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남는 경로당 운영비 복지에 활용…“낡은 비품 바꾸거나 식권 구입해 배부”
코로나 시대, 남는 경로당 운영비 복지에 활용…“낡은 비품 바꾸거나 식권 구입해 배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9.03 10:32
  • 호수 7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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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경로당 문을 여닫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운영비를 반납하는 경로당이 크게 늘었다. 이에 올해부터는 그간 운영비 부족으로 못했던 비품 교체를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등 사용 방식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사진은 한 경로당에서 거리두기를 하면서 건강체조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해부터 경로당 문을 여닫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운영비를 반납하는 경로당이 크게 늘었다. 이에 올해부터는 그간 운영비 부족으로 못했던 비품 교체를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등 사용 방식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사진은 한 경로당에서 거리두기를 하면서 건강체조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운영비 반납 증가… 올 들어 비품 구매, 결식 예방에 활용

냉난방비는 전용 안돼 무조건 반납… “운영비로 사용하게 개선”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자체에 반납하는 금액은 증가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바뀐 환경에 맞춰 경로당 운영비 사용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로당 보조금 사용 현황을 요약하면 이렇다. 지난해의 경우 대부분의 지역에서 예년보다 반납하는 운영비, 냉난방비 등이 크게 증가했다. 노인복지법에 따라 경로당에는 시·군비 외에 국·도비(47.5%)로 보조금이 지원되지만 보조금관리법에 따라 사용 후 남는 돈은 모두 반납해야 한다.

이중 운영비는 냉‧난방비와 달리 물품 구매 등 경로당 운영 전반에 사용된다. 지역마다 사용방법에 차이가 있지만 통상 월례회의 후 식사비용으로 사용하는 곳이 많았고 반납액도 거의 없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금액이 남는 냉난반비를 운영비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꾸준히 요청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경로당이 문을 닫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3월경부터 국내에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전국의 경로당 대부분이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도 못한 채 장기 휴관에 들어갔다. 잠잠해진 시점에 개관하기도 했지만 이도 잠시 문을 닫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8개월 이상 문을 닫는 곳도 있었다. 이런 경우 운영비를 활용하지 못한 채 원칙대로 운영비를 반납하게 됐다.

이와 달리 충남 예산군지회 등은 그간 운영비 부족으로 구입하기 힘들었던 비품을 구매하며 재정비에 나섰다. 망가진 김치냉장고를 교체하거나, 오래돼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보일러를 새것으로 바꾸거나, 식기류를 구매하는 식으로 사용한 것이다. 또한 소독물품, 마스크 등 코로나19 방역용품 구매에도 많이 할당했다.

그리고 이러한 운영비 활용 추세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경로당이 언제 다시 닫을지 모르기 때문에 회원들과 상의해 틈틈이 비품을 교체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충남 예산군지회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에는 운영비를 공과금 납부에 주로 사용했다면 올해부터는 틈틈이 낡은 쇼파나 의자를 바꾸는 경로당이 많아졌다”면서 “코로나 시대에 맞게 운영비를 적절히 활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광역시‧도, 시‧군‧구와 협의해 회원들 개인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추세로 자리잡았다. 경로당 회원들은 대부분 고령인데다 특히 식사가 금지된 현 상황에서 혼자 사는 어르신의 경우 식사 해결에 어려움이 있다. 이에 대전시와 5개 자치구, 대한노인회 지회는 지난해 6월 협의를 거쳐 경로당 운영비를 회원들 식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각 경로당이 인근 식당의 식권을 구매해 이를 회원들에게 나눠주고 각자 원하는 시간에 식사를 하도록 한 것이다. 

대전 중구지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될 것을 예상해 어르신들의 결식 예방 차원에서 식사 제공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지회도 지난해 경로당 휴관으로 운영비를 거의 사용하지 못했던 경로당들을 위해 최근 서울시와 중랑구와 협의 과정을 거쳐 운영비를 간식비와 회원들 식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중랑구지회 관계자는 “1인당 3000원 한도 내에서 간식을 구매하고, 회식을 못하는 만큼 분기별 1회 1만원 한도 내 식사를 하거나 포장해서 드실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반면 냉난방비 반납액은 운영비 반납액보다 더 많지만 타용도로 활용하지 못해 이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충북도의 경우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도내 11개 시·군 경로당 4200여곳에 81억1200만원의 냉난방비와 양곡비를 지원했는데 이중 28.3%인 22억9200만원이 사용되지 못한 채 되돌아왔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9년 89억6000만원 중 18.1%인 16억1900만원이 반납된 것과 비교하면 비율과 금액 모두 대폭 증가한 것이다.

이로 인해 남은 경로당 보조금을 양곡 추가 매입이나 운영비, 노인 후생복지비 등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김태호 국회의원(국민의힘)은 지난 4월 냉난방비 등을 자체 노력으로 절감한 경우 이 돈을 반환하지 않고 경로당 운영에 쓰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한 노인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경로당 문을 닫으면서 역설적으로 경로당의 중요성이 확인된 만큼 경로당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보조금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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