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눈살 찌푸리게 하는 자동차 스티커들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눈살 찌푸리게 하는 자동차 스티커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8.27 13:55
  • 호수 7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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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운전, 배려 고맙습니다.”

필자가 지난 3월 생애 처음 산 자동차에 붙인 스티커다. 면허를 따고 얼마 안 있어 산 차여서 주변 운전자들에게 배려를 부탁한다는 의미로 부착했다. 초보운전 스티커를 고르며 꽤 고심했다. “운전이 아직 서투릅니다. 죄송합니다”처럼 뒷차에게 최대한 미안함을 전달하고 싶은 문구를 원했지만 시중에서 판매하는 스티커 중 이런 건 없었다. 그나마 ‘배려 고맙습니다’라는 문구가 뒷차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 것 같아 이것을 선택했다. 

헌데 스티커를 고르다 보니 ‘성질 더러운 사람이 타고 있습니다’ 같이 자극적인 문구가 많았다. 재미를 추구한다지만 정작 운전자가 이를 지켜보는 시선은 곱지 않을 것 같다. 실제로 지인들은 운전자들에게 되레 불쾌함을 유발하게 하는 스티커 구매를 만류했다.

‘아이가 타고 있어요’, ‘위급 상황 발생 시 아이부터 구해주세요’.

운전을 하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 번 볼 수 있는 자동차 스티커다. 뒷차에게 방어운전을 해달라는 정중한 요구이면서 혹여나 사고가 났을 경우 자신보다는 아이를 먼저 챙겨달라는 부모의 마음이 담겨 있다.

헌데 아직 초보인 필자조차 이런 스티커가 종종 달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스티커 하나로 ‘좋은 부모’로 자신을 포장하면서 정작 비매너 운전을 자행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차선변경 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는 자동차, 혼잡구간 불법 끼어들기를 자행하는 자동차에 이 스티커가 붙어 있으면 느껴지는 불쾌함이 몇 배로 증가한다. “내 아이는 소중하지만 당신의 안전과 시간은 관심 없어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스티커는 굳이 부착할 이유가 없다. ‘아이가 타고 있어요’ 스티커는 1984년 유아용품 회사 ‘세이프티 퍼스트’의 창립자 마이클 러너가 고안해 만든 마케팅 상품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스티커를 팔아 돈을 벌려는 상술에 불과하다.

얼마 전까지 유치원 통원 차량에서 아이가 내린 것을 확인하지 않아 안타깝게 사망하는 사고가 종종 발생했다. 이런 우려로 인해 혹여나 사고 발생 시 내 아이가 구조되지 않을 것 같은 불안함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런 생각 역시 우리나라 119 구급대원을 너무 무시한 처사다. 곰곰이 생각해보시라. 자동차 사고 발생시 119 구급대원이 구조하지 않았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지. 굳이 스티커로 알려 주지 않아도 구급대원들은 늘 차안에 남아있는 마지막 한 사람까지 구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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