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연변 조선족 박철규씨의 ‘참사랑’
중국연변 조선족 박철규씨의 ‘참사랑’
  • 관리자
  • 승인 2006.08.2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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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 아내 살려낸 남편의 ‘순애보’

8년만에 의식회복, 노래 부를 때 기뻐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된 아내를 지극정성으로 돌봐 기적적으로 살려낸 중국 조선족 남편의 아내사랑 이야기가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주도인 옌지(延吉)시에 거주하는 박철규(54)씨다. 

 

지난달 23일 중국의 교민 신문인 ‘동북저널’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1997년 아내 허씨가 병원에서 식물인간 판정을 받자 아내를 집으로 데려와 병시중을 들며 돌봐왔고, 이런 남편의 지극한 사랑으로 아내가 8년만에 극적으로 깨어났다고 보도했다.

 

동북저널의 정인환 기자는 국제전화 통화를 통해 “박씨 부부의 이야기가 주변인들을 통해 알려져 취재하게 됐다”며, “입에 풀칠만 하고 살 정도로 집안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박씨의 아내에 대한 사랑이 지극정성이었다”고 전했다.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 8년간 의식불명이었던 아내 허금숙씨. 결코 짧지 않은 시간동안 병수발을 들며 아내를 돌봐온 박철규씨는 병 수발로 그동안 많은 빚을 졌지만 짜증 한번 내지 않고 묵묵히 아내의 곁을 지켜왔다.

 

하늘도 감동한 것일까. 허씨는 8년여의 투병생활 끝에 지난해 11월 의식을 되찾았다. 아내를 문병하러 온 동네 노인들이 박철규씨를 가리키며 “저 사람이 누구요?”라고 묻자, “내 나그네”라고 답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의식을 찾은 허씨가 정확히 8년만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박철규씨는 “눈물이 났다. 그동안의 고생이 싹 가셔지는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동안 주변사람들은 박씨에게 “인생이 얼마나 된다고 그러고 사나? 더 이상 기약이 없으니 새로 장가를 가서 행복을 찾아라”고 권했지만, 박씨의 아내 사랑은 변함이 없었다. 집안 살림에 보태려고 악착같이 재봉일을 하며 고생만 하던 아내를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내 돌보랴, 한참 자라는 아들딸을 키우랴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박씨는 어느날 배가 몹시 아파 병원을 찾았다. 맹장이 터졌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그런 상태에 이르면 통증 때문에 움직일 수도 없는데 어떻게 지금까지 참았냐며 의사도 신기해했다고 했다.

 

이제는 아내의 표정만 봐도 뭘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다는 박씨. 아내의 대소변을 직접 받아내는 것은 물론 하루에 한번씩 목욕을 시키고, 딱딱한 음식은 입으로 씹어 부드럽게 만든 후 아내에게 먹여준다.

 

가끔씩 아내의 손을 잡고 젊었을 때 부르던 노래도 불러주었던 박씨. 요즘은 의식을 회복한 아내가 한 구절씩 함께 흥얼거리곤 해 더욱 기쁘다고 한다.

 

아내 병시중 때문에 바깥출입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지난달 14일 밸런타인데이에는 아침 일찍 꽃 가게에 들러 장미꽃을 샀다. 아내에게 장미꽃을 선물하면서 “여보, 우리 평생 같이 살기요”라고 고백했다는 박씨는, “아내가 반드시 예전의 건강을 회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박영선 기자 dreamsun@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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