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어르신께 ‘안부 전화’…“안부전화만 받아도 인지기능 향상 효과”
대한노인회 어르신께 ‘안부 전화’…“안부전화만 받아도 인지기능 향상 효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10.01 13:20
  • 호수 7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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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노인회를 비롯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안부전화 사업이 인지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은 충북의 행복나누미들이 경로당 휴관 기간에 안부전화를 돌리는 모습.
최근 대한노인회를 비롯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안부전화 사업이 인지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은 충북의 행복나누미들이 경로당 휴관 기간에 안부전화를 돌리는 모습.

미 펜실베니아‧뉴욕주립대 공동연구… “사회적 상호작용의 중요성 입증”

노인회‧지자체, 다양한 안부전화 서비스… 앞으로 더 활발해질듯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어르신들이 말씀하시길, 주1회 이상 안부전화를 하는 저희가 가족보다 낫대요.”

대한노인회 경기 수원시 팔달구지회(지회장 이병학)에서 어르신 복지서포터즈로 활동하는 한미옥 씨는 지난 5월부터 매일 20명의 어르신들에게 안부 전화를 드리고 있다. 시시콜콜한 일상생활 이야기부터 건강 상태, 현재 고민까지 들어주며 가까운 지인처럼 챙기고 있는 것이다. 한 씨는 “처음에는 답변을 잘 안하셨지만 서서히 마음을 열었고 이제는 가족만큼이나 친근하게 진솔한 이야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최근 대한노인회를 비롯해 전국의 지자체들이 코로나19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어르신들을 위로하고 고독사 예방차원의 ‘안부 전화’ 사업을 진행하는 가운데 지인들과의 주기적인 대화가 노인의 인지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뉴욕주립대 공동 연구팀은 지난 8월 SCI 과학 저널인 ‘PLOS ONE’(플로스 원)에 지인 또는 가족들과 매일 대화하는(대면, 전화, 문자 등) 것이 즉각적으로 인지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70~90세 노인 312명을 대상으로 16일간 연구를 진행했는데 참가자들에게 하루에 5번씩 사회적 상호작용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누구와 했는지, 경험이 긍정적이었는지 부정적이었는지 보고하도록 했다. 주목할 점은 전화 통화나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한 상호작용 역시 대면 대화와 동일하게 계산했다. 

상호작용 결과에 대해 보고한 직후 참가자들은 3개의 모바일 인지 테스트에 참여했다. 첫 번째는 처리 속도와 주의력, 두 번째는 공간 작업 기억력, 세 번째는 복잡한 여러 요소를 통합해서 기억하는 능력을 평가하도록 설계됐다. 그 결과 상호작용을 많이 하는 참가자는 상호작용을 덜 하는 참가자보다 인지 테스트에서 더 나은 성과를 보였다.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전화나 문자로 대화하면 인지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다. 특히 가족과 상호작용을 잘 하지 않던 참가자가 가족과 많은 상호작용을 한 날에 인지기능이 향상된 점도 눈길을 끈다.

연구를 이끈 루이슈에 자오양 펜실베니아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했는지 여부가 인지 능력에 즉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긍정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이 부족하면 노년기에 인지 기능이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충북․대구․강원연합회 안부전화 운동

특히 이번 연구는 코로나 시대 대면 접촉이 어려워진 가운데서도 안부 전화 등 비대면 접촉을 통한 독거노인 돌봄에 나선 대한노인회와 지자체의 노력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경로당이 폐쇄된 후 대한노인회와 지자체는 지회 경로부장과 경로당 프로그램 강사를 활용한 안부 전화 사업을 진행했다. 충북연합회의 경우 경로당이 문을 닫은 동안 9988행복나누미를 통해 회원들에게 안부전화를 돌리는 사업을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김선태 어르신(충북 옥천군 대천1리경로당)은 “경로당을 못가서 외로웠는데 전화로 상냥하게 안부를 물어봐주니 의욕이 생겨 안하던 운동도 스스로 찾아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안부 전화는 릴레이 운동 등 다양한 형태로도 확장되고 있다. 대구연합회(회장 이장기)는 지난 1월부터 8개 구‧군지회장→경로당 회장→회원 순으로 릴레이 안부전화와 격려 문자보내기 운동을 하고 있다. 이장기 연합회장이 지회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챙기면 이후 지회장들이 경로당 회장들에게, 경로당 회장은 회원들에게 전화를 거는 식으로 진행됐다. 

강원연합회도 올해 초부터 경로당이 다시 문을 열기 전인 지난 8월까지 도내 30개 경로당을 대상으로 ‘Ring Ring’ 사업을 진행했다.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강원연합회에서 경로당 비상연락망 대표자에게 “반갑습니다”,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등의 긍정적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고 이후 대표자가 회원들에게 릴레이로 안부 전화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영수 어르신(삼척시 청솔2차아파트경로당)은 “경로당에 못가 연락하지 못했던 회원들이 서로 격려 메시지를 전달하고, 안부도 확인할 수 있어 좋았던 사업”이라고 말했다

광주시 동구의 경우 안부 전화에 책 낭독 서비스를 결합해 눈길을 끌고 있다. 관내 60세 이상 200명을 대상으로 매주 한 차례 낭독활동가가 전화로 20분가량 책을 읽어주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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