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내 몸의 병을 알자 2] 조기 발견이 어려운 ‘췌장암’
[백세시대 / 내 몸의 병을 알자 2] 조기 발견이 어려운 ‘췌장암’
  • 오치혁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승인 2021.10.22 14:06
  • 호수 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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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혁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얼마 전 유상철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었던 그가 갑자기 운명을 달리한 이유는 췌장암 때문이다.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의 췌장암 발병률은 전체 암 발생의 3.1%로 8위를 차지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70대가 31.1%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26.2%, 80대 이상이 20.5%의 순으로 고령층에 특히 위험한 암이다. 

췌장암은 췌장에 생겨난 암세포의 덩어리이다. 췌장암에는 여러 종류가 있으나 90% 이상은 췌관의 외분비 세포에서 발생하기에, 일반적으로 췌장암이라고 하면 췌관 선암(膵管腺癌)을 말한다. 

췌장에 생기는 종양은 수술적 절제로 치료가 가능한 양성 종양에서부터 예후가 매우 불량한 악성 종양 즉, 암에 이르기까지 유형이 다양하다. 췌장암은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간헐적인 복통과 소화불량, 식욕부진으로 인한 체중감소 등의 증세가 나타나는데 생활 속에서 무심코 넘기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 까닭에 환자의 90% 이상이 진단 후 1년내에 사망한다.

복부 깊숙이 다른 장기들에 둘러싸여 있는 췌장의 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는 데다, 있다 해도 다른 소화기계 장애의 증상들과 뚜렷이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다. 

췌장은 위의 뒤쪽 복벽에 붙어있는 기관이다. 그림=게티이미지뱅크
췌장은 위의 뒤쪽 복벽에 붙어있는 기관이다. 그림=게티이미지뱅크

췌장암이 발생하면 혈액검사 상으로 백혈구 수치와 황달 수치의 증가가 나타난다. 이때는 진단을 위해 초음파 검사, CT, MRI, 전신 PET 검사 등을 시행해야 한다. 췌장암의 정확한 조기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ERCP(내시경역행담췌관조영술)를 시행해야 한다. ERCP는 췌장암 진단 및 치료에 이용되는 표준시술로 내시경과 방사선을 동시에 활용하여 검사와 시술을 시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췌장암의 경우 췌장의 머리 부분에 암이 생기면서 담도가 막혀 황달이 함께 발병되는 경우가 많다. 황달로 인한 간 수치가 나빠져 수술을 받기 어려울 때 ERCP 시술이 췌장암의 외과적 수술을 가능하게 해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흔히 췌장암은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ERCP로 췌장암 진단과 동시에 막힌 담도를 뚫는 시술을 하게 되면 막힌 담도가 뚫리면서 환자의 간 수치, 황달 수치 등이 좋아져 외과적 수술을 받기에 괜찮은 몸 상태가 되어 매우 활용도가 높다. 

췌장암은 치사율이 높은 암이지만 수술을 시행하고, 항암치료 약물도 많이 발전하면서 치료 성과가 아주 좋아지고 있다. 다만, 내시경을 이용한 시술 중 가장 어려울 정도로 시술의 난이도가 높고 동반되는 합병증의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술자의 능숙함과 전문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췌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위험인자로 알려진 비만을 방지해야 한다. 고지방, 고칼로리 식이를 피하고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또한 흡연자는 췌장암에 걸릴 확률이 비흡연자보다 2~5배 가량 높다고 알려져 있는 만큼 금연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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