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판막 협착증, 심장 판막 좁아져 혈액공급에 장애… 급사 위험 높아
대동맥판막 협착증, 심장 판막 좁아져 혈액공급에 장애… 급사 위험 높아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1.09.03 15:23
  • 호수 7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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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엔 증상 느끼는 경우 드물어… 중증일 경우 호흡곤란·흉통 나타나

약물로는 협착 치료 안돼…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치환술 많이 시행

[백세시대=배지영기자] 김 모(71) 어르신은 언젠가부터 조금만 걸어도 숨쉬기 어렵고 가슴이 당기는 흉통을 느꼈다. 평소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어 처음엔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넘겼는데,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기는커녕 몸이 점점 더 안 좋아졌다. 그러다가 갑자기 쓰러져 주변 사람에 의해 병원에 실려갔고, 심장 초음파 결과 ‘대동맥판막 협착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이란 심장에서 나가는 혈류를 조절하기 위해 여닫이문 역할을 하는 ‘대동맥판막’이 여러 원인으로 인해 좁아진 상태를 말한다. 이로 인해 대동맥판막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온몸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심장에도 무리가 간다.

특히 고령층에서 대동맥판막 협착증 발생이 많다. 이는 수십 년간 판막이 열리고 닫힘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딱딱한 칼슘 성분이 축적돼 석회화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신성호 순천향대 부천병원 흉부심장혈관외과 교수는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판막이 좁아진 정도에 따라 경증과 중증으로 구분한다”며 “중증일 경우 호흡곤란, 흉통,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급사 위험이 있어 하루빨리 치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림은 정상 판막의 닫힌 모습(위)과 판막이 딱딱하게 굳어 닫혔을 때에도 틈이 생긴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의 판막(아래) 모습. 정상 판막은 열릴 때 문제가 없지만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경우, 판막이 제대로 열리지 않아 통로가 좁아져 온몸에 혈액이 전달되는데 문제가 생긴다.
그림은 정상 판막의 닫힌 모습(위)과 판막이 딱딱하게 굳어 닫혔을 때에도 틈이 생긴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의 판막(아래) 모습. 정상 판막은 열릴 때 문제가 없지만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경우, 판막이 제대로 열리지 않아 통로가 좁아져 온몸에 혈액이 전달되는데 문제가 생긴다.

◇흉통 나타나면 많이 진행된 것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경우 정도에 따라 증상 또한 다르다. 협착증의 정도가 중등도 이하인  경우에는 증상을 느끼는 경우는 드물고, 중증으로 매우 좁아져 있어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경우도 흔히 있다. 실제로 대동맥판막 협착증으로 진단된 환자 중 20~30%는 질환과 관계된 증상이 없는 무증상 환자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질환이 진행된 경우에는 가슴 통증이 나타나는데,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예후는 급격하게 나빠져서 수술을 안 했을 경우 2~5년 내에 대부분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다. 보통 판막 협착이 심하게 나타나면 △흉통 또는 가슴 조임 △어지러움 △활동량이 증가했을 때 피로함 △호흡곤란 △가슴 두근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만약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먼저 심장전문의를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판막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심장전문의는 청진을 통해 심잡음을 확인하며 흉부 X선 촬영, 심전도, 심장초음파 검사 등을 시행한다. 

심장초음파는 심장 기능과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심한 정도를 평가하고, 다른 판막질환의 여부도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검사로, 보다 정밀한 평가를 위해 경식도 심장초음파(심장 내시경)나 운동부하검사(30분 정도 운동 하면서 심장 활동력 측정), 심도자 검사(심장질환 특수 치료 위해 실시하는 정밀검사) 등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 치료

현재 어떠한 약물치료도 대동맥판막 협착을 정상화할 수 없다. 다만, 환자의 호흡곤란을 완화하거나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치료 방법으로는 수술적 방법이 추천된다. 수술은 흉곽과 심장을 열어 손상된 판막을 제거하고 새로운 인공 판막을 넣어주는 방식이다. 보통 좁아진 대동맥판막을 금속이나 돼지의 조직을 이용해 만든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대동맥판막 치환 수술이 이뤄진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전신 마취 하에 가슴을 열고 인공심폐기를 이용하는 개흉수술이 필수적이지만 고령의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의 경우 당뇨, 신부전, 뇌경색 등의 여러 질환이 동반돼 있고, 전신 상태가 좋지 않아 수술 후 높은 사망률과 합병증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또한 나쁜 전신 상태로 수술 자체를 받지 못하거나, 환자 혹은 보호자가 수술의 위험성 때문에 수술을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이라고 하여 대퇴부나 어깨 쪽 혈관을 통해 인공판막을 피부에 바늘을 찔러 삽입하는 방법이 많이 쓰인다. 이는 수술에 비해 환자의 몸에 부담이 적고 회복이 빨라 일상생활로 빠르게 돌아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새로운 수술기법으로 인공판막을 봉합하지 않고 교체하는 ‘무봉합 대동맥판막 치환술’이 국내에 많이 보급돼 있다. ‘무봉합 대동맥판막 치환술’은 적절한 환자에게 시행하면 수술 시간이 크게 줄어 회복이 빠르고 합병증이 적다. 

최근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보고에 따르면, 100세 이상의 초고령 환자에서 대동맥판막 치환술에 성공한 사례가 있을 정도로 국내 수술성적 및 수술 후 관리가 많이 발전했다. 따라서 동반 질환이 없고, 특별한 문제가 없는 수술 저위험군 환자들은 대개 수술 후 1주 이내 퇴원할 수 있다. 일상 복귀 또한 무리한 운동을 제외하면 3~4주 이내에 가능하다.

신 교수는 “국내 대동맥판막 치환술 성적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과 비교하여도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향상되었으므로 수술을 두려워하지 말고 흉부심장혈관외과 전문의와 상의하여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65세 이상이거나 당뇨·고혈압 환자, 심장 또는 심혈관 질환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병원을 방문해 심장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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