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 거제2차아이파크, 곰팡이 아파트로 전락
HDC현대산업개발 거제2차아이파크, 곰팡이 아파트로 전락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1.09.01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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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 “근본적인 원인 잡지 않고 벽지만 교체…AS 신청해도 미루기 다반사”
회사 측 “입주 당시 곰팡이 없던 집, 여름 내 수개월 방치해서 생긴 일” 해명

총 1200여 세대 중 949세대 아파트 하자 단체소송 진행중

[백세경제=최주연 기자] 최근 어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파트 누수로 인해 벽과 천정에 핀 곰팡이와 물이 흥건한 바닥이 사진과 영상으로 공개되면서 논란이 됐다. ‘역대급’ 하자에 이 아파트 상호와 시공사가 어디냐는 물음이 쇄도했고 결국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거제2차아이파크라는 게 드러났다. 본지는 해당 아파트 피해 주민과의 인터뷰를 통해 곰팡이 아파트의 실상을 들여다봤다.


 

최근 어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파트 누수로 인해 벽과 천장에 핀 곰팡이와 물이 흥건한 바닥이 사진과 영상으로 공개됐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최근 어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파트 누수로 인해 벽과 천정에 핀 곰팡이와 물이 흥건한 바닥이 사진과 영상으로 공개됐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해당 아파트를 자가로 소유하고 있는 A씨는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의 임시방편적인 하자보수와 늦장 대응이 곰팡이 아파트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주 초기에도 곰팡이는 있었어요. (게시물) 사진에 나온 만큼은 아니었지만 큰 방, 작은 방 곰팡이가 피어 있었습니다. 벽지 한 차례 갈아주더라고요.”

하지만 이후 곰팡이는 또 생겼다고 한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HDC현산이 이렇듯 임시방편적인 하자보수 후 “AS신청 완료했다”고 서류상 기록했고, 지금은 “하자보수 다 해 줬다, 이제 와서 왜 다른 소리하냐”고 나오고 있다고 한다.

“AS 신청해도 미루기 일쑤고 안 오기도 하고. 공개적으로 말 못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안 고쳐주니까 결국 소송하게 된 겁니다”

A씨에 따르면 곰팡이는 기본 하자 수준이라고 했다. “물 때문에 고생들 많이 하고 있어요. 탑층 같은 경우에는 옥상 방수가 안돼서 천정 누수가 말도 못하고. 시한폭탄처럼 느낍니다.”

그는 총 1200여 세대 중 현재 949세대가 HDC현산을 상대로 단체 소송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단체 소송을 지난해 4월부터 시작했고, 이에 HDC현산은 소송 중이기 때문에 하자보수를 중단하겠다고 알렸다고 한다. 그로부터 하자보수는 중단됐는데, 알고 보니 올해 1월이나 돼서야 소송이 진행된 것을 뒤늦게 확인할 수 있었다. 소송 진행 전인 4월부터 하자보수를 중단했으니 9개월여 먼저 공사를 중단한 것이다.

“누가 소송하고 싶어서 하겠습니까. 내 주머니에서 돈 나가고, 소송에서 이긴다고 해서 보상금이 얼마나 나올지도, 집이 제대로 고쳐질지도 모르는데요. 하자보수가 제대로 안되니까 어쩔 수 없이 소송할 수밖에요, 별 수 있습니까?”

한편 HDC현대산업개발은 논란이 된 사진 속 곰팡이 아파트에 대해 “여름내 방치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HDC현산 관계자는 지난 31일 [백세시대]와의 전화 통화에서 “여름 내 수개월 빈집 상태로 두고 방치하면서 곰팡이가 발생한 것”이라면서 “입주초기에는 곰팡이 등 하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청된 하자보수는 모두 조치 완료한 상태”라면서 “소송을 걸어 하자보수공사를 해주지 않는다는 주장은 개연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세입자 나가고 3개월 동안 집 관리 했는데도 곰팡이 천국”

본지는 곰팡이 아파트 게시물을 올린 B씨와 접촉해 회사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B씨는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세입자가 올해 6월에 나갔습니다. 수개월이라고 해봤자 3개월이나 됐나요. 빈집 관리 꾸준히 했고요. 환기시켜줘도 곰팡이를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밤새도록 물을 닦아야 하는데 ”방치했다“고 말하는 그분들은 외출도 안하고 24시간 물 닦고 있을 수 있냐고 묻고 싶네요.”

B씨는 그 집에 살았던 세입자와 집주인으로서의 고충을 털어 놓았다. “세입자 분이 고생 엄청 했어요, 그 집 때문에. 가구 썩고 옷에도 곰팡이 펴서 버리고. 여름에는 보일러 틀고 물 닦고. 무더위에는 에어컨 틀어야 하니까 또 물새고. 드레스룸 거울이 습기로 가득했습니다. 이거 매일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B씨에 따르면 참다못한 세입자는 계약 중도에 나가겠다고 했고 B씨는 전세 보증금을 깎아줘야 했다. 이 집에 살던 세입자는 곰팡이를 포함한 집안 하자보수를 위해 AS를 신청했지만 AS 업체는 하자 보수 요청에 방문은커녕 응답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B씨는 이번 공론화 이후 업체에서 연락을 받았다. 얼마 전에는 소송을 취소하면 수리를 해주겠다고 하더니 그로부터 며칠 후 “기록상에는 AS신청에 대한 모든 게 다 완료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B씨가 제공한 전 세입자와 하자보수 업체의 문자 대화 내용에는 세입자의 불편호소는 있었지만 수리업체의 이렇다 할 방문 약속과 보수 계획은 없었다. 물이 분수처럼 쏟아지고 물이 역류하고 있다는 호소만 있을 뿐 그에 대한 답장은 찾아볼 수 없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6월 광주광역시에서 일어난 철거 건물 붕괴 사고로 17명의 사상자를 냈고 정몽규 회장(사진)이 현장을 찾아 사과했다.(사진=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6월 광주광역시에서 일어난 철거 건물 붕괴 사고로 17명의 사상자를 냈고 정몽규 회장(사진)이 현장을 찾아 사과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6월 광주광역시에서 일어난 철거 건물 붕괴 사고로 17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 사고는 무리한 철거 방식, 불법 재하도급 등 인재로 인한 사고로 밝혀졌다.

당시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전사적으로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해나가겠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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