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자 경남 창원시 창원지회장 “어르신에겐 돈보다 情…여성의 장점 ‘친근감’으로 다가가”
김순자 경남 창원시 창원지회장 “어르신에겐 돈보다 情…여성의 장점 ‘친근감’으로 다가가”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07.16 13:51
  • 호수 7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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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공약 대부분 실현해 기뻐… 노인회관 건립, 노인대학도 추가 설립 

나눔봉사회 17년째 운영…집 지하 식당서 매일 노인 50명에 점심 제공

[백세시대=오현주기자] 김순자(72)대한노인회 경남 창원시 창원지회장에게서 신화적 기업가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1915-2001년)이 떠올랐다. 

김 지회장은 “저는 아무 것도 없는 데서 새로 설립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라며 “가톨릭노인학교를 만들어 5년간 봉사했고 지회 북면노인대학을 세워 9년간 학장을 맡았고 개인적으로 ‘나눔봉사회’를 조직해 17년째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취임 후 노인대학도 하나 더 세웠다”고 말했다.

정주영 회장은 생전에 어려운 일을 앞에 놓고 주저하는 회사 간부들을 질책하고 독려할 때마다 “이봐, 해봤어?”라고 했다. 김 지회장도 정 회장처럼 밀고나가는 지도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며 지회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었다.

지난 7월 초 경남 창원시 의창구 서곡길 의창노인종합복지관 내 지회에서 김 지회장을 만나 여성 노인지도자의 장·단점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었다.

김 지회장은 2019년 8월에 취임했다. 창원지회는 15개 분회, 358개 경로당, 회원 1만1700여명이 있다.

-경로당 회원의 백신 접종은 잘 되고 있는지.

“회원의 70~80%가 2차까지 맞았고 경로당도 7월 초에 개방했다. 사전 예고 없이 (경로당에)찾아가보면 냉방도 안 한 채 마스크도 안 쓰고 있는 곳도 일부 있다. 냉방도 하고 마스크도 꼭 쓰라고 말씀 드린다.” 

-식사를 못해 불만이 많다.

“맞는 말이다. 집에서 혼자 식사하면 밥맛이 있겠는가. 반찬이 없더라도 경로당에서 여럿이 드시는 게 꿀맛이다.”

-지회장 해보니 어떠신가.

“일은 어렵지 않으나 기존의 관행대로 해오던 것을 시대에 맞게 바꿔보려고 하는데서 오는 저항을 극복하는 게 어렵더라.” 

-선거공약들은 잘 이행되는지.

“대부분의 공약을 실현했다. 가장 큰 공약인 노인회관 건립 약속도 지켰다. 길 건너편에 있는 회관 부지 측량도 마쳤다. 40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상 2층, 연면적 1577㎡의 콘크리트 건물을 내후년 완공할 예정이다.”

김순자 대한노인회 창원시 창원지회장(앞줄 중앙)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김 지회장 오른편이 정애경 사무국장.
김순자 대한노인회 창원시 창원지회장(앞줄 중앙)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김 지회장 오른편이 정애경 사무국장.

김 지회장은 이어 “대산면이 외진데다 노인시설도 없어 거기에 노인대학을 설립했다. 주위에서 돈이 있어야 한다고 난색을 표해 제가 ‘무조건 하라’고 했다. 이전하는 시 소유 건물을 얻어 장소 문제를 해결했고 새 노인대학을 이끌어나갈 역량 있는 학장도 임명했다”고 말했다.

-어떻게 가능했나.

“노인회 말고도 시에다 요구하는 단체들이 많은데 말로만 ‘우리에게 주세요’라면 쉽게 내주겠는가. 노인대학이 지역의 어르신들에게 정말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가 위해 경로당 회원들 200명 명단을 받아 면에 내밀었다. 그런 의지와 열의를 보이면 들어주게 돼 있다.”

