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내 몸의 병을 알자 4] 머릿속 시한폭탄 ‘뇌동맥류’
[백세시대 / 내 몸의 병을 알자 4] 머릿속 시한폭탄 ‘뇌동맥류’
  • 최석근 경희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
  • 승인 2021.11.05 13:48
  • 호수 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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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근 경희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
최석근 경희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

최근 배우 윤계상과 정일우가 뇌동맥류 치료를 받은 사연이 보도된 바 있다. 윤계상은 “지난해 뇌동맥류 판정을 받고 혈관에 스텐트와 코일을 심었다. 우연한 계기로 일찍 발견해 운이 좋았다”며 현재 건강을 회복해 활동을 재개 중이다. 

방송인 조세호, 배우 안재욱, 가수 김돈규도 뇌동맥류를 앓았거나 현재 치료 중이며 지난 1월 뇌동맥류 수술을 받은 프로야구 선수 민병헌도 치료에 전념하기 위해 최근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의 일부가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이다. ‘Y’자 모양의 갈라진 뇌혈관 중앙에 동그랗게 튀어나오다가 터져 심각한 뇌 손상을 유발한다.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이유다. 발병률은 전체 인구의 2% 정도로 미미하지만 의식 소실, 마비,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 증상은 두통이다. 환자 대부분은 초기증상을 ‘망치로 맞은 것 같다’, ‘머릿속이 폭발할 것 같다’고 표현한다. 과거에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물론 환자마다 진행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며칠간 계속된다면 전문 진료가 필요하다. 

두통을 스트레스 혹은 일시적 증상으로 생각하고 무심코 넘기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그럴까? 건강검진, 타 질환을 검사하는 도중 우연히 발견되는 비율이 높다. 파열되지 않은 상태라면, 비교적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정확한 발생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직계가족 중 뇌동맥류 환자가 있었다면, 발병률은 6~7배 증가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 뇌졸중 가족력이 있거나 오랜 기간 고혈압이 있었다면 정기적인 뇌혈관 검사를 권장한다. 대표적으로 컴퓨터 단층촬영(CT) 및 혈관조영술 등이 있다. 

뇌동맥류는 약물로 완치하기 어렵다. 근본적인 치료는 ‘수술’이다. 수술법은 동맥류의 파열 여부와 위치, 모양, 접근성, 환자의 연령, 건강상태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후 선택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뇌동맥류 경부 결찰술과 코일 색전술이 있다. 

뇌동맥류 경부 결찰술은 두부의 피부와 뼈를 절개하는 개두술이 동반되는데 클립 같은 기구로 직접 뇌동맥류의 목을 제거하는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이어져 온 대표적인 치료법으로 실밥을 푸는 데 약 1주일 정도 소요되며,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반면, 코일 색전술은 백금으로 된 가는 코일을 뇌 안의 동맥류에 삽입하여 혈관 파열을 사전에 막는 방법이다. 혈관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개두술이 필요 없고, 깊은 부위까지 접근할 수 있으며 4~5일 정도면 회복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대부분의 환자는 코인 색전술을 선호한다. 하지만, 재발의 위험성이 있어 최소 1년에서 최대 수년동안 경과를 지켜봐야 하고, 코일의 특성상 동맥류의 목이 잘록할 경우에만 시술이 가능하다.

어떠한 수술방법을 택할 것인지는 두부 절개 여부가 아닌 합병증 유발 가능성에 초점을 둬야 한다. 즉, 개두술과 혈관 내 수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외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수술 후에는 평소에 느껴왔던 두통이 개선되며 대부분 입원 기간 문제가 없다면, 퇴원 후에도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마비가 발생하거나 말이 어눌해진다면 최대한 빠르게 병원을 방문해 조치를 받아야 한다. 

뇌동맥류는 원인을 모르므로 명확한 예방법은 없다. 다만, 중년 이후의 연령에서 증상이 없을 때라도 건강검진 등을 통해 뇌혈관 검사를 주기적으로 시행하여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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