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보다 숨이 찬 증상이 더 많은 빈혈의 증상과 치료법
어지럼증보다 숨이 찬 증상이 더 많은 빈혈의 증상과 치료법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1.10.29 15:48
  • 호수 7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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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결핍성 빈혈’은 혈색소 부족… 비타민 결핍은 적혈구 부족해 발병

 단순 영양결핍 아닌 중대질환 신호일 수도… 노년층 특히 유의해야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김효림(71) 어르신은 최근 심한 어지러움을 느끼자 동네 병원을 찾았고, 그곳에서 혈액검사를 받은 결과, 빈혈 증상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곧바로 대학병원 혈액내과를 찾은 김 어르신은 철분검사를 받은 결과, ‘철 결핍성 빈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누구든 겪을 수 있는 질병 ‘빈혈’. 그중에서도 철 결핍성 빈혈은 성장기 아이들이나 노년층, 가임기 여성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비교적 흔한 질환이라서 가볍게 여길 수 있지만, 노년층의 경우라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김선숙 인천힘찬종합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젊은 여성이나 성장기 유·아동의 철 결핍성 빈혈은 체내에 필요한 철의 양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일종의 결핍 증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와 달리 성인 남성이나 완경기 여성, 60대 이상 노년층에게서 나타나는 빈혈은 간혹 다른 질환이 원인일 수 있어 반드시 정확한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빈혈의 종류

빈혈은 일반적으로 혈액 내 적혈구 수나 혈색소(헤모글로빈)량, 또는 두 가지 모두가 정상인보다 떨어져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 몸속의 적혈구는 폐에서 산소와 결합해 심장 순환을 통해서 온몸에 산소를 공급해주는데, 이것이 적어지면 산소 운반이 줄면서 혈액 내의 영양소가 부족해지게 된다. 그러면 대사에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저산소증을 일으키고 이러한 조직의 산소 부족이 결국 ‘빈혈’을 발생시킨다.

빈혈에는 ‘철 결핍성 빈혈’, ‘비타민 결핍성 빈혈’ 등이 있다. 철 결핍성 빈혈은 혈색소의 주재료인 철분의 부족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빈혈의 종류이다. 혈중 혈색소 농도로 진단하는데 성인 남성 13g/dL, 성인 여성 12g/dL, 임산부는 11g/dL미만일 때 해당된다.

비타민 결핍성 빈혈은 혈구세포를 구성하는 DNA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비타민 B₁₂나 엽산의 결핍으로 발생한다. 이 경우는 악성 빈혈로 불려지기도 하는데, 적혈구 성숙과정에 장애가 나타나 골수의 조혈모세포(무형성빈혈)가 없거나, 조혈 시스템에 이상이 발생(골수이형성 증후군, 백혈병)되기도 한다.

또한 용혈(적혈구가 붕괴해 헤모글로빈이 혈구 밖으로 용출하는 현상) 또는 실혈(위장관 출혈 등)이 나타나거나 신장 질환과 종양 때문에 적혈구 생성 인자가 부족한 경우에도 빈혈이 발생한다.

◇빈혈의 증상

철 결핍성 빈혈의 경우,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지만 대표적으로 호흡곤란, 두통, 피로감, 수면장애, 가슴 통증,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빈혈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어지럼증을 떠올리기 쉽지만, 어지럼증은 대부분 이비인후과적 문제 때문이며 빈혈이 원인인 경우는 5% 미만이다. 

오히려 빈혈은 저산소증으로 인해 쉽게 숨이 차는 증상이 더 흔하다. 따라서 평소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가슴이 뻐근하다면 빈혈 검사가 필요하다. 

또한 얼음을 비정상적으로 자주 찾는 것도 빈혈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철 결핍성 빈혈 환자의 약 60.5%가 얼음 중독 현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빈혈이 얼마나 심한지 확인하려면 눈동자 주변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동자 주변 하얀 부위에 핏줄을 볼 수 있다. 눈동자 주변에 혈관이 잘 보이지 않고 하얀 부분이 평소보다 많다면 빈혈을 의심해볼 수 있다.

악성 빈혈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비타민 결핍성 빈혈은 위와 같은 빈혈 증상 외에 체중감소, 식욕부진 등이 나타나고 혀의 유두가 소실돼 표면이 매끄러워져 맵거나 짠 음식을 먹을 때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심하면 신경계에 악영향을 끼쳐 균형을 잡는 것이 힘들어지거나 요실금이 나타나며,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기억력이 저하돼 치매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빈혈의 치료

빈혈은 원인에 따라서 치료가 달라진다. 가장 흔한 철 결핍성 빈혈의 경우에는 철분제를 복용하면 1~2개월 이내에 정상 수치로 회복되나, 빈혈의 원인이 교정된 상태에서 적어도 4~6개월간 복용을 해야 충분한 철분이 몸에 저장돼 적혈구의 생산이 원활해질 수 있다.

체내 비타민 B₁₂의 고갈과 흡수 장애로 인해 빈혈이 생기는 경우에는 부족한 비타민을 경구나 근육 주사로 공급함으로써 빈혈을 교정할 수 있으며, 만성질환에 동반되는 빈혈 또한 만성질환을 치료하면 자연스럽게 호전된다.

김선숙 과장은 “고위험군에 속하는 가임기 여성과 영양 섭취가 부족한 60대 이상의 노년층, 장내 출혈이 발생할 수 있는 염증성 장 질환자 등은 별다른 이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빈혈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면서 “빈혈의 원인이 암이나 백혈병과 같은 중대 질병이라면 치료 시기를 놓쳐 병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정확한 검사 후 반드시 의사의 처방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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