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심하게 타고 피곤하면 ‘갑상선 기능 저하’ 의심
추위 심하게 타고 피곤하면 ‘갑상선 기능 저하’ 의심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1.10.15 15:36
  • 호수 7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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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증상과 치료

갑상선 호르몬 적게 분비… 에너지 대사 느려져 치매와 유사한 증상

갑상선 제거 땐 평생 약물치료… 일반적으론 적절한 때 약물 중단해야

[백세시대=배지영기자] 평소 특별히 아픈 곳이 없었던 주부 이정미(61)씨는 조금만 쌀쌀해도 심한 추위가 느껴졌다. 특히 식사량이 늘지 않았는데도 몸무게는 3㎏ 가까이 증가했으며, 기억력도 떨어져 치매를 의심했다. 고민 끝에 병원을 찾은 이씨는 검사를 진행했고,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진단받았다. 이씨는 현재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 중이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쉽게 진단되는 갑상선 질환으로, 갑상선 호르몬이 적게 분비돼 우리 몸의 충분한 에너지와 대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겨울에 보일러가 고장나면 집안에 제대로 온기를 공급해 주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해하면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갑상선 기능 저하증’ 질환 진료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진료 인원은 47만1653명(2016년)에서 56만2250명(2020년)으로 9만597명(19.2%) 증가했다.

연령대별 진료 인원을 보면 50대가 23.4%로 가장 많았고 60대(21.6%), 40대(18.5%) 순으로 나타났다. 박경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연령 증가에 따라 함께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는 질환이지만 50~60대에서 가장 많이 발병한다기보다 건강검진이나 다른 사유에 의한 병원 진료 시 갑상선 기능 검사를 시행하게 되면서 많이 발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발생하면 피곤한 증상이 계속되며 체온이 낮아져 추위를 많이   타게 된다. 더불어 많이 먹지 않는데도 체중이 증가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그림=국가건강정보포털 의학정보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발생하면 피곤한 증상이 계속되며 체온이 낮아져 추위를 많이 타게 된다. 더불어 많이 먹지 않는데도 체중이 증가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그림=국가건강정보포털 의학정보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원인과 증상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자가면역질환인 하시모토 갑상선염(만성 갑상선염)으로, 갑상선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반복되면서 조직이 파괴돼 기능 저하로 이어지는 질환이다. 

이 외에도 ▲요오드 결핍 또는 과잉 ▲갑상선 호르몬 생산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약물들(심장부정맥 치료제 ‘아미오다론’, 정신질환 치료제 ‘리치움’, 일부 항암제 등) ▲두경부암으로 경부 방사선 조사를 받은 경우 ▲과거 갑상선 기능 항진증으로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은 경우 ▲암 또는 결절로 갑상선 제거 수술을 받은 경우 등이 있다.  

갑상선 호르몬이 적게 분비되면 온몸의 대사 속도가 떨어져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모든 반응이 느려지고 열 발생과 기초대사율이 떨어진다. 맥박·말이 느려지고 소화력이 떨어지며 변비가 생길 수 있으며, 정신 활동이 느려지고 기억력이 감퇴해 치매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잘 먹지 못하는데도 몸이 붓고 체중이 증가하며 쉽게 피곤해진다. 땀이 나지 않고 피부가 거칠어지며 체온이 낮아져 추위를 많이 탄다. 손발 끝이 저리고 쥐가 잘 나며 심장근육의 수축력이 떨어지므로 오랜 기간 방치하면 심장질환이 생기기도 한다.

박 교수는 “대사 저하의 증상이 매우 다양하고 모호하기 때문에 다른 질병의 증상과 구별이 쉽지 않고 호르몬 결핍이 서서히 진행하는 경우 환자들이 증상을 알아채지 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진단

혈액검사를 통해 갑상선호르몬(Free T4)과 갑상선자극호르몬(TSH) 수치를 측정, 진단할 수 있다. 두 가지 검사에서 이상이 있으면 혈액에서 갑상선에 대한 자가항체를 측정해 볼 수 있는데, 자가항체가 양성인 경우 하시모토 갑상선염으로 진단한다. 

평소 갑상선 초음파로 갑상선 조직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도 진단에 도움이 된다. 하시모토 갑상선염의 경우 초음파에서 보이는 갑상선 조직이 불균일하게 보인다. 만약 이유 없이 피로감이 계속된다면 반드시 한 번쯤은 갑상선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치료

보통 갑상선 호르몬 제제를 복용해 부족분을 채워줌으로써 쉽게 치료할 수 있다. 약 30% 이하의 환자들이 약물을 평생 복용해야 하는데, 그 외에는 적정 시기에 약물을 중단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의미 없이 약물을 복용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약물 복용 중단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다.

갑상선 호르몬 제제는 갑상선 기능 저하에 대한 ‘안경’과 같은 치료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시력이 나쁠 때 안경을 쓰면 잘 보이지만 안경이 시력 저하를 치료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정확한 복용 중단 시기를 알려줄 수 있는 의료진을 선택해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혈액검사를 통해 증상을 파악한 뒤 갑상선 호르몬 제제를 복용하면서 꾸준한 추적관찰을 해야 한다. 이후 호르몬 검사를 시행, 적당한 시기에 약물을 중단할 수 있도록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예방법

우리나라는 요오드 과잉 섭취 지역이기 때문에 요오드를 추가로 복용하는 것은 오히려 갑상선에 과부하를 주어 기능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박 교수는 “갑상선 기능에 이상이 있다고 들었다면 요오드가 많은 천일염과 해조류 복용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영양제 및 건강보조식품에도 과량의 요오드가 포함된 경우가 있으므로 영양제나 건강보조식품을 선별 없이 복용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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