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함부로 먹거나 만지면 안 되는 독성 식물
가을철, 함부로 먹거나 만지면 안 되는 독성 식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1.10.08 15:17
  • 호수 7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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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마비 일으키는 ‘투구꽃’… 뿌리는 만지지도 말아야

투구꽃 뿌리로 만든 한약재 주의… 협죽도 줄기 액은 독화살로 사용 

붓순나무 열매도 독성 강해… 피마자 씨앗 먹으면 경련‧복통 일으켜

[백세시대=배지영기자] 형형색색의 식물과 꽃은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지만 함부로 만지거나 먹을 경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우리가 모르게 독성을 가지고 있는 식물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자연식생활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는 반면 독성 식물에 대한 과학적 정보 부족으로 중독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독성 식물의 사전적 정의는 ‘소량으로도 우리의 건강을 해치거나 생명에 위험을 일으키는 식물’이지만, 우리의 식생활 건강과 밀접하므로 ‘섭취 때문에 중독사례가 보고된 모든 식물’로 보통 유연하게 해석되고 있다. 식물의 내면에 숨겨진 독성을 인지하고, 언제나 약과 독이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음을 주의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주의해야 할 독성 식물의 종류와 특징을 알아본다.

◇투구꽃

9~10월경에 피는 보라색의 투구꽃은 그 모습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키우는 경우가 많다. 꽃 모양이 마치 로마 병사들의 투구와 비슷하다고 해 투구꽃이 됐다. 그래서인지 줄기에 매달린 꽃이 마치 로마 병정이 줄지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꽃 색은 대부분 보라색이지만 흰색도 있다.

조선시대 의문의 독살사건을 다룬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에서 투구꽃은 사약으로 사용됐을 정도로 맹독성을 가지고 있다. 투구꽃의 독은 신경마비, 호흡곤란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오’(草烏)라고 불리는 투구꽃의 뿌리는 한약재로도 사용되는데 종류와 재배 기간, 가공 방법에 의해 독성의 정도가 다르다. 담금주, 한약재 등 오용으로 중독되는 많은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투구꽃 관련 식품들은 식약처에서 판매금지 처분을 내린 상태이다.

이에 투구꽃을 발견했을 때에는 잎은 만지되 뿌리는 함부로 만지거나 섭취하지 않을 것을 권한다. 입과 혀가 마비되거나 운동신경에 장애가 올 수 있으며 구토, 복통,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협죽도

여름에서 가을까지 빨강, 노랑, 흰색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협죽도는 얼핏 보면 복숭아꽃 같기도 해서 ‘유도화’(柳桃花)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버드나무 잎처럼 가늘며 긴 잎과 미끈한 가지가 보기 좋아 관상용으로도 인기가 좋다.

하지만 식물 전체에 치명적인 독을 가지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협죽도의 줄기를 잘라보면 하얀 액이 나오는데 피부의 상처에 닿아 흡수되면 매우 위험하다. 화살촉에 바르는 독을 얻을 수 있는 나무로 사용될 만큼 독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집에서 재배하던 협죽도를 분갈이하던 중 꽃잎이 입에 날아 들어와 이를 별 생각없이 먹은 후 소화기 증상을 보이며 입원한 사례가 있으며, 몇 해 전 야외로 소풍 나간 학생이 협죽도를 꺾어 젓가락을 만들어 김밥을 먹었다가 사망한 사례도 있다.

더불어 경련, 떨림, 의식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알레르기성 피부질환, 구토, 설사, 불규칙적인 심박동이 야기될 수도 있다.

◇붓순나무

제주도를 비롯한 진도, 완도 등 남부지방에서 자생 또는 재배되며 키는 3~5m 정도로 자란다. 잎은 타원형에 반질반질한 피침형으로 잎끝이 뾰족하고 잎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없이 밋밋하다. 꽃은 4~5월에 연한 황백색으로 피고 열매는 팔각으로 바람개비처럼 배열되어 9~10월에 갈색으로 익는다.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는 팔각회향이라는 향신료용 열매와 비슷해 열매만으로는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다. 

실제로 과거에 붓순나무의 열매와 섞인 채로 팔각회향이 독일에 수출된 적 있어 많은 중독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붓순나무 전체가 독성을 가지고 있지만 특히 씨앗은 맹독성이다. 경련을 일으키는 ‘아니사틴’성분이 함유돼 있으며, 간 기능 이상과 혈압 상승, 호흡곤란, 현기증, 의식 손실 등의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피마자

아주까리라고 불리는 피마자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가지고 놀던 추억거리이기도 하다. 가시가 나 있는 열매를 던져 친구의 털옷에 달라붙게 하기도 했으며, 등유 대신 피마자 기름에 심지를 넣어 어둠을 밝히던 기억도 있다.

이처럼 의료의 혜택을 쉽게 받기가 어려웠던 과거에 피마자는 때론 식용으로 때론 의약품으로 매우 요긴하게 활용되는 식물이었다. 피마자의 어린잎은 말려 두었다가 나물로 무쳐 먹었으며, 복통 치료에 피마자 기름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피마자에는 ‘리신’이라는 맹독 성분이 포함돼 있어 주의해야 한다. 피마자를 전체적으로 놓고 봤을 때에는 이 성분이 적게 함유돼 있어 위험하지는 않지만 씨앗만은 예외다. 

씨앗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보통 처음에는 입이나 목이 타는 듯한 증상이 나타나다 속이 메스껍고 복통과 설사가 발생한다. 더불어 심장이 빠르게 뛰고 저혈압이 생기거나 심하면 경련을 일으키기도 한다.

독성은 심한 경우 일주일가량 지속되는데, 보통 성인의 경우 피마자 씨앗 4~8개 정도면 이 같은 독성 작용을 일으킨다. 씨앗 외에도 열매가 터질 때 나오는 먼지는 알레르기 반응과 기침, 근육통, 호흡곤란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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