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지구를 위해 ‘배달’보다 ‘포장’을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지구를 위해 ‘배달’보다 ‘포장’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10.01 14:01
  • 호수 78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달비 9800원.’

몇 달 전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지인 집을 방문해 배달앱으로 커피를 주문하려다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배달비 가격이 1만원에 육박했던 것이다. 오류인줄 알고 앱을 껐다 켜보기도 했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서울 강남이라는 특수성과 배달거리 등이 반영돼 책정된 가격이겠지만 ‘퀵서비스’ 비용에 육박하는 것을 보고 그냥 사다 먹는 것으로 생각을 바꿨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커피숍까지의 거리가 5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점도 포장을 선택한 이유였다. 

배달 시장은 코로나19 특수성을 등에 업고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외식업종 중에 배달 시대에 적응한 가게는 승승장구하고 있고 아예 이를 손 놓고 있는 가게는 줄줄이 폐업 중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이 시국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식당은 예외지만. 헌데 배달만이 해법일까.

최근 배달 대행업체들이 수도권 일부 지역의 기본 배달 수수료(1.5km)를 3500원에서 4500원으로 1000원 인상했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상승한다는 자본주의 경제원리가 작동한 것이다. 짜장면, 피자가 배달 시장을 장악했을 때만 해도 배달비라는 개념이 없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부담 없이 음식을 배달시켜 먹었다. 하지만 인건비 상승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며 배달비의 개념이 생겨났고 이제는 웬만한 밥값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소비자들은 ‘이럴 거면 차라리 포장해서 먹지’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배달앱도 일찍이 포장 주문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포장 수요가 배달 수요를 따라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무래도 포장 주문을 하게 되면 최소 30분에서 길게는 한시간 가량 음식을 가져오는데 소비해야 하고 직접 몸을 움직여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관점에서는 포장이 바람직하다. 포장 문화 확산에는 한가지 필수 전제가 있다. 바로 반영구적 포장 용기 사용이다. 예전에는 반영구적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 배달되던 짜장면도 이제는 회수의 어려움과 배달비 상승을 이유로 1회용 플라스틱 그릇으로 대체되는 추세다. 플라스틱은 획기적 처리 기술이 나오지 않는 한 지구환경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다. 코로나19 확산 이전까지만 해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가 머리를 맞댈 정도였다.

음식 배달은 코로나19 시대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위드 코로나가 현실이 되는 이 시점에서 보다 나은 다음을 위해서 확실한 해법인가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단언할 수 있는 건 조금 귀찮긴 해도 반영구적 용기에 음식을 포장하는 것이 배달보다는 지구를 위해 무조건 나은 선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