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역서울284 ‘익숙한 미래’ 전, 바닥신호등, 옥상공원 등 공공디자인의 세계 체험
문화역서울284 ‘익숙한 미래’ 전, 바닥신호등, 옥상공원 등 공공디자인의 세계 체험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7.16 15:31
  • 호수 7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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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우리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공공디자인의 의미와 가치를 조명한다. 사진은 수원화성 인근 광고판과 안내판을 재현한 전시장 내 ‘거리’ 공간의 모습.
이번 전시에서는 우리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공공디자인의 의미와 가치를 조명한다. 사진은 수원화성 인근 광고판과 안내판을 재현한 전시장 내 ‘거리’ 공간의 모습.

놀이터‧거리‧공원‧지하철 등 일상의 공간에 적용된 공공디자인 조명          

횡단보도 그늘막, 픽토그램 적용된 안내판, 안전 비상벨 등 사례 소개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난 7월 13일 서울역 뒤편 손기정로의 한 횡단보도. 무더운 날씨를 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녹색 그늘막 아래로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 거대한 파라솔은 서울 서초구에서 처음 설치해 주민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고 이후 전국으로 확산돼 완전히 자리잡은 ‘공공디자인’의 성공 사례 중 하나이다. 공공디자인이란 공공장소의 장비·장치에 협력‧배려‧혁신 등의 가치를 더해 보다 합리적으로 꾸미는 일을 말한다. 

이러한 공공디자인의 가치를 조명하는 전시가 옛 서울역사인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고 있다. 8월 29일까지 진행되는 ‘익숙한 미래-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 전에서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형태의 공공디자인을 소개한다.

‘공공디자인’ 하면 하나의 예술 작품을 떠올릴 수 있지만 의외로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마주치는 것들이다. 앞서 밝힌 횡단보도 그늘막 외에도 담배꽁초 쓰레기를 줄이려 거리 빗물받이 앞에 붙인 ‘웃는 얼굴’ 스티커, 가독성을 높인 표지판, 그리고 어린이 보호구역 내 신호등 등 주요 교통시설물을 노란색으로 칠하는 것도 모두 공공디자인에 해당된다. 전시에서는 놀이터, 거리, 공원, 학교, 골목길, 지하철 등 6개의 공간으로 나눠 공공디자인의 의미와 가치를 살핀다. 

한때 어린이를 위한 대표적 공공시설인 놀이터는 시대가 변하면서 노인과 장애인 등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놀이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실제 충남도 등은 노인놀이터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을 등한시하는 건 아니다. 투박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빨강, 노랑 등 원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아이들에게 보다 친숙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전시에서는 무장애 놀이기구, 고령친화형 놀이시설 등을 통해 공공디자인을 적용한 놀이터의 현재를 들여다본다.

안내판, 표지판 등 가독성 높여

전시장 서측복도에 마련된 ‘거리’ 공간은 특히 인상적이다. 놀이터와 달리 거리는 누구나 매일 마주치는 공간이다. 하루에도 횡단보도를 수차례씩 건너고 수많은 표지판을 지나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때 마주한 시설물들에 공공디자인이 적용됐는지를 모른다. 

전시장에 재현한 수원화성 일대 표지판과 안내판도 그렇다. 수원화성, 행궁 등 주요 관광지를 찾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안내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검정색 배경에 흰색 글씨를 사용했다. 여기에 더해 픽토그램(사물‧행위 등을 상징화한 그림문자)을 활용해 보다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만 보며 걷는 ‘스몸비’들의 안전을 위해 바닥에 설치한 신호등, 쓰레기 투기를 줄이는 귀여운 스티커, 그리고 무심히 지나치는 지하철 역사 곳곳에도 공공디자인이 적용된다. 낯선 역에서 별 어려움 없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바닥에 그려진 선과 화살표 같은 정보 디자인이 이에 해당한다.

공공디자인은 활용도가 낮은 옥상을 ‘옥상공원’ 같이 유익한 공간으로 바꾸기도 한다. 하루종일 건물에서 생활하는 직장인의 경우 공원에서 잠시 쉬고 싶은 욕구가 있다. 공공디자인은 이러한 갈증을 해결해주기 위해 대부분의 건물에 있지만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옥상을 활용한다. 

단순히 식물을 배치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공간 전체를 녹화해 마치 도심 속에서 숲을 만난 듯 쾌적한 느낌이 들게끔 했다. 옥상이 마땅치 않은 경우에는 자투리 공간에 실내정원을 조성했다. 바쁜 일과 중에도 도시의 사람들이 가장 쉽게 건너갈 수 있는 숲, 가장 가까이에 있는 숲을 만든 셈이다. 전시에서는 ‘공원’ 공간을 통해 이러한 사례를 상세하게 소개한다. 

골목에 설치된 안전 비상벨.
골목에 설치된 안전 비상벨.

흉물에서 친근하게 변모한 방범창살 눈길

주택가 골목길도 공공디자인의 손길이 닿아 있다. 이웃 간 소통의 장이지만 어두운 골목길에서는 종종 범죄가 발생하기도 한다. 공공디자인은 이러한 골목길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전시장에 설치된 가로등, 비상벨 등이 이를 잘 보여준다. 조도를 높인 가로등과 안전 비상벨은 혹시 모를 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낮춰준다. 담장 위에 설치된 방범창살도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과거와 달리 거리의 경관을 해치지 않는 친근한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전시를 기획한 이현성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 공공디자인과 교수는 “평소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을 조명하고 직접 체감하게 함으로써 그 가치를 깨닫게 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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