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우리 기술로 쏘아올린 ‘누리호’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우리 기술로 쏘아올린 ‘누리호’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10.22 14:08
  • 호수 7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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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7월, 우주를 부지런히 오가던 미국 ‘아틀란티스호’의 엔진이 완전히 꺼지면서 미국의 우주왕복선 프로젝트가 막을 내렸다. 이 프로젝트는 1972년 미국 닉슨 대통령 시절부터 진행됐다. 보통 로켓의 경우 한 번 사용하면 다시 쓰지 못하기 때문에, 몇 번이고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우주왕복선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1977년 8월 제1호 실험기 ‘엔터프라이즈호’가 유인 단독착륙시험에 성공했고, 1981년 4월에는 ‘컬럼비아호’가 이틀 동안 지구를 37바퀴 돈 뒤 성공적으로 귀환하면서 본 궤도에 오른 듯했다. 비록 1986년 챌린저호가 이륙 73초 만에 폭발하며 승무원 7명이 모두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지만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됐고 국제우주정거장이 건설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막대한 예산, 사고의 위험성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무엇보다 주임무였던 국제우주정거장의 완성으로 프로그램을 이어나갈 동력을 상실했고 결국 30년 넘게 이어온 프로젝트는 끝이 났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보드게임 ‘부루마블’을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우주왕복선’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부루마블’은 사각의 보드판에 자신의 말을 놓고 주사위를 굴려 도착한 숫자만큼 이동해 주인 없는 나라를 선점, 타인에게 통행료를 받는 방식의 게임이다. 끝까지 파산하지 않고 버티면 승리하는 이 게임에 ‘우주왕복선’이 등장한다. 주사위를 굴려 ‘우주왕복선’ 칸에 도착하면 다음 차례에 원하는 땅 어디든 갈 수 있었다. 

우주왕복선에 도착하면 가장 통행료를 많이 받을 수 있는 나라를 선점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부루마블’ 속 우주왕복선은 더 나은 현실로 데려다주는 마법의 비행선이었다.

현실의 우주왕복선, 더나아가 우주 개척도 마찬가지다. 인류를 보다 나은 미래로 데려다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이 담겨 있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고 눈에 띄는 성과는 내지 못했지만 현재 지구가 당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해줄 희망으로 여겨 우주로 수많은 왕복선을 띄웠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주왕복선의 중단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이 안타까웠다. 다행히 스페이스X 등 여러 민간 기업이 일종의 우주왕복선 개발에 나섰고 근시일 내 우주여행이 가능해질 만큼 성과도 내고 있다.

그리고 10월 21일 오후 5시, 엔진·탱크·발사대까지 모두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우주로 날아올랐다. 완전한 성공은 아니지만 세계를 놀라게 한 비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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