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로당 문화 바꾸고 싶은데, 어렵네요”
[기고] “경로당 문화 바꾸고 싶은데, 어렵네요”
  • 임수성 부산 북구 우곡경로당 회장
  • 승인 2021.10.08 14:39
  • 호수 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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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성  부산 북구 우곡경로당 회장
임수성 부산 북구 우곡경로당 회장

젊어서부터 무역업을 경영했다. 부도와 여러 난제를 겪다 결국 접었지만 인생 후반에도 직업전선에서 부지런히 뛰었다. 어느새 75세란 나이에 되어 직장에서도 손을 놓게 되었다. 그러던 중 주변의 권유로 생각지도 못했던 경로당 회장이 되었다. 

회장이 돼 경로당 실태를 살펴보니, 만 65세면 정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데도 65세는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회원들은 대부분 70대 후반부터 80~90대에 이르는 분들이었는데, 고작 7~8명에 불과했다. 

내가 회장이 된 후 회원은 42명으로 늘어났고, 회원 가운데 학력 등을 감안해 4명을 부회장, 총무, 감사, 이사로 내정했다.

경로당 놀이 문화는 화투놀이가 거의 전부였다. 어르신들은 아침 9시~오후 5시까지 10원짜리 화투로 소일하고 있었고, 재정과 장소 문제로 소파와 탁자를 비치할 수 없어 그냥 방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허리는 구부린 채 지내고 있었다. 

그 현실을 본 나는 이 화투놀이 문화를 바꿔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지역 모든 관계기관에 요청해 경로당에서 영화를 상영하기도 하고 체육교사를 초빙해 실내 운동이나 요가를 배워보기도 했다.

또한 우리나라 쑥 원액과 전기를 병합해 관절 물리치료를 해주는 허준 의료봉사단을 통해 뇌경색과 노환 예방에 좋은 침술을 보급하고 인근 외과 병‧의원과 MOU를 체결해 비급여 진료에 대해 20%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러한 개선 노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화투에만 몰입하는 분들이 계셨다. 그래서 지자체 및 지역사회단체와 접촉해 옥상 텃밭 가꾸기 사업을 시도해 보았다. 지자체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아 조성한 텃밭에 산양산삼, 고추, 오이, 호박을 심었다. 새싹이 돋아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 청색에서 홍색으로 바뀌는 과정을 보여주면 어르신들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반응이 기대에 크게 못 미쳐 안타까웠다. 회장으로서 능력의 한계에 봉착한 느낌이다. 

이렇게 백세시대에 글을 기고하게 된 것은 지식과 경험이 많으신 선배 회장님들로부터 가르침을 얻기 위해서다. 전국 경로당 회장님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많은 조언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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