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정부, 폭염 위기경보 ‘경계’ 격상 … 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책 마련해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정부, 폭염 위기경보 ‘경계’ 격상 … 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책 마련해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1.07.23 13:19
  • 호수 7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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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무더위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장마가 끝나면서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는 폭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7월 20일 오전 10시를 기해 폭염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경계’로 올렸다. 폭염특보는 전국의 40% 지역에서 하루 최고기온(33도 이상)이 3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되며, 폭염 위기경보 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나뉜다. 

폭염 예보는 중·장기 예보와 단기 예보가 종합된 복잡한 예측이기 때문에 아직 다음 달 더위까지 속단할 수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이른 장마 종료 △티베트 고기압 발달 △지구의 대기 흐름 등을 고려하면 올해 극심한 더위가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번 폭염은 티베트 고원에서 발생하는 뜨거운 성질의 고기압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 대기 중·하층을 덮는다면 티베트 고기압은 대기 상층부에 영향을 미치는 ‘키 큰 고기압’이다. 두 고기압이 우리나라 대기에 자리 잡으면 우리나라는 뜨거운 솥뚜껑 안에 갇힌 듯이 강력한 열기에 둘러싸이게 된다. 이를 바로 ‘열돔 현상’이라고 부른다.

설상가상으로 열돔으로 생성된 열기는 주변의 냉기를 차단해 열돔이 크게 발달한 경우, 웬만한 태풍도 뚫을 수 없게 된다. 실제로 지난 2018년에 발생한 폭염의 경우, 열돔이 너무 강력한 탓에 태풍 3개(마리아, 암필, 종다리)의 경로를 바꿔버렸고, 하나(리피)는 아예 소멸시킨 바 있다. 

열돔이 파괴되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강한 냉기가 유입돼야 하는데, 이 정도 냉기를 몰고 올 태풍이면 오히려 국가 재난을 걱정해야 할 수준이 된다. 결국 열돔이 자연 소멸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올해도 최악의 폭염이 나타났던 지난 2018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8년에는 7월 11일경부터 폭염이 시작돼 폭염 일수가 31일을 기록, 역대 최다를 경신한 바 있다.

폭염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등 근본대책을 추진해야겠지만 일단 당장 닥쳐온 폭염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게 먼저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신규확진자 급증에 따른 거리두기 강화로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이 여름철마다 한시적으로 마련했던 무더위 쉼터 운영이 어려워져 상황 변화에 맞는 선제적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쉼터가 문을 닫으면 취약계층은 냉방시설이 없어 찜통 속에서 더위를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온열질환이 대거 발생할 경우에 대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행안부 조사 결과, 최근 두 달 동안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6% 증가했다. 지난해 한 명도 없던 온열질환 사망자도 이미 6명이나 발생했다. 이에 취약계층을 방문하는 재난 도우미 운영과 함께 전화 안부, 응급처치요령 안내서비스 등의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온열질환자의 절반 이상은 야외 작업장, 논과 밭 등 실외에서 발생했다. 이 중 30% 가까이는 건설 현장 같은 야외 작업장이다. 야외 작업장에서는 폭염 특보 발령 시 1시간 주기로 10~15분 휴식하고, 근무시간을 조정해 옥외 작업을 피할 것을 권장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야외 작업장에서 폭염 대책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더위가 맹위를 떨칠 때마다 우려되는 것이 전력 수급 상황이다. 무더위로 냉방장치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전력예비율이 9%대로 떨어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주보다 더 더울 것으로 예보된 다음 주엔 전력예비율이 4%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물론 정부가 대규모 정전 상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겠지만 개인 또한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자제하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힘을 보태야 한다.

폭염은 재난이다. 늘 그랬듯 재난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 폭염은 심한 경우 목숨을 앗아갈 수 있음에도 아예 냉방장치가 없거나, 있어도 가동하기 어려운 에너지 빈곤층이 허다하다. 다른 어느 때보다 취약계층에 대한 강력한 보호책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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