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자서전 쓰기’ 열풍 분다
어르신들 ‘자서전 쓰기’ 열풍 분다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02.23 15:09
  • 호수 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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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기록 후대에 남기자” 노인단체 등서 주도 출간 ‘붐’
▲ 광주YMCA ‘내 인생의 자서전 학교’에 참가한 어르신들이 책을 출간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최근 자서전을 출간하는 어르신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통령, 대기업 회장 등 유명 인사들이나 쓰던 자서전이 이젠 노년기를 살아가는 어르신들에게 친숙한 존재로 변모했다.
이는 노인종합복지관, 경로당 등 노인 단체는 물론 지역 시민단체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자서전 쓰기 열풍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서전을 제작하는 대상이나 방식도 다양하다. 퇴직 어르신들이 직접 카메라 촬영법을 비롯해 편집, 인쇄 등 출판 요령을 배운 뒤 자서전을 제작하는 것은 물론 홀몸어르신들이 대학생들과 연계해 책을 출간하는 경우도 있다.

부산 반송종합사회복지관은 2월 4일 부산 시립미술관에서 홀몸 어르신들의 자서전 ‘살다보면’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이번 자서전은 복지관 회원 가운데 홀로 사는 어르신 10여명이 대학생과 사진동호회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지난 11월부터 매주 2차례씩 약 3개월 동안에 걸쳐 만들었다.

자서전 제작은 어르신들 혼자 힘으로 제작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대학생과 어르신이 1대 1 인터뷰를 통해 이뤄졌다. 자서전에는 6ㆍ25 전쟁을 겪으면서 고생을 했던 이야기를 비롯해 가난으로 인해 어린자식과 떨어져 지내야만 했던 사연들이 담겨 있다.

자서전 제작을 담당한 홍경하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이 처음 자서전 작업을 할 때만해도 지나온 과거를 털어 놓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셨다”며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원봉사자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보다 적극적인 모습으로 작업에 참여하셨다”고 말했다.

무려 8개월에 걸쳐 카메라 촬영은 물론 편집, 인쇄 등의 교육은 받은 뒤 자서전을 출판한 어르신들도 있다. 광주 YMCA ‘내 인생의 자서전 학교’에 입학한 60~70대 8명의 어르신들이 그 주인공.

‘8인의 삶, 소중한 순간들’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책에는 은퇴 후 노후를 준비하며 삶을 돌아보고 자신의 기록을 후대에 남겨 삶의 활력을 찾고자 노력하는 어르신들의 ‘소중한 순간’들이 담겨 있다.

전직 초등학교 교장 출신인 박종례(66)씨는 자서전을 통해 결혼상담관리사, 심리상담지도사, 생활작명사 등 자신이 취득한 수많은 자격증을 소개하고 “돈 걱정 없는 노후 생활을 위해 자격증을 취득하는 일은 또 다른 행운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전 영산강농지개량조합장 나점수(70) 어르신은 전남 나주에 대규모 오리농장을 운영하다 조류인플루엔자(AI)로 오리 1만2000마리를 땅에 묻었던 기억, 바빠서 큰 병에 걸려 입원 중이던 아내를 돌보지 못한 채 떠나보내야만 했던 아픈 기억을 털어놨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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