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넷플릭스의 힘은 어디서 오는가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넷플릭스의 힘은 어디서 오는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10.15 14:04
  • 호수 7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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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독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10월 12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등장했다. 요지는 왜 KBS는 ‘오징어 게임’ 같은 세계적으로 흥행하는 작품을 못 만드냐는 거다.

실제 모 의원은 “작품은 우리가 만드는데 큰돈은 미국(넷플릭스)이 싹 다 가져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KBS는 왜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하느냐”고 물었다.

이를 본 많은 사람들은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 마치 국내 프로야구단 수뇌부가 감독‧코치를 불러다 놓고 “왜 우리는 손흥민 같은 선수를 길러내지 못하냐”고 호통치는 상황과도 같다. KBS에서 제작하는 드라마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접점은 두 작품 모두 ‘드라마’라는 것밖에 없다. 야구와 축구가 ‘스포츠’라는 카테고리로만 묶일 뿐 운영방식, 규모 등에서 확연한 차이가 나듯 말이다.

넷플릭스는 제작비를 지급하고 납품 기한을 정해 준 후 콘텐츠 제작 과정에 간섭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즉, 창작자의 자유를 보장해준다. 헌데 이게 무한정 좋은 건 아니다. 작품마다 대중성이 들쭉날쭉이다. 넷플릭스는 매달 수십 편의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해 공개한다. 걔중에는 ‘오징어 게임’처럼 큰 인기를 끈 작품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작품도 상당히 많다. 그럼에도 굴러가는 이유는 다년간 확보한 수억명의 구독자가 매달 지불하는 구독료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광고 수입에 종속된 국내 방송사가 제작하는 드라마가 극한으로 대중성을 추구하는 반면 넷플릭스는 아직까지 창작자의 자유를 보장해준다.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국내 제작자에게 수차례 거절당하다 넷플릭스가 유일하게 손을 내밀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바꿔말하면 국내 방송국들은 돈이 안 될까봐 손을 안 댔다는 소리다. 또 간접광고(PPL) 천국이 된 국내 드라마와 달리 넷플릭스 제작 드라마는 뜬금없이 광고를 해 몰입을 방해하는 것도 없다. 

수익에 대한 오해도 많다. 넷플릭스는 월 구독료를 지불하면 모든 콘텐츠를 추가 비용 없이 볼 수 있다. 또 ‘오징어 게임’ 시청자 상당수는 기존에 이미 넷플릭스를 구독하던 사람들이다. 물론 ‘오징어 게임’을 시청하기 위해 새로 넷플릭스에 가입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두 번째 시즌이 나올 때까지 신규 가입자가 구독을 유지한다는 보장도 없다. 다시 말해 ‘오징어 게임’으로 넷플릭스가 콘텐츠 생산자로서 긍정적 이미지를 얻긴 했지만 떼돈을 벌었다는 식의 비유는 적절하지 않다. 무엇보다 ‘오징어 게임’ 방영 전부터 이미 떼돈을 벌고 있었고 그렇게 번 수익으로 이 작품도 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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