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카페 노인일자리 신설, 경로당 투척식 소화기 설치 등 ‘노인위’ 정책 제안 대거 수용한 광명시
키즈카페 노인일자리 신설, 경로당 투척식 소화기 설치 등 ‘노인위’ 정책 제안 대거 수용한 광명시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9.10 10:59
  • 호수 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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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노인위원회를 발족시킨 광명시가 위원회에서 1년간 치열한 회의 끝에 제안한 정책을 내년에 대거 반영하기로 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광명시노인위원회의 분과회의 모습.
지난해 노인위원회를 발족시킨 광명시가 위원회에서 1년간 치열한 회의 끝에 제안한 정책을 내년에 대거 반영하기로 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광명시노인위원회의 분과회의 모습.

지난해 조례 제정 통해 출범… 대한노인회 광명시지회 부지회장 3인 참여

사회안전망‧일자리 등 3개 분과서 31건 의견 제출… 23건은 내년 시행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제안해준 정책은 최대한 내년 예산에 반영해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8월 24일 경기 광명시청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광명시노인위원회 3개 분과 정책제안 발표회의’에서 박승원 광명시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이는 곧 현실이 됐다. 광명시가 이날 제안한 31건 중 23건을 2022년 사업에 반영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번 성과는 노인들이 직접 발굴해낸 정책 제안을 폭넓게 수용한 주목할 만한 사례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광명시는 지난해 11월 급격한 노령화 사회에 대비해 지역 실정에 맞고 실효성 있는 노인복지정책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50명을 선발, 노인위원회를 구성했다. 출범 당시만 해도 보여주기식이 아니냐는 의심이 많았다. 실제로 여러 지자체와 정당 등에서 비슷한 위원회를 구성한 적이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 와해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광명시는 시작부터 달랐다. 지난해 3월 ‘노인위원회 설치 및 운영조례’를 제정해 설립 전부터 위원회의 유명무실화를 방지했다. 

노인위원회는 건강증진분과, 일자리분과, 사회안전망분과 등 3개 분과로 구성됐다. 대한노인회 광명시지회에서는 박종애 지회장의 추천을 통해 음채련(사회안전망), 배진열(일자리), 하영호(건강증진) 부지회장이 대표로 참여했다. 배진열 부지회장의 경우 일자리분과장을 맡아 위원회를 주도하기도 했다.

분과회의는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총 4차례 진행됐다. 비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는 회의가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비판 받을까봐 주저하거나, 주제와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는 사례가 잦다. 이에 광명시는 회의 진행이 원활하게 이뤄지게 돕는 전문 퍼실리테이터(조력자)에게 매회 회의 진행을 맡겨 열띤 토의를 이끌어냈다. 

이러한 퍼실리테이터들의 진행 아래 위원들은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브레인스토밍이란 여러 사람이 생각나는 대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방법으로 주제에 맞지 않는 엉뚱한 의견이라도 무시하거나 제지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통해 참여자들이 의견을 내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해 참여도를 높여 폭넓은 아이디어를 취합할 수 있다.

이후 브레인스토밍으로 취합된 아이디어 중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은 걸러내고 나머지는  정책 방향에 맞게 구분하는 과정이 진행됐다.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의견은 치열한 토의를 통해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위원들은 각 정책이 어느 정도로 노인에게 필요한지, 앞서 도입한 사례는 어떻게 됐는지, 시에서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은 있는 지 등을 고려해 실현가능성 있는 의견으로 확장해 나갔다. 이 과정을 통해 대표적으로 사회안전망분과에서는 홀몸노인을 위한 돌봄 로봇 지원, 경로당 투척식 소화기 도입 등의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경로당 투척식 소화기 도입의 경우 현 경로당 회장을 맡고 있는 음채련 부지회장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 것이다. 

평소 경로당 어르신들이 소화기를 사용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것을 알고 있던 음 부지회장은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는 투척식 소화기를 경로당에 비치할 것을 제안했다. 

음 부지회장은 “기존 소화기 사용법을 교육해도 그대로 따라하기가 어려웠고 화재 진압은 초기가 중요해 평소 투척식 소화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이러한 근거를 회의 때 제안했고 토의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고 말했다.

일자리분과장을 맡은 배진열 부지회장도 아이 돌봄에 관심이 많은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일자리 제안에 반영했다. 배 부지회장은 “일할 의지가 있고 아이 돌봄에도 익숙한 어르신들이 많은데다가 젊은 부부의 경우 잠시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 착안해 의견을 제시했다”면서 “다른 일자리 아이디어의 경우 위원들과 합의가 되지 않아 내년으로 미룬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심도 있는 논의 끝에 △노인 문화‧체육‧여가 평생학습 사업 △치매예방 위한 VR기기 도입 등 31건의 정책 제안이 이뤄졌고 이중 23건이 내년 예산에 반영됐다. 나머지 8건은 이미 완료 및 중복되거나 검토가 필요한 사항으로 향후 관련부서 검토를 거쳐 노인위원회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계획이다.

광명시노인위원회의 정책 제안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분과회의를 진행하고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한 정책 제안이 이어질 전망이다.

박종애 광명시지회장은 “노인들의 진짜 목소리가 담긴 다양한 아이디어가 노인위원회를 통해 광명시에 전달됐고 내년 정책에 반영되는 쾌거를 이뤘다”면서 “노인위원회의 의미 있는 행보가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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