김 지회장은 또 “취임 두 달 뒤 경로당 프로그램 경연대회를 하자고 할 때도 아무도 응하지 않았지만 ‘있는 그대로 하자’고 밀고 나갔다”며 “10곳 이상의 경로당이 참여한 가운데 고문·자문위원들의 협찬을 받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그밖에도 경로당 회장의 활동비 인상, 경로당 청소 및 급식봉사자 배치, 회원들의 행복추구를 위한 최선의 노력과 일자리 창출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분회장과 경로당 회장 활동비를 지급해오고 있는 창원지회는 이번에 경로당 회장 활동비 5만원 인상을 약속했다. 김 지회장은 이와 관련해 “창원시 전체 노인회와 형평을 맞춰야 하는 창원시로선 어려운 문제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노인일자리는 어떤가.

“노노케어, 실버급식보조, 실버환경정비, 보육시설도우미 등의 일자리에 총 450여명이 참여한다.”

-지회만의 특색 있는 일이라면.

“작년 12월부터 ‘사랑나눔릴레이’를 해오고 있다. 원래 취지는 분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지회장 활동비를 가지고 분회장들이 지역 내 취약계층 노인을 발굴해 사랑을 나누어주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무국장이 ‘자녀결혼식 때 받은 쌀을 후원하겠다’며 스타트를 끊었고 그게 계기가 돼 지회 고문·자문위원, 노인대학장, 분회장들의 동참이 이어지게 됐다. 외부기관과 업체에서도 후원의 손길이 닿고 있다.” 

평범한 주부였던 김순자 지회장은 창원시에 살면서 봉사에 눈을 떴다. 한국자유총연맹 부녀회와 인연을 맺으면서 노인, 청소년, 통일 분야에 헌신했다. 가톨릭노인대학 교장, 창원지회 북면노인대학장을 지냈다. 나눔봉사회 대표이사로 있다. 가야대 행정복지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석사)을 전공했다.

-봉사를 하게 된 계기는.

“40여년 전 동네에 경로당조차 없었고 갈 데 없는 노인들이 딱해보였다. ‘나도 늙으면 저렇게 될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봉사를 시작했다. 당시 노인들의 수준은 딱 유치원생이었다. 글은커녕 연필 쥘 줄도 몰랐다. 천주교재단의 도움으로 가톨릭노인대학을 만들어 글을 가르쳤다. 동그라미에 눈·코·입을 그리는 데만 2년이 걸리더라. 저는 노래도 악보 없이 가르친다. 가사만 적어주거나 글을 모르는 노인에겐 몸짓으로 이해시킨다. 그래서 나온 것이 노래율동이다.”

김 지회장은 북면에 같은 이유로 사랑방노인학교를 세웠다. 후에 ‘다른 사람도 할 수 있게 대한노인회 이름을 달아 달라’는 김 지회장의 요청을 당시 창원시지회장이 받아들여 대한노인회 부설 북면노인대학 간판을 달게 됐다.  

-나눔봉사회는 어떤 곳인가.

“북면노인대학장을 타의로 그만 둔 후 공무원의 제안으로 거주하던 단독주택 지하에 봉사단체를 설립했다. 45평 공간에 식당도 만들어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노인 50여명에게 매일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제가 70 되던 해 나눔봉사회 봉사원들이 칠순잔치를 열어주면서 ‘앞으로 자기들이 봉사회를 맡아할 테니 밖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해 노인회에 들어오게 됐다.” 

-지난 선거에서 현역 지회장을 누른 배경은.

“노인대학장 경험도, 봉사 경력도 도움이 됐다고 보진 않는다. 단지 개혁하고 싶었다. 여자에게 기회를 한 번 달라고 했다. 아마 그게 먹혀들었나 보다.” 

-여성 지회장의 장·단점이라면.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건 돈보다도 따듯한 위로의 말이다. 여자의 다정다감하고 친근감 있는 말 한 마디가 외로움을 씻어준다. 단점이라면 간혹 여자라고 좀 얕보는 것 같다(웃음).”

-앞으로의 계획은.

“선거 당시 경로당을 찾아가 회장님을 찾았더니 아파트 단지 쪽에서 실버카를 밀고 오시더라. 많게는 30명 되는 회원들의 온갖 요구 들어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에 마땅한 대우를 해드리는 건 제 사명이기도 하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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