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방송 콘텐츠 시장의 지각변동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방송 콘텐츠 시장의 지각변동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8.13 15:07
  • 호수 7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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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부터 2017년까지 6년간 tvN에서 방영돼 큰 사랑을 받은 ‘SNL 코리아’. 신동엽을 주축으로 유세윤, 정성호, 안영미 등 코미디언과 정상훈, 김민교 등 익살스런 연기가 특기인 배우들이 쇼를 이끌어가는 진행자로 활약했고 매회 유명 연예인이 번갈아가며 호스트로 출연, 각종 콩트를 생방송과 녹화방송으로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지상파 방송에서는 볼 수 없는 19금 성인 코미디를 익살스럽게 구현하며 많은 지지층을 얻었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종영하면서 많은 시청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겼고 부활시켜달라는 요구가 꾸준히 이어졌다.

그리고 올해 초 이들의 염원을 담은 소식이 전해진다. ‘SNL 코리아’가 올 하반기 방영을 목표로 제작이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전성기를 이끈 신동엽 역시 참여한다는 뉴스가 전해진다. 이어 후속 크루들의 캐스팅 소식이 전해졌는데 가장 놀라운 점은 지상파도 케이블도 아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방영한다는 것이었다.

OTT는 1년 6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상황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한다. 극장가가 고사상태에 몰린 것과 대조적으로 양질의 영화 콘텐츠를 제작해 시청자들에게 ‘돈’을 받고 제공하면서 탄탄한 수입구조로 거대한 눈덩이를 만들었다. 그리고 힘차게 굴러간 눈덩이의 타겟은 극장가에서 방송국으로 향하고 있다.

그렇다면 ‘광고’로 먹고 사는 방송국은 어떤가.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2000억원대 적자를 냈던 지상파 3사는 다행히 지난해 77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전년도에 비하면 2000억원 이상을 더 번 것이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는 없다. IPTV 등 사업자에게 받는 재송신 수수료가 인상되지 않았다면 여전히 적자에 허덕일 뻔했다. 3사는 2020년 재송신 수수료로 3173억원을 벌었는데 이는 전년보다 265억원 늘어난 것이다. 또 주 수입원인 광고수입은 여전히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2020년 지상파 광고시장은 1조1369억원으로 2002년(2조7452억원) 대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3사는 각각 유튜브 채널을 여러 개 개설하면서 대응에 나섰지만 적게는 수백만에서 많게는 수억명의 시청자에게 매달 돈을 받는 OTT의 수입구조와 비교하면 여전히 빈곤한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SNL 코리아’의 OTT행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쩌면 머지않은 시점에 미디어의 공룡으로서 압도적인 ‘원청’이었던 지상파 3사는 OTT에 프로그램을 제작해 납품하는 하청업체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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