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자극이 있어야 건강한 노년 생활이 가능하다 / 김광일
[백세시대 금요칼럼] 자극이 있어야 건강한 노년 생활이 가능하다 / 김광일
  •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 승인 2021.11.05 14:08
  • 호수 7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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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청력‧시력 등 감각기능 저하는

노인성 질환과도 밀접한 관련

청력저하에 적극 대처할 경우

치매 40% 낮춘다는 연구 나와

시력저하는 낙상의 위험성 높여

나이가 들수록 감각기능이 감퇴된다. 시력도 떨어지고, 청력도 나빠진다. 맛있는 것을 먹어도 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 감각기능의 저하는 노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이용이 많아지고 유튜브 등을 시청하기 위해 이어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중년의 나이에도 노안이 발생하고 청력이 저하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갑자기 바로 앞의 글씨가 잘 보이지 않게 되면 내가 벌써 노안이 왔나 싶어 당황스럽고 우울해지기도 한다. 드넓은 세상의 정보를 보다 빠르게 알게 해주는 편리한 도구들을 자주 사용하다 보니 오히려 세상과 접하는 창구가 되는 감각기능이 빠르게 노화되어 기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은 다소 아이러니하다.

감각기능이 떨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이 별다른 변화 없이 늘 똑같이 반복되는 것도 문제라 생각된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느끼게 된다. 우리의 뇌는 흥미롭거나 충격적인 일은 오랫동안 기억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일상적인 일에는 별다르게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자극이 없는 일상은 특별히 기억나지 않고 상대적으로 시간이 빨리 흘렀다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자극을 접하게 되면 우리 몸에서 쾌락 호르몬의 일종인 도파민이 분비되어 기억에 남게 되는데 자극이 없다 보니 도파민이 분비될 일이 줄어들게 되고, 도파민 분비 능력도 나이가 들수록 줄어드는 것으로도 설명한다. 

외래 진료를 볼 때 불면증을 호소하시는 노인 환자분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낮시간 동안 외출이나 특별히 집중하는 일 없이 그냥 거실에 앉아 TV 시청을 하며 지내다 보니 낮잠을 자는 경우가 많고, 외출을 하지 않으니 햇볕을 쪼이는 시간이 부족하고 일중 리듬이 깨져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데 최근 나이 들면서 나타나는 노화 현상으로 불편하다고만 생각했던 ‘감각기능의 저하’와 외부와 접촉이 줄어드는 ‘사회적 고립’(social isolation)이 노인의 중요한 건강문제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특히 청력의 저하가 치매의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들이 보고되고 있다. 예전에는 청력 저하로 인해 사회생활의 불편감을 겪게 되는 것과 관련된 우울 증상 및 사회적 고립이 인지기능 저하의 원인으로 이해되었지만, 최근에는 청력의 저하가 뇌의 구조적, 생리적 기능 변화와 같이 나타난다는 이론도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다. 보청기, 인공와우 등 청력을 개선시켜주는 기기를 사용하면 인지기능 저하를 늦춘다는 논문도 발표되고 있다.

2020년 영국의 저명한 학술지인 ‘란셋(Lancet)’에 발표된 논문에서 청력 저하는 치매의 발생위험을 약 두 배 높이는 위험인자로 고혈압, 당뇨병, 비만, 운동부족, 흡연, 음주, 대기오염, 사회적 고립 등 다른 위험인자들과 함께 잘 조절하면 치매의 발생위험을 40% 낮출 수 있다고 하였다. 

아직까지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단지 불편하다고만 생각했던 청력 저하가 치매의 발생위험을 높이고, 보청기 등의 방법으로 청력을 잘 유지하면 치매가 예방될 수 있다고 하니 건강한 노년생활을 위해서는 적절한 자극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감각기능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외출하고 타인과의 만남을 주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는 것 역시 중요하다.

한편, 시력저하는 낙상의 위험성을 높인다. 낙상은 하지 근력이나 균형유지 능력의 저하, 기립성 저혈압 등에 의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시력 저하로 인한 어지럼증이나 낙상이 꽤 흔히 발생한다. 

특히 노인분들은 시력감퇴가 천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자신의 시력이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주기적인 검진을 통해 시력을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백내장, 녹내장, 황반변성 등이 노년에 흔한 안과 질환인데 수술이나 약물치료로 시력 저하를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으므로 주기적인 검진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감각기능의 저하는 노년의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이외에도 치매, 낙상 등의 노인성 질환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노인처럼 보이기 싫다는 이유로 돋보기안경과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노인분들이 많은데, 감각기능을 잘 유지하여 외부자극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어야 건강한 노년 생활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꼭 강조하고 싶다. 

코로나로 인해 움츠러들었던 우리의 일상이 회복되고 가족 및 친구와 아무런 제약없이 만날 수 있게 되어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기가 하루빨리 가능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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