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어느 장례지도사의 코로나 사망자 수습
[백세시대 / 세상읽기] 어느 장례지도사의 코로나 사망자 수습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10.22 14:21
  • 호수 7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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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망자의 경우 병원에서 돌아가신 분은 환자복을 입은 그대로 24시간 이내에 화장을 마쳐야 했다.”

장례지도사 강봉희 씨는 초창기 코로나 사망자를 수습하며 겪은 일들을 최근 발간한 저서 ‘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사이드웨이)에서 밝혔다. 

대구의 경우 코로나 사망자가 발생한 병원은 물론 인근 장례식장에서 감염의 두려움 때문에 나 몰라라 했다. 시 관계자의 간곡한 요청에 못 이겨 강씨가 나서게 됐다. 

강씨는 2003년 대구가톨릭대 평생교육원 장례지도학과를 수료하고 이듬해 11월, 장례봉사단(7명)을 조직해 죽은 자들을 보내드리는 일(‘염장이’)을 해오고 있다. 매년 70~80건, 총 700여명을 염했다. 

당시 시에서 만든 매뉴얼은 시신을 비닐팩으로 밀봉하고 그것을 의료용 시신팩으로 다시 싼 뒤 관에 넣는 것이다. 강씨가 해야 할 일은 시신팩으로 밀봉된 시신을 관에 옮기고 끈으로 묶는 결관(結棺) 절차를 거친 뒤 화장장에 가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장의 사정은 완전히 달랐다. 사망자는 이동식 병실 침대 위에 환자복을 입은 그대로 누워 있었다. 시신은 아무런 밀봉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그 일은 의사가 해야 했지만 하지 않았던 것이다. 강씨와 후배 한 사람은 방호복을 입고 시신을 비닐팩에 이중으로 봉한 뒤 시신팩에 넣고 결관해서 병원을 빠져 나왔다. 유족은커녕 고인을 아는 이조차 아무도 없는 화장터에서 묵묵히 화장 절차를 마친 후 유골함을 받아들었다.

그렇게 해서 강씨는 2020년 코로나 사망자 24명을 수습했다. 두 번째 환자는 시내의 한 빌라에서 사망했다. 혼자 살던 이 사람은 보호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은 뒤 귀가해 조금 있다가 사망했다. 사망 당일 아침에도 아들 내외가 집을 다녀갔다고 한다. 강씨 일행은 비닐팩과 시신팩과 관까지 일체를 준비해 차에 싣고 집안까지 들고 가야 했다. 

그런데 검안의를 불러주어야 하는 경찰이 나타나지 않아 119 소방차 등 모두가 빌라 앞에서 손 놓고 기다려야 했다. 자정이 가까워진 시각에 나타난 형사에게 따지자 “코로나로 죽었는데 누가 오고 싶어 했겠느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형사는 시신을 제대로 확인도 안하고 ‘코로나가 확실하니까 잘 모셔 달라’는 말만 하고 돌아갔다. 강씨는 빌라 4층까지 관을 들고 오르락내리락 하느라 숨이 턱까지 찼다.

코로나 사망자 유족들은 3일장을 치를 엄두도 못 냈고 고인의 얼굴도 못보고 떠나보내야 했다. 4월 말, 70대 초반의 남성이 코로나로 사망했다. 딸은 연락이 닿았지만 아들은 외국에 나가 있었다. 아들이 비행기를 타고 오는 도중 아버지가 숨을 거두었다. 코로나 병실의 환경은 외부에 공개가 안됐다. 유족들도 볼 수가 없다. 그런데 아들이 강씨에게 얼굴이라도 한 번 보여 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강씨는 인간 도리 상 외면을 못하고 예외적으로 이들에게 고인의 얼굴을 보게 했다. 자녀에게 방호복을 입히고 지정한 자리에서 더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 그러고는 시신과 7~8m 떨어진 자리에 의자 두 개를 놓고 의자에 올라서서 보라고 했다. 강씨는 결관했던 관을 열고 시신을 다 풀어헤쳤다. 저 멀리 의자 위에 서 있던 자식들이 ‘아버지가 맞다’며 서서 펑펑 울었다. 그들의 통곡하는 모습을 보고 강씨도 따라 눈물을 흘렸다.

코로나 시신을 처리하고 온 날은 집안이 분주했다. 강씨는 집에 바로 들어가지 못했다. 부인이 감염을 우려해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집 마당의 수도 호스 옆에서 옷을 다 벗고 샤워를 했다. 소독약과 소독 스프레이를 구입해 매일 아침, 아내와 함께 소독 스프레이로 차 안과 밖에 뿌렸다. 

강씨는 “첫 사망자 발생으로부터 두세 달 지나자 장례식장들도 코로나 시신을 잘 화장하기만 하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다음부터 식장과 업체들도 돈을 벌기 위해 이 일을 시작했다”고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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