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수술실 CCTV 설치법’ 국회 통과 … 환자 인권 보호 차원서 의료계 수용을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수술실 CCTV 설치법’ 국회 통과 … 환자 인권 보호 차원서 의료계 수용을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1.09.03 13:46
  • 호수 7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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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2015년 관련 법안의 첫 국회 제출 이후 6년 만이다. 

국회는 지난 8월 31일 오후 2시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재석 의원 183명 중 찬성 135명, 반대 24명, 기권 24명으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3년부터 시행된다.

CCTV 설치는 지난 2014년 수술실 생일파티와 무자격자의 대리수술, 의료실 내 성범죄 등의 사건이 불거지면서 필요성이 제기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단, 의료기관의 장이나 의료인이 CCTV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조항을 뒀다. ▲응급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위험도 높은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전공의 수련 등 목적 달성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이다.

CCTV 영상을 열람할 수 있는 경우도 제한했다. 영상 열람은 ▲범죄의 수사와 공소제기 및 유지, 법원의 재판업무 수행을 위해 관계기관이 요청하는 경우 ▲의료분쟁의 조정 또는 중재 절차 개시 이후 환자의 동의를 받아 요청하는 경우 ▲환자와 의료인 등 정보주체 모두의 동의를 받은 경우 등에만 요청할 수 있다. 

또한 의료기관의 장은 촬영한 영상 정보를 30일 이상 보관해야 한다는 규정을 뒀다. 촬영 정보를 유출하거나 훼손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도록 하는 처벌 규정도 마련했다.

청와대는 이번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과 관련해 “우리 사회의 성숙한 입법 과정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9월 1일 브리핑에서 “이해당사자와 여야, 정부가 공론의 장에서 토론을 거쳐 합의에 이른 것”이라며 “정부는 법률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국회를 통과한 다수 법안을 두고 별도로 의견을 밝히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임기 마지막 정기국회를 앞두고 국회에서의 초당적 협력을 바라는 심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의료계는 CCTV 설치 조항을 악법으로 규정하며 법적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라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등 의료계 3개 단체는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의사들의 소신과 의욕을 꺾고, 의료의 질적 저하와 궁극적으로는 환자의 생명권과 건강권에 대한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어떠한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번 법안 개정의 내용을 악법으로 규정한다”며 “악법을 저지하고자 함께 최선을 다해 행동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의협은 유예기간 동안 의료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을 찾고, 헌법소원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의협은 “2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해당 법의 독소 조항들이 가진 잠재적 해악을 규명하고, 선량한 수술 집도의들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며 “이 법은 헌법에서 규정하는 직업수행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고 있으므로 헌법소원 등을 제기하여 법적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환자단체는 법안 내용 중 위험도 높은 수술이거나 전공의 수련 목적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의료진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한 예외 조항 등이 악용될 여지가 있다며 보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계는 더이상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무조건적인 반대’ 입장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수술실에서의 대리수술, 성추행 등을 걱정하는 환자들의 입장에서 깊게 생각해보길 바란다. 그런 다음, 2년간의 유예기간이 있으니 법 시행에 협조하면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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