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마산항을 그리며…
작년 이맘 고향에 갔을 때
고향 바다는
올망졸망 고개 내민 바위를
청파래로 덮어씌운
잔잔한 썰물이었다
늦은 10월의 햇살은
해조류로 덮인 작은 바위들을
말릴 생각도 않고
옆걸음으로 지나가는 작은 것들에게도
마음을 두지 않았다
뜬 눈으로
바다가 졸고 있을 때
갈매기들도 지친 날개를 얌전히 내리고
한낮의 달디단 쪽잠에 빠졌다
닫혔던 가슴이 열리고
지치고 지루했던 시간이 녹아
어떤 것에도 마음 둘 일 없을 때
고향바다는 웃는 눈빛으로 되돌아왔다
마지막 시월의 햇살에
파래로 머리를 감았던 바위도
옆걸음으로 수다를 떨던 작은 것들도
물살과 달콤 짭쪼름한 사랑에 빠지고
가고파의 남쪽바다 마산항에는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사라지는 것들에 마음 두지 않는
잔잔한 밀물과 썰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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