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노태우 전 대통령 별세, 국가장으로 치러 … 유언 통해 5·18 희생자에 용서 구해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노태우 전 대통령 별세, 국가장으로 치러 … 유언 통해 5·18 희생자에 용서 구해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1.10.29 13:45
  • 호수 79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12 군사쿠데타의 주역이자 군사정권 이후 직선제로 선출된 첫 대통령이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 10월 26일 향년 89세로 별세했다. 김대중·김영삼·김종필 등 이른바 3김과 노 전 대통령이 모두 생을 마치면서 대한민국 민주화의 제도적 틀을 다진 ‘1노3김’ 시대도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은 지병으로 오랜 병상 생활을 해오다 최근 병세 악화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의료진의 집중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삶을 마감했다. 지난 2002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뒤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고 이후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요양해왔다. 또한 지병으로 희귀병인 소뇌 위축증과 천식까지 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민국 5번째(13대) 대통령인 노 전 대통령의 집권 5년(1988 ~1993)은 전환기였다. 5·16군사반란으로 시작된 권위주의 체제가 문민정부로 넘어가는 과도기였고,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진 TK(대구·경북)의 31년 장기집권이 마지막 정점을 찍을 때였다. 상반된 수식어가 가리키는 그대로 고인에 대한 평가는 양면적이나, 요약하면 군사정권에서 문민정권으로 이행하는 가교역할을 한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성과는 북방외교다. 1989년 동서냉전이 해체되기 시작하자 헝가리를 필두로 옛 소련·중국과 차례로 국교를 맺으면서 외교안보의 새 지평을 열었다. 1991년 북한과 유엔에 동시 가입하고 이듬해 남북 간 평화 이정표를 새긴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한 것도 이 북방외교와 궤를 같이한다.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를 규제한 토지공개념도 이때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사후 12·12 군사쿠데타에 동참한 주역이자 후계자라는 점은 고인이 벗을 수 없는 멍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육사 11기 동기이자 하나회 핵심 멤버인 노 전 대통령은 당시 9사단장으로 병력을 동원해 쿠데타에 가담했고 이듬해 국가보위입법위원회 위원으로 전두환 대통령 만들기에 힘을 보탰다. 고인이 직선제를 통해 민주적으로 당선된 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첫 민주정권이 아닌 군사정권의 연장선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고인의 장남인 노재헌 변호사가 수차례 광주를 찾아 사과했지만 고인이 회고록에서 유언비어를 탓하고 진상 규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이와 관련, 노 전 대통령은 유언을 통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용서를 구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변호사는 “돌아가시기 전에 육성으로 남기진 못했지만, 평소 하셨던 말씀을 간단히 정리한 것”이라며 “5·18 희생자에 대한 가슴 아픈 부분이나 또 그 이후에 재임 시절 일어났던 여러 일에 본인의 책임과 과오가 있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고, 역사의 나쁜 면은 본인이 다 짊어지고 가겠다고 평소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27일 오전 국무회의를 열고 노태우 전 대통령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되 국립묘지에는 안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장례 명칭은 ‘고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이며 오일장으로 26~30일 장례를 치른다. 장례 마지막 날인 30일 치러지는 영결식과 안장식 장소는 장례위원회에서 유족 쪽과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는 “12·12 사태와 5·18 민주화운동 등과 관련된 역사적 과오가 있으나 직선제를 통한 선출 이후 남북기본합의서 등 북방정책으로 공헌하고, 형 선고 뒤 추징금을 납부한 노력 등이 고려돼 국가장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이제 역사가 말해줄 것이다. 한 나라의 전직 대통령을 또 떠나보내면서 이들의 유산도 함께 떠나보내고 새 시대를 담아낼 정치를 만드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