주를 중 화장실 갔다 온 사이 의자가 없어져 당황했던 일도 이젠 웃을 수 있는 추억이 됐다. 오케스트라 활동은 대학에서도 이어졌다. 지방의 대도시를 찾아다니며 공연을 했던 시간은 지금까지 바이올린 연주를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송 어르신은 현재 작곡가와 시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시는 40대 중반 가곡을 쓰기 위해 배우게 된 분야다. 구상 시인과 인연을 맺으면서 시에 대한 애착도 컸다. 현재 송 어르신은 등단한 전문 시인이자 ‘나무가 되어’ 연작시집인 ‘불면일기,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낸 시집도 2개나 있다. 

틈틈이 봉사도 하고 있는 송 어르신은 앞으로 시니어 실내악단 활동에 기대도 크다.

송 어르신은 “대학졸업 후 사는 게 바빠 바이올린을 연주를 하지 못했다”며 “50여년 전 처음 바이올린을 배울 때와 같은 열정으로 다시 도전해 볼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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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자 2009-02-22 19:08:56
우리노인들도 전공을 살려 힘이닫는한 어르신들을 위해 열심히 활동했으면 하는마음 입니다
화잍팅 ~~~~~~~~ 필리핀 현지에서 린다(김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