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나의 허리 치료 방황기 / 김동배
[백세시대 금요칼럼] 나의 허리 치료 방황기 / 김동배
  •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명예교수
  • 승인 2021.07.23 14:07
  • 호수 78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명예교수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명예교수

의사들의 처방도 제각각이라

이 방법 저 방법 쓰다보니 고생만

허리 수술은 ‘최후 수단’으로 보고

오래 앉는 것 피하고 걷기 생활화

희망과 인내심 잃지 말아야

10여 년 전 어느 날 소변을 보는데 다리가 찌릿찌릿했다. 걸을 때 엉치뼈가 아프고 허리에 힘이 쑥 빠지면서 다리가 꺾어지는 듯했다. 어떨 때는 20m도 못 가 너무 힘들어서 주저앉아 좀 쉬어야 했다. 

MRI를 찍어보니 척추관협착증이란다. 증상은 점점 심해졌다. 그러는 동안 지인들로부터 귀동냥한 정보에 따라 이런저런 대증요법에 매달렸다. 한약을 먹으며 봉침을 맞기도 하고, 물리치료나 견인치료를 받아보기도 하고, 통증클리닉에서 주사를 맞기도 했는데 통증 완화는 잠시뿐이었다. 

협착증에 좋다는 허리 근육 강화 운동을 하기도 하고, 거꾸리 기구에 매달리기도 했는데 별 효과가 없었다. 살을 빼는 게 좋다는 얘기를 듣고 어느 금식수련원에 가서 일주일 금식하기도 했다. 심지어 기치료에 돈을 들이기도 했다. 우왕좌왕하면서 시간과 돈을 허비하는 동안 우울증이 오기도 했다.

강의할 때 서 있기가 힘들어 탁자를 붙잡거나 앉아서 하기도 했다. 지팡이를 짚고 모임에 나가기도 했다. 만나는 의사들마다 자문했다. 그런데 이렇게 동분서주하다 보면 컨디션이 좀 좋아질 때가 있다. 그런데 좀 좋아졌다고 운동을 과하게 해서 도루묵을 만들기도 했다. 

하는 수 없이 수술을 받아야겠다고 고민하고 있는데 어느 퇴임한 정형외과 의사로부터 “절대 수술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 무가 어디에 박히면 처음엔 빼기 어렵지만 시일이 지나면 물렁물렁해져서 빠지는 것과 같은 원리라는 것이다.     

수술하지 않고 버티는 동안 호전과 악화가 반복됐다. 계속 협착증과 씨름하고 있던 재작년 6월 어느 날 새벽 오른쪽 다리에 갑자기 엄청난 압박이 오면서 잠에서 깼다. 급히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다. 협착증이 악화된 것 같으니 진통제 먹고 며칠 기다려 보다 회복되지 않으면 수술하기로 했다. 

급한 마음에 동네 척추전문병원에 가서 MRI를 찍어보니 척추 1〜2번 사이에 디스크 파열이 진단됐다. 심한 충격을 받은 일이 없었는데 도대체 웬 파열? 어쨌든 수술을 안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다시 대학병원을 갔더니 이왕 수술할 바에는 협착과 파열 두 부위를 다 하자고 했다. 수술 약속을 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참담했다. 건강관리를 잘못하여 이 지경까지 온 것에 대해 많은 후회를 했다.

그날 저녁,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후배 정형외과 의사의 집으로 찾아가 2차 의견을 구했다. 그는 MRI를 자세히 보더니 수술 대신 자가치료를 권하는 것 아닌가? 3개월 정도 집에서 편히 쉬면 파열된 부분이 몸에 자연히 스며들면서 회복된다는 것이다. 그 후 몸 상태를 보면서 걷기 시작하면 6개월 후에 정상화될 수 있다고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쉬면 낫는다고? 수술하지 않고 낫는다면 당연히 그걸 택해야지! 

과연 3개월 지나니 통증이 완화되고 조금씩 운동할 수 있게 됐다. 다리에 마비가 온 부분은 여전히 좀 둔한 느낌이 있지만 서서히 운동 강도를 높여갔다. 1년 정도 지나니 상당히 좋아졌다. 그 후 일주일에 3〜4회, 하루에 1시간 이상 걷기 위주의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다리에 근육도 좀 붙어 친구들과 등산도 한다. 

완치라는 건 어렵겠지만 지금 같은 상태로만 유지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수술을 안 하는 게 능사는 아니겠지만 수술 안 하고도 생활에 큰 불편 없으니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오랫동안 고생한 끝에 얻은 노하우를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허리 병도 여러 형태여서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허리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에게 참고가 되길 바란다. 개인적 경험에서 우러난 제안이지만 한번 마음에 새겨두면 좋을 것이다.

첫째, 내게 가장 잘 맞는 치료법을 내가 선택한다. 10여 년 동안 여러 의사를 만났다. 수술해야 한다는 의사에서부터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의사까지, 허리 근육 강화 운동을 열심히 하라는 의사에서부터 운동 잘 못 하다간 오히려 악화되니 진통제 먹으면서 그냥 쉬라는 의사까지. 

처음엔 우왕좌왕했는데 세월이 지나다 보니 나에게 맞는 치료법이 어떤 것인지 감이 온다. 수술은 최후 수단이고, 무리한 활동은 피하면서 필요할 때 일정 기간 침, 물리치료, 진통제 복용, 통증 완화 주사 중 그동안 효과를 봤던 방법을 시도한다.

둘째, 오래 앉아 있는 걸 피하고 걷기를 생활화한다. 앉아 있을 땐 허리를 바로 세운다.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으로는 가급적 비포장 평지에서, 보폭을 조금 넓게 하고, 허리를 반듯하게 세우고, 스틱을 잡거나 팔을 힘차게 흔들면서 약 30분간 약간 땀이 날 정도로 걷는 것이다. 결국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과 인내심을 갖고 걷는다. 

셋째, 허리 문제는 전체 건강의 일부분이다. 성인병, 비만, 영양에 늘 신경을 쓰고, 한번 운동할 때 스트레칭, 근력운동, 유산소운동을 혼합한다. 통증과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자기주도적 삶을 잃지 않기 위해 항상 즐겁고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