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원주부학교·초등학교·일성여중고 이선재 교장
양원주부학교·초등학교·일성여중고 이선재 교장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02.25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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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원주부학교‧양원초등학교‧일성여중고 이선재 교장.

가정형편이 어려워 배움의 기회를 놓친 중고령 여성들을 위해 만학의 꿈을 키워주는 학교가 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양원주부학교·양원초등학교·일성여자중고등학교가 바로 그곳.

2월 24일 양원주부학교에 이어 양원초등학교(25일), 일성여자중고등학교(26일)가 졸업식을 가졌다. 세 학교를 이끄는 수장이자 배움의 길을 잃은 중고령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는 교육전도사 이선재 교장을 만났다.

양원주부학교‧양원초등학교‧일성여중고를 소개한다면.

양원주부학교는 초‧중‧고등학교 교육뿐 아니라 평생교육과정 모두 1년 과정으로 진행하고 있다. 재학생은 1000여명의 중고령 주부들로 평균 연령은 50대다. 학력인정은 되지 않지만 검정고시 준비와 평생교육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양원초등학교는 평생교육법에 따라 국내 최초로 성인 대상 초등학교로 학력인정을 받았다. 일반 초등학교처럼 1~6학년까지 전 학년을 갖추고 있지만 6년 과정을 4년 만에 졸업할 수 있도록 했다. 남녀공학이지만 여학생들이 98%에 이르며, 평균나이는 60대 초반이다.

일성여자중고등학교는 일성고등공민학교에서 일성상업고등학교를 거친 뒤 2000년 일성여자중고등학교로 이름을 굳혔다. 진실, 근면, 검소를 교훈으로 삼고 있는 일성여중고는 지난 2000년 2년제 학력 인정 학교로 거듭나 중고등학교 3년 과정을 2년이면 졸업할 수 있다. 이들 학교는 지금까지 모두 4만30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교육 이념은.

양원주부학교와 일성여자고등학교의 전신은 일성고등공민학교다. 일성고등공민학교는 6·25 동란 중 함경남도 북청에서 피난 나온 사람들이 자신들의 자녀와 전쟁고아, 극빈아동 등을 가르칠 목적으로 1952년에 세운 야학교다.

이후 1978년 1988년까지 10년 동안 무료로 구로공단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일요학교를 운영했다. 1983년 주부반을 별도로 편성한 이후 지금까지 주부들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 가난 혹은 시대적인 상황 때문에 제 나이에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한 여성들에게 학업의 기회를 만들어 주고자 신설된 학교다. 특히 중고령 여성들은 평생 배우지 못한 한을 가슴에 품고 힘겹게 살아왔다.

늦깎이 학생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선택한 생활지도 방침이 바로 소선필상(小善必賞)이다. 즉, 조금만 잘해도 상을 준다는 말이다. 하지만 상을 주는 기준은 엄격하다.

2월 25일 양원초등학교 첫 졸업식에 대한 감회는.

마치 누이동생 시집보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더 잘해주고, 더 열심히 가르치고 싶었는데 그만큼 했는가 반문하게 된다.

교육을 노인복지와 연결 짓는다면.

복지를 두 가지로 나뉜다면 생산적 복지와 구호적 복지라고 할 수 있다.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구호적 복지라면 교육을 제공하는 일은 생산적 복지다. 우리는 흔히 복지하면 장애인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한글로 자기 이름을 모르고 사는 것도 장애라고 할 수 있다. 의무교육은 우리 모두가 받을 권리다.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 문해인들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 시킬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또 노인들에게도 자기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건강하고 활기차게 노년을 보낼 수 있다. 40~70대 제2의 성장기라고 한다.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해야 80대 이후에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

타 학교와 차별화된 교육은.

우리 학교가 내세우는 구호는 '배우고 싶은 사람은 오시오'다. 생활교육·실용·미래지향적인 교육을 내세우고 있다. 21세기 고령화 사회에서는 스스로 생각하고 모든 일을 해결할 준비를 해야 한다. 오늘 배운 것을 당장 써 먹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한자와 영어, 컴퓨터 교육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영어는 말하기를 비롯해 팝송, 연극 대회 등을 열기도 한다. 또 수업뿐 아니라 영어, 한자, 컴퓨터 등 8개 특별활동을 비롯해 문예반, 합창반, 영어말하기 대회, 출판기념회 등을 통해 정규 수업에서 할 수 없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방과 후 특기적성을 살려 웅변대회에 나가 서울시교육감상도 수상할 정도로 실력도 수준급이다. 특히 문학에 소질 있는 학생들이 많아 재학 중 시인에 등단한 학생도 35명이나 된다.

봉사회도 조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양원봉사회는 양원주부학교와 일성여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결성한 봉사모임이다. 1993년 창립돼 1000여명의 회원들로 구성된 봉사회는 정기적으로 회비를 모아 소년소녀가장, 무의탁노인 및 장애인 등 어려운 이웃을 찾아 나누고 베푸는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앞으로의 꿈은.

대한민국에서 우리 학교를 찾아온 학생이 없어 '문 닫는 것'이 꿈이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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